스크랩 전북도민일보 - 이지현기자

[곰솔]

함께하는 미 ‘선방, 그림방 전’

기사등록 : 2009-06-16 20:00:23

점(點)에서 시작해 희미해지는 점과 선(線)이 반복된다. 반복적으로 점을 찍고, 점을 길게 내려긋는 과정을 통해 ‘반복과 소멸’이라는 동양미학의 속성이 드러난다. 점이 모여 선을 만들고 선이 모여 면(面)을 만드는 신비로운 미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오는 2일까지 익산 현대갤러리에서 열리는 ‘선방(線房), 그림방 전(展)’. 아름다움을 끝없이 추구하는 미술에 있어 점과 선은 쓰임에 따라 개성의 근간이 된다. 마치 우리 사회에 있어 이 선에 대한 참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느냐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강진혜 백윤경 이경례 이수하 이영아 이진 이철규 임대준 조용순 최용순 등 10명의 동양회화 작가들이 점과 선으로 풀어내는 20여점의 작품은 극사실주의 회화와 닮아있지만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점과 선을 통해 인간의 시각적 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끝없는 확산과 덧없음의 미학을 설파한다. 이들이 점 그리고 선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곧 명상이며 마음을 비우는 행위에 다름없다. 선의 사용을 색채와 공간, 여백의 미와 어떻게 어울리게 하며 운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여기에 시류(時流)나 회화운동의 방향성도 영향은 있지만 정신적인 점과 면에 이 선이라는 행위적 움직임에 따른 만남을 통해 제한된 화폭에 지극히 이상적인 수학적 접점(接點)을 찾아 예술적 접근을 시도한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입체성과 추상성’을 ‘감각적’으로 제시한다. 선세하고 정교한 선을 이용해 회화의 단계를 일차원적 시각을 넘어 심오한 인지적 세계로 이끈다. 마치 공필법을 연상케 하는 듯한 섬세하고 완벽에 가까운 정밀한 묘사력은 선이라는 주제에 대한 선명한 회화적 도구로 자리한다. 다양한 선의 배치와 구성은 심미적 인지적 기호체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 점에서 파생된 다양한 선들의 교차, 어울림과 엇갈림, 균형과 조화, 정체성과 운동성, 또 가끔은 전류가 흐르는 듯한 전율까지 담아낸다. 동시에 관객들은 단순한 선의 기하학적 추상성을 넘어 정지하지 않고 움직이는 힘과 역동성, 그리고 입체적인 삼차원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박현대 현대갤러리 관장은 “면과 선으로 구성된 작품을 통해 일상 중의 혼미했던 나를 돌이켜 ‘참 나의 마음’을 찾아보고자 함이 ‘선방, 그림방 전’을 기획한 의도”라면서 “점과 선, 면이라는 제한적 요소를 통해 다소 실험적인 작품도 전시되지만 이러한 시도를 전시기간 동안 찾아보고 그림관람과 명상의 세계를 체험해보길 바란다”면서 한편, 전시회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16일과 19일, 22일 저녁 7시30분에는 ‘선과 크로키’를 주제로 참여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가훈쓰기와 드로잉, 삽화, 간담회 등을 배워볼 수 있으며 정해춘 작가의 크로키(형태의 특징 등을 단시간에 재빨리 포착해서 그리는 것) 특강도 함께 진행된다. 이지현기자 jh0920@

window.google_render_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