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흡수하는 나무의 비밀
나무는 엽록소를 통해 햇빛을 받아들이고 유기물을 합성한다.
지구상 생물 가운데 오직 식물만이 무기물을 유기물로 합성할 수 있다.
이는 식물이 가진 엽록소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엽록소는 지구에 처음으로 나타난 광합성 생물 남세균이다.
초식동물들이 장내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섬유질을 분해하듯
식물도 남세균의 도움으로 광합성을 한다.
수억년 동안 식물세포 안에서 살아온 남세균은
엽록체란 이름의 식물세포 속 기관이 되었다.
식물이 햇빛을 이용해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한다.
광합성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나무가 생장을 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쓰인다.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분자식으로 표시하면
6CO₂(이산화탄소 6) + 12H₂O(물 12) →
6C₆H₁₂O₆(포도당 6)+6O₂(산소 6)+6H₂O(물 6)이 된다.
이산화탄소와 물이 나뭇잎 속에서 햇빛을 만나
포도당과 산소, 물로 바뀌는 것이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온 산소는 필요없는 부산물로 대기중에 발산된다.
수증기도 같이 발산된다.
결국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나무가 버린 부산물로 삶을 이어온 셈이다.
매년 나무를 비롯한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의 총량은 약 3.1기가톤,
바다의 식물성플랑크톤이 흡수하는 탄소량은 2.9기가톤에 이른다.
인간문명이 연간 배출하는 10.1기가톤의 탄소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식물체의 광합성으로 흡수된다.
지구의 숲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이오매스를 만들어내는데,
그 총량은 연간 1기가톤에 이른다.
나무는 대기중 탄소를 흡수해 자기 신체조직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햇빛 에너지가 나무 몸속에 축적된다.
태양이 100의 에너지를 주면 나무가 몸속에 축적하는 에너지는 2 정도 된다.
나무에 축적된 바이오매스 에너지량은 같은 부피 석유나 석탄의 50%에 이른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모두 4억년 전 지구에 살았던 식물체의 화석이다.
4억년 전의 햇빛 에너지가 나무에 축적된 것이다.
원래 지구 대기의 80%는 이산화탄소였다.
화석이 된 나무들은 80%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포도당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배출해
지금의 지구 대기 환경을 만든 우리 조상들이다.
그 조상들을 땅에서 꺼내 태우고 자동차를 굴린다.
온실가스니 기후변화니 불평까지 한다.
조상무덤 부관참시하는 문명이 얼마나 갈까?
* 40년생 느티나무. 이런 큰키나무들은
자신이 서 있는 토양면적의 1000배가 넘는
이파리 표면적을 갖는다.
남준기 namu@naeil.com
[홍슈의 딴지]
그러면 인간도 광합성을 하면
식량문제도 해결되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체내에 엽록체 이식하면 사람도 스스로 광합성 가능할까?
광합성 공장으로 불리는 엽록체는 식물과 동물을 구별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식물은 엽록체에서 태양빛을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한다.
반면 동물은 식물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영화 속 설정처럼 혈액에 엽록체를 이식한다는 기발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이론적으로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육상 동물에게 구현하기는 어려운 아이디어”라고 일축했다.
엽록체가 체내에 이식된 후 계속 재생산되고 기능을 유지하려면 유전자가 약 3000개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겐 이 유전자가 없다.
엽록체를 이식해 스스로 광합성을 하려면
체내에서 식물 유전자까지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태양빛을 몸속으로까지 받아들이기 위해
피부가 투명해져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기발한 상상이 바다에선 현실이 된다.
이 교수는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영양분을 생산하는 생물을 ‘독립영양체’라 하고
다른 생명체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생물을 ‘종속영양체’라 한다.
바다엔 이 두 특성을 모두 갖춘 생명체가 산다”고 설명했다.
해양 생태계에선 광합성을 하는 동물이 있음이 밝혀졌다.
산호는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은 후 소화하지 않고,
이들이 광합성으로 생산하는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또 물속에 알을 낳는 일부 도롱뇽은
알 속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들어와서 알이 자라는 동안 에너지를 추가로 공급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식물의 광합성 기능을 빌려올 뿐이었다.
2015년 학술지 ‘생물학회보’엔 놀라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푸른민달팽이가 플랑크톤으로부터 엽록체를 빌려올 뿐만 아니라
엽록체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까지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나뭇잎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푸른민달팽이는
본래 투명한 피부로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초록색이 된다.
플랑크톤을 몸속에 수개월 동안 살려둔 채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시드니 피어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는
“푸른민달팽이가 유전자를 받을 뿐만 아니라,
받은 유전자를 자손에게 일부 물려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화를 거듭하다 보면 먼 미래엔 스스로 엽록체를 생산해
광합성을 하는 동물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는 고등동물에 광합성을 구현해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고기가 주요 대상이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2011년 제브라피시의 알 안에
엽록체를 가진 미생물을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물고기는 알에서 부화한 뒤에도 2주 정도 엽록체를 보유했다.
엽록체가 몸속에서 증식하진 못했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물고기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윤환수 성균관대 교수는
“푸른민달팽이 외에도 아메바의 일종인 폴리넬라 역시
다음 세대에 엽록체를 물려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화 속 설정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