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신록과 화려한 봄꽃들이 만개하는 5월. 봄이 절정에 달하는 이맘때 즈음이면 따뜻해진 날씨 탓에 입맛도 떨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음식이 있다. 맛은 물론이고 영양까지 풍부한 산나물이 그 주인공이다. 산나물로 전국 제일이라 소문난 경상북도 영양을 찾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지난 14일 이곳을 찾았을 때 영양 5일장이 섰다. 이곳은 매월 끝자리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데, 영양고추를 비롯해 영양초화주, 일월산 산나물 등을 판매한다.
- ▲ 영양만점의 산나물이 한 상가득 차려져 나오는 '산채정식'의 모습.
시장 입구에서 나는 고소한 참깨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방앗간을 지나 시장으로 들어가니 곳곳에 초록빛의 이름 모를 산나물이 가득했다. 시장에 자리 잡은 상인들은 나물을 다듬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상인에게 나물에 대해 물으니 "영양만점 산나물이지."라고 시원스레 답했다. 이어 "여기 놓여있는 나물들은 일월산에서 직접 캐서 온 나물들이야. 몸보신에 나물만 한 것이 없지."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이건 참두릅이죠?"라고 물으니 "이건 개두릅이야. 몸통에 가시털이 많이 있어 손질을 잘해서 먹어야해."라고 말했다.
- ▲ 지난 14일 찾은 '영양재래시장'에는 푸른빛을 뽐내는 산나물이 가득 펼쳐졌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릅을 집어든 순간 손끝이 따끔거렸다. 두릅에 달린 가시에 손이 찔린 것이다. 이를 본 상인은 "성격도 급하네. 제법 뾰족한 털이라서 조심히 만져야해."라며 웃어보였다.
산나물을 하나씩 집어 들고 사진을 찍으니 상인이 "19일부터 영양에서 ‘산나물축제’가 열리는데 그때 또 와, 그날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산나물도 많이 나올 거야…"라며 "그래도 이곳까지 왔으니 일월산 올라가봐. 산자락에 나물들이 지천에 깔렸어."라고 말했다.
- ▲ '개두릅'을 들고 있는 재래시장에 있는 상인의 모습.
시장 구경을 마치고 일월산으로 향했다.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산 입구에 도착하니 '산나물체험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간판이 가르친 이정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빽빽이 솟아있는 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얕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약 20분 정도 걸었을까. 멀리서 쪼그려 앉아 있는 등산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구니 가득 산나물이 담겨져 있었다.
나물을 캐고 있던 신현수(46.남)씨는 "등산하러 이곳을 찾았어요. 산에 나물이 많이 있어 집에 조금 가져가려고요."라고 했다.
- ▲ 산나물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는 '일월산' 입구의 모습.
그는 "어수리나물이라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나물이 많네요. 해발 700m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이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어요."라며 나물이 많이 난 곳을 가르쳤다.
어수리나물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잎과 어린순, 열매, 뿌리가 모두 식용으로 이용된다. 채취량이 적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 귀한 나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피를 맑게 해 준다고 기록돼 있다.
그는 나물을 보여주며 "나물을 직접 캐니 기분이 정말 좋네요. 자연 속에서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흙도 만지고 직접 해본 사람 아니면 모르는 기분이죠."라며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먹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 ▲ 일월산에서 만난 신현수(46.남)씨가 직접 캔 '어수리나물'을 보이고 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선바위관광지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일월산 나물로 만든 요리를 맛 볼 수가 있다. 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뒤 이곳 사장이 직접 나와 음식을 직접 내줬다. 참기름이 촉촉하게 적셔진 푸른 빛깔의 맛깔스러운 나물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한 나물을 가리키며 어떤 나물이냐고 묻자 사장은 "한 가지 종류의 나물이 아니라 여덟 가지 종류의 나물을 무쳐 놓은 거예요. 그래서 '종합나물'이라 부릅니다."라고 했다.
이어 "나물을 섞는 이유는 나물과 약초끼리 서로 섞이면서 독소를 해독하는 성향이 있거든요. 맛도 영양도 더 좋아지기 때문에 일부로 섞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 ▲ '산채정식'이 차려진 모습과 종합나물(여덞가지 종류의 나물을 무쳐 놓은 것. 사진 우측 상단), 삼색나물(3가지 뽕잎을 부위별로 무쳐 놓은 것. 사진 우측 하단)
산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먹으니 향긋한 산내음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따끈따끈한 밥 위에 나물을 얹어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본 사장은 웃으며 "이번 달 중순 즈음 영양에서 산나물축제가 열려요. 그때 오시면 제철 맞이한 산나물을 마음껏 드실 수 있어요. 그때 한 번 더 오세요."라고 말했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영양군청 주변 및 영양재래시장, 일월산 일대에서 '제7회 영양산채한마당'이 개최된다.
- ▲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경상북도 영양군청 주변 및 영양재래시장 인근, 일월산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7회 영양산채한마당'의 안내책자.
이번 축제에는 참나물, 곰취, 나물취, 어수리, 다래순, 고사리, 두릅 등 50여 가지 산채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산나물 직거래장터와 요리 및 시식, 향토음식 먹거리 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일월산 정상 일원에서는 산나물 채취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전문가와 함께 산나물을 채취하며 산나물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첫댓글 내고향 영양 인데 산나물 축제 갔다았는데요. ....
일월산에 나물이 많다고 TV에서도 나오던데, 잘갔다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