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1 뜬다. 뜬다. 밥알이 뜬다. 고두밥 쪄서 누룩과 섞어 단지에 넣고 물 붓고 술 약 넣고 옷 입혀 기다리니 아부지 좋아하는 술이 익어간다. 술향기 맡고 어찌 가만히 있으랴. 맑은 술 한 그릇 떠 맛을 보신다. 캬! 맛 좋다. 정수(精髓)가 빠진 고두밥은 밥알이 되어 단지에 그릇에 배속에 둥둥 뜬다.
2 돈다. 돈다. 세상이 돈다. 어머니 술단지에서 찐다지 퍼내 채에 걸러 막걸리 만드신다. 막걸리는 아부지 마시고 남은 찌꺼기는 사카린 섞어 입맛 다시며 구경하는 우리들의 주린 배 채우신다. 술 찌끼미 달콤한 맛에 세상이 돈다. 우리 볼이 익어간다.
3 누구를 미혹(迷惑)하든 말든 상관없다. 밥알은 밥알대로 누룩은 누룩대로 혼은 혼대로 다 던지고 그 자리로 돌아간다. 도가집 술이 되어 팔려 가도 좋고, 농부집 밀주가 되어도 좋다. 동동주가 되든 막걸리가 되든 술찌끼미가 되든 상관없다. 어차피 세상은 돌고 도는 것. 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된다. 기름이 된다. 다시 태어난다. 오유(烏有)선생이 된다. 백의동자(白衣童子)가 된다. 2024. 11. 19. 울집 빌라 베란다에서 본 여명 앞동산 성미산의 만추 |
첫댓글 詩좋고 그림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