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답사기 - 누들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경우는,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창원 답사를 일요일에 하려다 다시 변경되어 8일 토요일에 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 반 이상은 포기, 내지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창원통합시 중 舊 창원지역, 그 중에서 시내지역으로-구제역 등의 문제 때문에- 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대로 제가 다녀온 흔적을 올려볼까 합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먼 곳부터 시작하여 가까운 곳으로 움직이는 방향으로 동선을 짰고, 첫 답사처는 성주사였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집으로 올라봅니다. 우리 카페에 올라 있는 글과 사진들을 떠올리며 걷습니다. 동종을 지나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니 대웅전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들이 빚어내는 공간이 아름답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네요.
신도들이 그리 많이 와 있지는 않았지만 대웅전, 영산전, 삼성각, 지장전 등 모든 전각에 한 명 이상이 자리를 잡고 불공을 드립니다. 대웅전에는 스님의 독경이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지장보살상과 감로왕탱이 있는 지장에서는 재를 올리고 있으니 내부촬영은 포기합니다. 마음껏 찍을 수 있는 석탑만 이리저리 살피며 찍어봅니다.
지장전 아래 있는 건조장에서는 메주가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삼성각 섬돌로 쓰이는 돌이 석탑재라고 어느 자료에서 봤던 것이 기억나 지정전 쪽에서 다시 삼성각으로 가 봅니다. 저로서는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용화전 관음보살님-존상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지요?-을 뵙기 위해 입구로 걸어 나옵니다. 부도전의 부도는 그대로인데 관음보살님이 있다는 용화전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아뿔싸! 새로 지은 관음전으로 옮겼다고 하네요. 다시 절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합니다. 관음전이 어디 있는지 못 봤을 뿐더러 신도가 안에 있으면 촬영도 어려우니까요. 그저저나 이젠 좁은 창살에서 벗어나 좋으시긴 하겠지만 저처럼 일반 답사객들은 사진 찍기 힘들어졌겠습니다.
불모산동 폐사지 셋을 대상에 올려놓았지만 결국 한 군데도 가지 못했습니다. 우선 안나푸르나 카페 근처에 있다는 (2)는 가기 전에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더 조사해보니 2008년에 작성된 ‘창원 천선지구 일반산업단지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라는 자료를 찾을 수 있었는데 유구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서였습니다.
석불좌상 등이 있는 (1)은 성주사에서 내려오는 길 기준으로 안나푸르나 카페 입구 지나 왼쪽으로 꺾은 뒤 오른쪽에 보이는 시멘트길을 따라가면 될듯합니다. 하지만 이 길은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놓았네요. 반대쪽, 즉 불모산저수지 아래쪽으로 가보았습니다. 사전조사에서 볼 때 저수지 아래, 한국전기연구원 근처에서 접근하는 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쪽 길도 승용차로 가기엔 어려웠습니다. 그 위쪽으로는 공사 중이기도 했고요.
석탑재 등이 있다는 (3)은 삼정자동마애불 입구에서 산 쪽으로 난 길을 계속 가야 하는데 역시 승용차가 운행하기는 무리더군요. 걷기 싫어하다보니 결국 두 곳 다 가지 못한 셈입니다.
그래서 결국 성주사 다음 답사처는 삼정자동마애불이 되었습니다. 누들스님이 알려주신대로 잘 찾아갔습니다. 역시 자료를 찾아보니 근처 개발할 때 이 마애불이 잘 보존되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있던데 이 정도면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곡사로 향했습니다만 이런! 일주문이 해체되어 있네요. 공사안내문에 따르면 지난 달 20일까지 종료되었어야 하지만 이제 겨우 해체만 한 수준이니 일주문을 보려면 한참 뒤에 이곳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좁은 대지에 비로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을 앉힌 법당 마당에 들어섭니다. 비로전을 열고 들어가니 비로자나불좌상이 반기는군요. 얼굴은 많이 마모되어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공사중이어서 ‘볼 수 없는’ 일주문 옆에 서 있는 석탑을 바라봅니다. 이런저런 석재와 새로 만든 것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탑에서조차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과 사랑은 아직 없습니다.
성산패총으로 향합니다. 패총 관련 유물 유적보다는 용화전석조여래좌상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공장지대를 내려다보고 있군요.
이 부처님 만나러 가는 길가에 있는 상반신만 남은 이 불상은 어떤 인연을 따라 또 여기에 있는 것인지요? 애잔합니다.
창원시 중앙동(외동) 601번지에 있는 외동석불좌상을 만나러 갑니다. 문화유적총람 자료에 법정사에 있다고 되어 있어 입력해보니 검색이 안 되어 주소를 입력하고 찾아갑니다. 가보니 법청사군요. 창원병원 뒤 왼쪽에 있습니다. 절집에서 세워둔 설명판에는 나말여초에 조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인된 설은 아닌 듯합니다. 제작연대야 알 수 없지만 제법 우람하고 겉으로 보기로는 근래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 여겨집니다.
용지공원에 있다는 불모산동 사지 삼층석탑을 보러 갑니다. 그런데 내비는 저를 창원시립도서관으로 안내합니다. 어쩌면 제가 먼저 우회전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요. 도서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뒤로 올라가니 호수도 보이고 용지공원이 맞겠다 싶더군요. 휘휘 둘러봐도 탑도 비석군도 안 보이기에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도 충혼탑과 해병대 훈련대탑만 알려줄 뿐이더군요.
고민하다 누들스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실 제가 일요일에 답사를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쪽지를 보내주셨더군요. 비록 다녀온 뒤에야 확인했지만. 일요일 오전 다른 일정이 생겨 답사를 토요일로 당기고도 누들스님께 알려드리지 못해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누들스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창원세무소 쪽 용지공원 안의 탑과 비석군을 잘 보았습니다. 영화관 입장 직전에 전화를 받으신 누들스님은 봉림사지 찾아가는 길이 어렵다며 걱정해 주시더니 영화 끝나자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마침 제가 봉림사지 안에 있어 전파가 잘 안 잡혀 통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요. 전화로만 들었지만 따뜻한 정이 듬뿍 묻어나는 목소리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제 봉림사 관련 유적들을 찾아 나섭니다. 먼저 상북초등학교로 가서 삼층석탑을 봅니다. 학교 안에 있는 문화재의 경우도 깊이 숨어 있어 종종 쉽게 찾지 못했는데 이 탑은 교문 바로 옆에 있어 바로 눈에 뜨입니다. 지붕돌들이 많이 닳아 없어졌군요.
이어 봉림사로 갑니다. 주택가 끝에 봉림사와 봉림사지란 표지판에 있고 봉림사보현관 및 공부방 등도 있지만 정작 봉림사는 이 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무척 규모가 큰 대웅전과 그 전각에 어울리게 큰 불상을 모시고 있지만 정작 문화재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과 목조 관음․대세지보살상은 공개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종무소에 계시던 여성분의 말로는 스님이 제대로 모실 수 있는 전각이 완성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으실 생각이라 하셨다네요. 이 절집 소유이니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유쾌하진 못했습니다.
다음엔 창원CC로 향합니다. 문화재 답사 중 골프장으로 간다니 좀 느닷없는 일이죠? 사실은 이 골프장 안에 ‘봉림동마애보살입상’으로 불리는 마애불이 있다기에 찾아가는 길입니다. 경비는 거칠게 그런 것 없다고 나가라 하지만 그대로 클럽하우스 앞까지 차를 몰고 올라갑니다. 들어가서 물으니 총무과로 가보라더군요. 총무과장님, 참 난감해 합니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는데 이분들로서는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골프장에 골프를 칠 목적이 아닌 사람을 돌아다니게 할 수도 없고, 혹시라도 골프공에 맞아 다칠 수도 있다며 손사래를 젓습니다. 간곡히 말씀드리니 결국 직원을 시켜 봉고차에 태워 안내해줍니다. 동코스의 1번 홀 아래, 7번 홀 위쪽 지점에 마애불이 있습니다. 규모도 작고, 크게 볼품 있는 것도 아니지만 또 자리는 왜 그리 잡으셔서 여러 사람 애먹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마애불 답사를 희망할 경우 사전에 공문(?)을 보내달라고 하시더군요. 결재를 받은 다음에 허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개인이 학술목적도 아니면서 답사를 신청할 경우 허락을 해줄지는 알 수 없겠습니다. 불청객을 쫓아내지 않고 안내해준 골프장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봉림사지는 바로 이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가 봉림마을로 들어서야 합니다. 대략 길이 왼쪽으로 구부러질 때 오른쪽 집들을 보면 고동색 문화재 표지판이 하나 보이며 1.1KM 가면 봉림사지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면 곧바로 오르막 시멘트도로가 이어지는데 ‘무슨 1KM가 이렇게 멀어?’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정면에 주황색 지붕의 2층 벽돌집이 보입니다. 여기서 우측을 보면 다시 ‘봉림사지 250M'라는 표지판이 있지요. 누들스님이 끝까지 가도 차를 돌릴 데가 있다고 해준 말씀 덕분에 걱정하지 않고 차로 올라갔습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봉림사지 앞에 서니 허무합니다. 한 때 찬란했을 이 절집의 역사는 어디론지 사라지고-물론 그 중 탑과 진공대사보월능공탑 및 탑비의 행방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별다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봉림사지에서 나온 게 4시 20분 경. 고민합니다. 나머지 한 군데 어디를 갈 것인가? 창원향교? 백월산 북사지? 결국 창원향교 옆을 그냥 지나치며 북사지로 향합니다. 백월산 북쪽인 창원시 북면 월계리를 통해 백월암으로 향합니다. 백월산장을 지나 개울을 건너니 백월암 가는 길은 철문으로 닫혀 있어 더 이상 차를 몰고 갈 수 없습니다. 안쪽에서 자물쇠로 잠갔고, ‘개인 소유의 땅이니 입산은 금지하고 암자에 갈 사람들은 도보로 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우렁찬 멍멍이 소리를 들으며 백월암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북사지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고, 대웅전 뒤 추녀 끝에 보관 중인 출토된 석불 및석불대좌편만 보여줍니다. 사정사정 해봐도 땅주인이 싫어한다며 겨우 석탑은 건너편 계곡 대나무숲 사이에 있다고 넌지시 알려줄 뿐입니다. 백월암 아래 민가 앞마당을 갈로질러 대숲에 가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정성이 부족했나 봅니다. 주위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기운도 빠지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우두망찰 상념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