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귀신 들린 여자
1월12일 저녁 8시 30분 경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역에서 연산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범일역에서 문이 열리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지하철을 타자마자 간절한 눈빛으로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내 팔을 붙잡고 살려 달라 하면서 횡설수설하는데 처음엔 돈을 달라고 구걸을 하든지 꽃뱀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숨이 가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이 일거려지고 입이 비틀려 있었고 두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말을 대충 정리해 보니 자기에게 귀신이 들렸는데 자기를 죽이러 쫓아오는 사람이 있고,
어떤 스님이 귀신을 쫓아 준다기에 1,000만원을 주었는데 아무 효과가 없었고,
가족들이 자기를 잡아 정신병원에 넣으려고 하여 도망 나왔다고 한다.
내가 그녀에게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연신 꺼덕거렸다.
우선 한숨을 푸욱 쉬라고 했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숨을 마시고 또 다시 천천히 내쉬라고 했더니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귀신같은 것은 없고 마음이 불안하여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니 얼굴이 찌그러지고 팔을 떠는 것뿐이니
계속해서 숨을 천천히 쉬면 다 풀린다고 천천히 일러 주었다.
두 정거장도 지나기 전에 얼굴이 펴져 편안해 지고 팔도 떨지 않고 아주 평안해 졌다.
창밖을 보니 벌써 내가 내릴 연산역이었다.
괜찮으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계속해서 숨만 천천히 쉬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일러 주고 어깨를 감싸주고 황급히 내렸다.
걸어오면서 생각하니 언제든 찾아오라고 명함이라도 줄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평안을 찾기를 마음 깊이 빌었고
호흡이 이렇게 중요하고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 나도 놀랐다.
작년에 플로리다에서 파킨슨병에 걸린 노인을 보았는데,
등이 곱사등 같이 구부러지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천천히 허리를 펴고 한 걸음 옮기면서 숨을 마시고 또 한 걸음 옮기면서 숨을 내쉬어 보라고 권했더니
바로 정상인과 같이 걸었다.
그 노인이 놀랐고 그 분 부인도 놀랐는데 내가 더 놀랐다.
평소에 공황장애나 간질병도 정신 장애나 신경 장애가 1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종국에는 숨을 제대로 못 쉬기 때문에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니까 호흡만 천천히 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오늘 값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경헙을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