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졸업장 수여식?
2월은 학년말이다. 학교 교문 앞을 지나다보면 '2024학년도 졸업장 수여식' 이라는 현수막을 더러 본다. 대부분 '졸업식'이 아니고 '졸업장 수여식'이다. 예전 '졸업식'이란 말이 어느 순간에 '졸업장 수여식'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뜨아', '아아', '맥날', '버카', '생파'처럼 줄임말이 대세라 그런지 어느 고딩이 '졸업식'은 '졸업장 수여식'의 줄임말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차원이라면 줄임말인 '졸업식'을 써야지 굳이 긴 말인 '졸업장 수여식'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졸업장 수여식'이 '졸업식'보다 좀더 멋있어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탓일까? 어떤 분은 대학에서 '졸업식'을 '학위 수여식'이라 하여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현직에 있을 때 현수막에는 '졸업장 수여식'이라고 내걸었지만 학사일정 등 공식적인 문서(서류) 상이나 말을 할 때는 '졸업식'이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수여(授與)의 사전적 의미는 '증서, 훈장, 상장 따위를 줌'이라고 되어 있다. '졸업식'이 아닌 '졸업장 수여식'에서는 그 의식의 중심은 졸업장을 주는 사람, 즉 학교장이 되고, 중심이 되어야 할 졸업생은 들러리가 되는 거다.
졸업장 수여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보여주기, 축사, 송사, 답사, 상장 수여, 표창장 수여, 졸업식 노래 부르기, 축하 공연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졸업식'이 '졸업장 수여식'보다 더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것 같다.
졸업식 노래가 생각난다. 졸업식 노래는 제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부르던 '물러받은 책으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 그 노래 가사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가사를 개사하여 부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괜찮고 좋았다.
장소 문제로 재학생 참여 없이 졸업생과 학부모 참석만으로 식을 진행하게 되어, 3절로 이루어진 그 졸업식 노래를 부를 수 없어 졸업을 의미하는 새로운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 창작된 노래도 있었고 알려진 가요로 대체하기도 했다. 요즘엔 '이젠 안녕' 등의 가요로 떼창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우리는 전통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졸업식'이면 어떻고 '졸업장 수여식'이면 또 어떤가? 퇴임한 지 수 년이 지났는데도, '졸업식' '졸업장 수여식'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평생을 학교에 몸담았기 때문일까? 다만 졸업생들이 졸업에 담긴 그 의미를 가슴에 담아가길 바란다.
졸업이라는 의식을 통해 학생은 한층 더 성숙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졸업생들의 졸업을 축하한다. 앞날에 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내 손녀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여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