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물을 기다리는 열 아홉
MTB의 새로운 기대주 권순우 선수
권순우 선수는 현재 만 스무 살이 채 안된 열아홉이다. 올해 의정부 공고를 졸업하고 의정부 시청으로 소속을 옮겼고 지난 4월, 제12회 대통령배 전국산악자전거(MTB)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크로스컨트리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반부 데뷔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얼마 전 권순우가 제17회 아시아 산악자전거(MTB)대회 겸 제3회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주니어부 크로스컨트리 첫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산악자전거의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editor 송해련 photo 이성규
의정부시청의 권순우가 제17회 아시아 산악자전거(MTB)대회 겸 제3회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주니어부 크로스컨트리 첫 우승을 차지했다. 권순우 선수는 지난 6월 13일 중국 소주에서 막을 내린 남자 주니어부 크로스컨트리에서 1시간15분41초369를 마크, 일본의 도키(1시간16분28초524)와 하미드(이란·1시간22분32초948)를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올해 의정부공고를 졸업한 ‘신예’ 권순우는 지난 4월 제12회 대통령배 전국MTB대회에서 성인무대 첫 우승을 신고한 뒤, 처녀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 산악자전거의 새로운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아시아 산악자전거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던 권순우 선수와 인터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알려온 승전보라 더욱 반갑고 기뻤다.
새로운 다크 호스의 등극
제17회 아시아 산악자전거(MTB)대회 우승
최근 각종 MTB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새로운 다크 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권순우 선수와의 만남은 중국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에 이루어졌다. 작년 제천 아시아선수권대회 주니어 우승, 그리고 지난 제2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우승과 대통령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와 미시령힐클라임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당당하게 주니어에서 상급자 부문으로 올라와 우승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는 그. 당차고 파워풀한 그를 예상했지만, 인터뷰 전 머릿속에 그렸던 권순우 선수의 모습은 지금 여기 없다.
아직은 소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19살의 MTB 남자 선수.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 앞에서 긴장한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며 멋쩍어 하는 그는 만 스무살을 기다리는 아직은 소년임이 분명했다.
권순우 선수는 지금 변화의 시점에 서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자전거 세계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적었다. 불과 3~4년 전 만해도 그는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고, 생각할 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그는 아주 단순해 졌다. 그리고 아주 잠시라도 최근의 성적들 앞에 잠시 우쭐해져도 좋건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사람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선수는 올해 의정부 공고를 졸업하고 의정부 시청으로 소속을 옮겼고 지난 4월, 제12회 대통령배 전국산악자전거(MTB)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크로스컨트리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반부 데뷔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충북 제천시 용두산에서 열린 대회 남자 일반부에서 1시간37분38초60을 기록, 박창민(하이랜드스포츠·1시간38분38초10)과 신동렬(BMW SCOTT X1·1시간39분58초30)을 따돌리고 일반부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한국 MTB의 단단하고 올 굳은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권순우 선수의 우승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권순우 선수는 제2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에서도 우승을 하면서 그가 운이 아닌 실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리고 또다시 제17회 아시아 산악자전거(MTB)대회 겸 제3회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주니어부 크로스컨트리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의 성장 가능성에 아주 강력한 터보 엔진을 달았다.
핀 수영선수에서 MTB선수로
인생의 멘토를 만나다
권순우 선수는 원래 핀수영 선수였다. 핀수영은 일반 수영과 달리 핀(오리발)이라고 불리는 경기도구를 착용하고 해야 하는 수영종목으로 초등학교 때 시작된 수영의 세계에서 고등학교 진학 전까지 운동 속에 빠져 사는 남자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처음 동네에 있는 어린이 수영 교실을 엄마 손에 이끌려 가게 되었는데, 수영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죠. 중학교에서 수영선수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핀수영 종목이었는데 사실 제 키가 작아 핸디캡을 갖고 있기는 했어요. 그즈음 학교 진학 문제를 앞두고 원치 않게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렇게 혼란기를 겪을 무렵, 아버지께서 운동하던 녀석이 운동을 그만둔 것이 안쓰러우셨는지 취미삼아 타보라며 산악자전거를 사주셨어요.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MTB마니아이시도 했고,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할 만큼 스포츠를 좋아하셨거든요.”
그렇게 자전거에 오른 권순우 선수의 운동DNA는 타고 난 것인지, 아님 후천적 승부사 기질 때문인지 MTB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그는 대한민국 MTB선수로 우뚝 섰다.
“뭔가 하나에 몰두하면 깊이 빠지는 성격이에요. 수영은 실내에서 하고, 핀 수영은 밖으로 나가봐야 저수지였는데 MTB는 산에서 달리고, 자전거와 사람과 접촉하고, 들고 뛰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내 몸에 접촉되는 모든 것들이 두려웠어요. 겁도 많아서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죠. 처음에는 흙이 있는 길은, 돌이 있는 길은 자전거를 타고 가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물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더라구요. 접촉이 좋고, 수영장이 아닌 자연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도 좋았어요. 사람들이 하나 둘 알려주는 자전거 테크닉을 배우면서 더 재미가 생겼어요. 하나하나의 기술을 완성해갈 때마다 느끼는 희열이 자꾸 자전거에 오르게 하더라구요.”
그는 자전거가 가진 스피드, 기술적인 테크닉, 트라이얼까지, 복합적으로 자신의 세포를 깨우는 아주 멋지고 복합적인 운동이라고 MTB의 매력을 설명했다. 산에 적응해가는 자신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게 되면서 더욱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이환열 코치와 만나게 되면서 체계적인 MTB의 세계로 들어왔다.
“MTB 선수육성 교육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환열 코치님은 저의 멘토같은 분이에요. 제가 들어간 의정부 공고는 MTB팀이 아닌 사이클 팀이었기 때문에 장거리를 타는 선수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지구력도 딸렸고, 근력도 모자랐고요. 그러나 수영 선수로서의 경력이 폐활량에서는 우위를 가질 수 있었고, 이환열 코치님이 알려주는 훈련법과 훈련일지를 꾸준히 써가면서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제가 다니던 학교의 사이클부 김영수 감독님, 오윤환 감독님도 저에게는 잊지 못할 감독님들이에요. 그리고 운 좋게 최병창 의정부시청 감독님을 만나게 되면서 저는 또 하나의 큰 힘을 얻었어요.”
승승장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우승의 순간을 그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요즘이지만 사실 그에게도 뼈아픈 기록들은 많다. 고2 첫 번째 나간 체전은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았다. 이환열 코치로부터 배운 것도 많았고, 자신감도 있었지만 막상 대회에서는 너무 빨리 포기했다. 모든 기량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포기해 버린 첫 번째 체전은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대회로 남아있다.
“그러나 빨리 잊어버리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죠. 지금까지 저의 수상경력들은 시기도 잘 맞았고, 운도 좋았기에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체전 때는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같아요. 프로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저 자신에 대한 믿음도 책임감도 부족했던 때였죠. 그러나 졸업과 함께 의정부시청 소속이 되면서 아무도 저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생기고, 스스로 훈련하고 혼자 이겨내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정부시청 소속이 되면서 용돈도 많이 늘었어요. 처음에는 마냥 좋았는데 이제는 돈의 의미도 알 것같아요. 그것은 곧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책임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제가 자전거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인 것같아요. 전, 정말 자전거가 좋아요.”
포기와 목표 사이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에서의 진화
최근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상급자 부문으로의 화려한 신고식을 하고 있는 그이지만, 그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즐기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모든 스포츠는 도전이라는 말도 건넸다. 그것이 수영이든, 자전거든. 그리고 도전 자체가 즐거운 것이고 이왕 시작한 도전이라면 끝까지 가보는 것이 맞을 것이란다.
“무엇인가 하나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에요. 그것이 한 달이 걸리든 일 년이 걸리든 될 때까지 해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죠. 그리고 노력을 하면 눈에 보여요.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저를 보는 일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거든요. 스탠딩을 처음 배울 때, 무척 두려웠어요. 하지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기술이 몸에 익혀지고 있고 주변의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죠. 자전거를 제대로 못 타던 녀석이 산에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옆에서 계속 격려를 해주었어요. 엄마요? 엄마는 저의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주시는 것으로 저에 대한 믿음을 주시는 것같아요. 먹는 것을 워낙에 좋아하거든요. 전 배가 두둑해야 자전거를 잘 타요.”
자장면, 피자, 치킨, 아이스크림, 과자를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식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권순우 선수는 또래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하는 스무살 청년이다. 술은 가끔 맥주 한잔정도, 담배는 피워보지 않았다. 평소에는 순한 양같은 성격이지만 운동을 할 때는 짐승이 된다. 그는 돈보다는 열정이 있는 스포츠의 세계가 좋고, 목표와 꿈이 있는 자신의 삶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서 누군가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잃는 것과 얻는 것의 균형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 남의 판단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운동도 중요하지만 친구도 중요해요. 제 나이 또래의 삶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죠.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스무 살 무렵의 남자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PC방에서 온라인 게임도 즐기고, 치킨과 맥주 한잔에 수다도 떨구요. 연애요? 연애는 아직. 가끔 운동 마치고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집에 들어오는 것을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에 대한 관리는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맥주에 치킨을 먹으며 수다를 떤 다음날은 한 시간, 두 시간 더 운동을 하거든요.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권순우 선수는 여전히 스타트 선 앞에 서면 쿵쾅 거리는 심장을 억제하기 힘들고 여유 있어 보이는 선배 선수들 앞에서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만큼 회복도 빠르고 테크닉과 스피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함께 비췄다.
“스타트 선 앞에 서면 얼굴은 웃고 있지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선배 선수들을 보면 너무도 여유로워 보여서 정말 부러워요. 저도 그럴 때가 오겠죠? 떨리는 마음으로 시합 전날 수 없이 그려봤던 로드 이미지를 떠올리며 경기에 임하지만 생각대로 될 때는 아직 별로 없어요. 대회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조금씩 몸이 풀려오기는 하지만 아직 대회에서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봐요.”
인터뷰 중에서 내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마음속의 말들을 찬찬히, 그리고 조용히 찾아내어 가는 권순우 선수의 모습은 대회장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앞으로 끊임없이 달려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일 때는 대회 스타트선 앞에서 보았던 승부사의 눈빛이 언듯 비치기도 했다. 앞으로 자전거 타고 국내, 그리고 유럽까지 여행해보기, 부상 없이 안전하게 자전거 타기, 시간 나면 본방 사수 못한 드라마 보기, 좋아하는 추리 소설 읽기 등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스무살 청년 권순우는 아직도 성장하고,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성장과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최근 캐논데일에서 플래시 모델을 스폰받은 후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권순우 선수는 인터뷰 이후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고, 처녀 출전한 주니어선수권의 우승까지 전해왔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그의 승전보를 기대한다.
첫댓글 **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순우~~~.. 기사내용과같은 순우의 열정과 심장은 멈추거나 그칠줄 모릅니다..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고... 야!!! 쑨우야.. 얼굴보기 심들닼ㅋ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를실천하신 혁인이 형님 대단 하셔요! 추카추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