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9)
2009-09-28 11:44:13
263차 남한산성 산보기
2009. 9. 28. / 밉상 박광용
산행일 : 2009. 9. 26. (토), 맑음
코스 : 마천동 산성입구-남쪽계곡-능선-수어장대바깥-서문-(성안으로)-북문-연주봉-능선-마천동
참가자 : 병욱, 은수, 해정, 길래, 진운, 광용. (총 6명)
우~~씨~~ 산행기 내보고 쓰란다. 하기사 지은 죄가 많으니 그냥 넘어갈 산우들도 아니다.
못이기는 척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263차 산행은 원래 내가 대장으로 삼악산이 예정돼 있었으나, 내가 성묘를 가기로 돼있어 은수에게 변경을 요청했더랬다.
갈 수 없는 산행이라 여러 정황만 살피고 있는데, 금요일인가, 우리 누님이 먼저 성묘 다녀왔다 카네.
아부지 산소 벌초 다 해놨더라 카는 기라. 그래서 급하게 계획을 변경, 일요일 예식장에만 다녀 오는 걸로……
근데 나는 그때까지 우리 산행일이 일욜인 줄 알고 있었다.
지난 금욜, 모처럼 상구기가 보낸 <옛 1~4공 대장 집합> 문자에 소주잔이나 기울이자며 달려간 미금역에서,
옛날에 산행기 한 편과 맞바꾸어 선달님이 져주겠다고 언약한 당구에서 두 판이나 내가 박살 나버렸다. 요새 뭐가 되는 기 엄노??
최근 몸과 마음이 허전함을 느낀 상구기는 고등고시가 10/25이라 카는데, 이제부터 공부 시작하몬 얼마든지 붙을 수 있단다.
그래서 내하고 갱호가 먼저 축하부터 해 줘버렸다. 상구가, 잘 될 끼다. 걱정마라…
그날 집합에 빠진 인서비는 북창동에서 뱅우기캉 놀고 있었는데, 집에 가면서 내게 전화해서는
“니 내일 뭐할 끼고? 내하고 같이 산에 가자.”
“오데 가는데?”
“야탑에서 올라가가 남한산성 아~들하고 만나야지?”
“남한산성이 내일이가?”
“야~가 뭐라 카노?”
“그래? 나는 일욜인 줄 알았네? 그라몬 낼 몇 시에 어데로 가꼬?””
“그래. 내일 아침에 서로 연락하자”
이러고는 담날 아침, 아무 소식이 없기에 문자를 날렸다. 그 답장으로
<와~~ 술이 안 깨네. 우리도 그냥 수서역으로 가자>
<그래? 그라자. 근데 수서역 맻 시고?>
<9시반>
<알따>
이러고는 얼마 후,,, 다시 날아든 문자에는
<강용아, 오늘 내는 몬 가겠다. 술이 도저히 안 깨네.>
<그래? 그라몬 오늘 푹~ 쉬어라. 내는 갔다 오께.>
이렇게 하여 혼자 판단에 수서역으로 가는 것보단, 마천동으로 바로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아 집 앞에서 버스를 탄다.
마천동 버스 종점에 마련된 쉼터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다양해졌다. 패션도 알록달록,
내가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그때에는 온통 검정색 일색이었는데, 이제는 디자인도 색상도 다양하고 액세서리도 훨씬 많아졌다.
한참을 기다렸다. 수서역에서 9시40분에 출발한 30산우들은 10시10분이 되어서야 나타난다.
쉼터에 설치된 산행안내판 앞에서 사진 하나 찍고 출발이다.
땜빵 대장을 명 받은 뱅우기의 인솔로 가능한 한 오른편으로 붙는다.
오른편에 군부대 울타리를 끼고 한참을 오르면서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는, 능선으로 오르는 사면을 빡세게 치고 오른다.
능선에 올랐을까?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진 쉼터에서 사과 한 입으로 갈증을 달랜다.
아직 여름이 다 지나가지 못한 듯, 어젯밤 마신 술기운에 온몸이 후텁지근하고 땀이 밴 등에서는 끈적끈적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 길은 다니는 사람들이 비교적 드문 코스다. 경사가 워낙 급해서 그런지 다시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 성곽 벽이 눈을 가로 막는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다. 오른쪽으로 돌아 남문으로 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왼편으로 돌아 서문으로 가는 게 좋을지? 뒤따라 오던 뱅우기가 왼쪽으로 가잔다. 그래 서문으로 가자.
성곽을 따라 가는 길이 생각보다 훨씬 멀기만 하다. 조금은 소란해진 것으로 보아 서문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이제서야 생각컨데, 아무래도 우리가 성곽과 맞딱드린 곳이 서문에서 남문방향으로 3분의 2 정도 되는 지점인가 보다.
떡장수, 아이스케키 장수, 오뎅장수, 깡냉이장수,,,,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겠다.
서문 안으로 들어와서 북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완만하고 넓은 길을 버리고 성곽을 따라 가는 좁은 계단길로 들어선다.
12시가 가까웠기로 북장대터 부근에서 자리잡을 심산이다.
북장대터에 이르자 은수가 먼저 먹잔다. 모두의 배꼽시계가 대충 맞아 들어가나 보다.
널따란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으니, 또 내가 병우기 옆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
근데 뱅우기는 뭔가 하나가 빠졌다며 또 다른 방식으로 마나님 자랑에 열을 올린다.
해정이는 오랜만에 나와서 모처럼 좋은 곳에 앉아서 팔을 쭉 뻗는 순간 “뿌직”하는 소리의 정체는??
덩치에 어울리게 세 번째 다리가 너무 무거운 탓일까?
지금까지 아무 탈 없었던 접이의자가 부러져버렸다.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네?
어디 가나 홍어 얘기가 나오면 말들이 많은가 보다. ‘
홍어와 가오리가 같은 것 아니냐’부터 ‘만만한 게 홍어좆’이란 말의 기원까지,,,,,,
결국에는 뱅우기가 TV와 횟집 주인장의 말을 빌어 온갖 속설을 토해낸다.
<홍어애기보>, <홍어애>에 이어 나중에는 ‘홍어는 암수한몸으로 새끼를 낳는다’는 데까지 이른다.
평소의 뱅우기 인품으로 봐서 아무도 그 속설을 믿는 산우가 없자, 얼굴에 핏대를 올리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나중에는 은수가 홍어전문가에게 전화까지 해보는 사태에 이르고….
내가 갖고 간 복분자 술이 입에 맞았던지, 뱅우기가 갖고 온 흑맥주와의 소맥이 좋았던지,
몇 잔을 연거푸 마시던 길래가 조금 말이 많아졌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 길래가 추석연휴 첫날(10/02, 금) 번개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그날 청계산에서는 억수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라 하니, 시간 되는 산우들은 적극 참석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한 시간에 걸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북문으로 향한다.
급한 계단을 내려가면 보수중인 북문을 빠져 나와 다시 서문 방향으로 성문 밖에서 연주봉으로 향한다.
내가 처음 이 길을 다닐 때에는 겨울 눈이 덮혀있어 굉장히 험한 길이었는데,
이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고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안팎으로 길을 일부러 만들어둔 것 같다.
무릎을 감싸는 세어질 대로 억세어진 잡풀을 헤치고 올라가면 어느덧 연주봉옹성이다.
여기서 뱅우기는 오른쪽으로 간단다. 연주봉옹성 끝에서의 길이 아리까리 하여 ‘미리 왼편으로 건너가서 가자’ 했더니
산행대장 뱅우기가 화(?)가 난 모양이다.
“그라몬 강요이 니가 산행기 써라”
하면서 말이지…… 뱅우가 니 오른쪽으로 가봤나? 글로 가몬 길이 없거나 아니면 억수로 급한 경사길이다.
결국,,,,,,, 이렇게 하여 산행기 붓이 내게로 오게 되었는데…… 우짜겠노? 내가 지은 죄가 많으니 운명으로 받아들여야겠지?
실은 뱅우기 글이 더 맛있는데……
(산강이 산행기 쓰게 된 그 갈림길의 코스모스 앞에서~~~)
능선 따라 내려가고,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마천동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시 급한 경사길을 내려 성불사가 아닌,조금 벗어난 마천동으로 하산한다.
뱅우기와 인서비가 개발한 마천동 고디이횟집의 약간만 숙성된 고등어회, 별미다. 요즘이 제철인 전어까지……
산에서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마지막 전어 몇 점을 결국 남기고 만다.
산에서 결론 짓지 못한 얘기가 다시 반복되고, 횟집을 빠져 나온 산우들은 버스정류소 앞 호프집을 지나치지 못한다.
해정아 잘 무웄다. 고맙다. 그리고 모두 잘 들어갔제?
이번 주말에는 원래 산행계획에 없지만, 길래 선사가 번개산행을 기획하고 있다 하니 모두들 나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10/02(금) 청계산이 쫌 시끄럽겠다.
30산우 모두, 추석 명절 잘 쇠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