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얘기가 들릴 때마나 국정이 휘청입니다..
윤석렬 대통령 예전 검사 시절 국회에 나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전 국민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고, 저도 좋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요한 방해와 압력에도 여권 핵심에 대한 수사에 물러섬이 없었습니다. 국민들의 신망은 두터워졌고, 국민의 힘이란 고장난 배를 타고서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윤석렬의 모습은 낯선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얘기가 보도되고, 그 때마다 국정이 뒤집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기억나는 두 가지 사례를 들겠습니다.
첫째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 수사 관련하여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외압 논란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박정훈 대령은 정상적인 수사를 통해 임모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련자들의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시하여 관할 경찰서에 이첩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사태가 급변합니다. 그 소식을 접한 대통령이 '격노하였다'는 것입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급히 국방부에 지시가 내려왔고, 박정훈 수사단장은 임사단장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하지 말 것을 요구받았다고 합니다. 박정훈 대령은 이를 불법부당한 외압으로 판단하고 법규정대로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병대 사령관은 경찰서에 이첩한 사건을 다시 회수해 왔으며,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되고 항명죄로 군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습니다. 이는 군대의 기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고, 만약에 대통령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헌법과 법률위반의 직권남용이 명확해 보입니다.
둘째는 작금 문제가 되고 있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사건입니다.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듯이 최모 목사가 김여사에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몰카를 통해 이른바 명품 가방 수수 장면을 촬영하여 공개하였습니다. 최목사 주장은 영부인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런 했다고 합니다. 몰카는 물론 비열한 방법이고 그에 속은 영부인이 안된 점도 있지만, 국민 여론은 영부인에 동정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평소 영부인의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 중에 이미 김여사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있었고, 김여사는 영부인이 될 경우 공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단지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기자회견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김여사는 조신한 행보에 대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습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구 리투아니아 방문 시에 명품 거리를 찾은 것도 목격되었습니다. 영부인이 원래 미술 쪽에 조예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를 통해 문화국가에 대한 기여를 기대하였는데, 영부인의 명품 사랑은 문화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영부인은 국민들의 실망에 대하여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에 대한 정치인들의 요구 역시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책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하여 대통령이 또 격노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서실장이란 사람은 그것을 그대로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전달하였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 최고 수준의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서 얼토당토 않은 개그프로그램이 펼쳐졌습니다.
말 나온 김에 추가로 적어 봅니다. 가치 동맹, 자유 수호를 외치며 십자군 깃발들고 나가던 행보는 아찔할 정도였습니다. 미국 일본도 결국 이념이 아니라 국익을 쫓을 뿐인데, 우리는 무슨 국제적 사명감으로 평화와 안보를 저당잡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외교 안보라인에서 대통령의 친구이자 균형 감각이 있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초기에 벌써 물러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에서도 우리 군의 원로이자 독립운동 가문의 후예인 이종찬 광복회장 그리고 그 아들이면서 역시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교수의 얘기에도 귀를 닫고 있는 것도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알고보니 ‘안하무인’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나 의심이 듭니다. 자기 자신을 신성불가침으로 만들고 다른 모든 사람을 자신에게 충성케하려는 것이 아니었나 의심이 듭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면 그에게 권력을 쥐어줘 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 윤석렬이 외친 헌법정신이란 결국 그 자신의 오만한 권력의지가 아니었나 의심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