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의 종(鐘)’은 1945년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참상을 노래한 곡입니다. 당시 나가사키 의과대학 방사선과 의사인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일화를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
나가이 다카시(永井 隆)는 일본 방사선과 의사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1945년 원자탄 폭격으로 본인도 중상을 입고, 부인과 집을 잃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1951년 생을 마칠 때까지 원폭 관련 기록을 남기고, 평화와 사랑의 신념으로 일관한 분입니다.
나가이 박사는 1946년 나가사키 원폭의 참상을 기록한 <나가사키의 종(鐘)>을 출간하고자 하였으나, 당시 일본을 통치하고 있던 미국 사령부는 출간을 보류시켰고, 1949년에 비로소 출판이 허용되었습니다. 그 책에 감응하여 사토 하치루(佐藤 八郎)는 같은 제목의 시를 썼고, 고세키 유지(古関 裕而)가 작곡을 하였습니다. 1950년에는 오오바 히데오(大庭秀雄)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습니다.
‘나가사키의 종(鐘)’은 나가사키 우라가미 성당(浦上 天主堂)의 종으로서, 원폭 투하로 파괴된 성당의 폐허에서 부서지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작사 작곡자가 일본 태평양 전쟁 당시 군국주의를 북돋는 노래들을 만드는 데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동시에 전후에 이와 같은 평화와 참회의 노래도 지었네요. 감동적인 사연, 감동적인 노래입니다.
아래는먼저 일본 국민 가수 후지야마 이치로(藤山一郎)의 가창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사메지마 유미코(鮫島有美子)의 노래를 올립니다.
이어서 1950년 동명의 영화 영상과 노래 클립도 올립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나가이 박사의 삶과 죽음을 느낄 수 있고, 노래의 감동을 재현해 주고 있습니다.
https://youtu.be/ZWgKWgE5nFU?si=A3NgBlVZrvVBjEZx
https://youtu.be/XtbUovYooak?si=OefzriszomotT9l3
https://youtu.be/g4IZILhYNXA?si=SYQuB6J3NokryxLX
長崎の鐘(나가사키의 종)
작사:サトウハチロー 사토 하치로
작곡:古関裕而 고세키 유지
번역 : 정태욱
こよなく晴れた 青空を 悲しと思う せつなさよ うねりの波の 人の世に はかなく生きる 野の花よ なぐさめ はげまし 長崎の ああ 長崎の鐘が鳴る
召されて妻は 天国へ 別れてひとり 旅立ちぬ かたみに残る ロザリオの 鎖に白き わが涙 なぐさめ はげまし 長崎の ああ 長崎の鐘が鳴る
こころの罪を うちあけて 更けゆく夜の 月すみぬ 貧しき家の 柱にも 気高く白き マリア様 なぐさめ はげまし 長崎の ああ 長崎の鐘が鳴る | 너무나도 맑은 푸른 하늘을 슬프다고 생각하니, 애닯다. 굽이치는 파도와 같은 인간 세상에 덧없이 생겨난 들판의 꽃이여.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나가사키의 종 아아- 나가사키의 종이 울린다.
아내는 부름을 받고 천국으로 홀로 남은 이 몸도 떠날 차비를 유물처럼 남은 묵주(默珠) 묵주 알에 하얗게 떨어지는 나의 눈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나가사키의 종 아아- 나가사키의 종이 울린다.
마음의 죄를 털어놓으니 깊어 가는 밤 달빛이 스민다. 가난한 집의 기둥에도 숭고하고 하얀 성모 마리아의 모습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나가사키의 종 아아- 나가사키의 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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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박사의 저술들은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번역되어 읽히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의 종>, 박정임 역, 페이퍼 로드, 2021
<눈물이 마를 날은 언제인가>, 조양욱 역, 해누리, 2011
<묵주 알>, 이승우 역, 바오로딸, 2015
아래 <눈물이 마를 날은 언제인가>에 실린 나가이 박사에 대한 아들 마코토의 회상 일부분 옮겨 봅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 상공에 원자폭탄이 터졌다. 아버지는 나가사키 의대 구내에서 피폭되어 오른 쪽 머리 동맥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어머니는 우리 집과 함께 불에 타서 죽었다. 나와 여동생은 교외에 있었던 덕에 무사했다.
아버지와 우리는 불타버린 집 위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궁핍한 생활을 시작했다. 살아남은 피폭자들은 다들 비슷한 상태였으므로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 ... 우선 우라가미 가톨릭 교회를 임시로 세워 성모 마리아의 가호와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했다. 아버지는 병든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원폭의 폭심지를 중심으로 피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인간과 동식물의 방사선 장애를 조사하고 성장상태를 관찰했다. ...
아버지의 이런 행동에는 목적이 있었다. ...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외침을 피폭 생존자들의 한 목소리로 계속 외치는 일이었다. 나가사키 시민은 세상이 끝장날 때까지 외칠 것이다. ‘전쟁은 나가사키가 마지막이다. 평화는 나가사키로부터’라고...
1946년 봄 우리 가족은 가톨릭 목공조합과 이웃 사람들이 세워 준 다다미 두 장 크기의 목조 가옥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이 집에 당신의 생활 신조인 여기애인(如己愛人: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에서 따온 여기당(如己堂)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른 아침과 밤이면 드러누운 자세로 왼손에 원고지를 들고 오른손으로 원폭기록에 전념했다.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 오른팔 세 군데가 썩고 부러질 때까지 어버지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이상 <눈물이 마를 날은 언제인가>, 조양욱 역, 해누리, 2011, 1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