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생기(花前生記)

[간결하게]

울산 태화강변엔 꽃들이 다 시들고

대구로 가는 길에 노을이 참 좋다.

대구 팔공산 아래 과수원, 자두나무에 살구꽃이 피었다. 얄궂은 인간들의 솜씨자랑이다.

종자개량의 진수, 아니 벌써 그 옛날 그리스에선 암수 동체인 인간 조각상이 있었다.

지금은 루브루에 있지만서두,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찿아뵈러 가는 길

끙끙대고 낑낑거리지도 않았다.

너럭바위에 앉아, 소나무 숲사이로

쉬엄쉬엄 산아래 사바의 것들을 깔아보면서.

반갑운 들꽃에게 인사하고, 바위틈에서 애써 피어난 진달래에게 고맙다고,

부는 바람은 분명 봄바람, 꽃바람이었다.

무슨 사연이 많은지 수 많은사람들이 간절하게 수구려, 엎드려 빌고있었다.

번뇌와 욕망, 염치없이 살아온 나는 차마 빌지를 못했다.

갓바위 부처님은 왼쪽으로 비스듬히, 정좌의 균형이 아니다.

갓바위 부처님은 좌파이시다.

 

누루하치의 고향, 문득 기억 저편에 만주 땅 신빈의 라마사원이 떠올랐다.

어쩌면 섣부른 수행보다 간절한 기도가 구원일지도 모른다.

구원까진 아니라도 행복하다면야..... 행복하면 구원이 아닌가,

극락을 찿으니 지옥이 있는거고, 이승에서 고달프니 차라리 저승을 구걸하는 것.

덧없어서 헤메는 걸까.....

그래서 원효스님이 그랬나보다,

"나무아미타불" 큰소리로 열심히 외우라고.....

양반들 치닥거리에 바빠 절에 못가는 상놈들에게, 문자를 모르는 불쌍한 백성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며 풍경 좋은 곳에 여차하면 수행처를 지으신 유학파 의상스님

그리고 고향 경산 땅, 바위산 토굴에서

서라벌 저자거리 '요석주막'까지 섭렵하신 토종파 원효스님.....

참 스님은 장가도 가셨구나, 똘망한 아들도 얻고,

갓바위 부처님에게 비는 부산인들이 많다고 한다.

갓바위 부처님 시선이 부산 앞바다를 쳐다보신다고..... 인간의 핑계는 요상도 하다.

갓바위는 남향이다. 그 건너 북향의 땅에 불굴사가 있다.

갓바위 부처님이 갓을 썼다면 불굴사 부처님은 쪽두리를 쓰고 있었다.

음양의 조화가 제격인 셈이다.

헌데 언제 부처님이 음양을 따졌나..... 인간의 구실은 참 망측도 하다.

원효스님이 일찌기 원력을 키우고    

김유신 장군의 투지가 야물던 홍주암.

아무튼 스님이 걷고, 장군이 뛰던 바위산이다.

바위산 벼랑에 저홀로 수평으로 뻗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바위틈을 흐르던 물은 훗날 뭇사람의 약수물이 되었고, 我東第一藥水.

바위토굴엔 철조망이 쳐진것이 누가 바위토굴에 똥이라도 쌌던가 보다.

은해사 꼭대기 중암암(中巖庵) 극락굴에서 마침내 끙끙대고 낑낑거렸다.

극락굴을 빠져나오려면 기어야 한다.

엎드려 기지않고선 도저히 빠져나올 재주가 없다. 기어라.....

누구는 극락가려다 정말 극락 갈뻔했다. 나는 아니고,

중암암 내려오는 길, 장군폭포에 엎드려 기면서 시원한 폭포물을 먹었다.

장군폭포에서 어물쩡 서서 까불다가는 자빠져 뒤통수 깨지고 엎어져 큰코 다친다. 기어라.....

갈증도 시름도 떠나보내고,

극락굴에서 소진한 기운을 절밥으로 채우고

암자 중건 기왓장에 대신 몇글자 적었다.

"蕭瑟바람 부는 밤에 琴瑟바람 분다."

중생의 시시한 시적 메타포어를 중암암 부처님도 이해하시리라.....

추사선생 현판 글씨가 돋보이고, 절집은 온통 봄바람에 꽃바람 길이다.

흩날리는 벗꽃가루, 은해사 그 돌담길을 나는 즈려밟고 갔다.

전생을 보내듯 나는 즈려밟고 왔다,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간결하게]

저도 나무아미타불입니다.
고맙습니다, ^^

[오광섭]

바위틈에서 3송이 꽃을 피워낸
진달래가 부처입니다.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며
살고있는 내가 참 초라해 보입니다.

[간결하게]

진달래 부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