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현정(破邪顯正)
언젠가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파사현정은 잘못된 견해에 사로잡힌 것을 타파하고, 옳은 진리를 나타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파사현정이라는 말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뜨려 정법(正法)을 구현하는 것, 인간세상의 온갖 부정부패 부조리를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뜻을 가진 파사현정을 왜 교수님들이 사자성어로 선정을 했을 까이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뜻일 것이다. 바로 파사현정은 ‘적폐청산’을 화두로 달려온 한국 사회를 이 한 마디로 압축한 것 같아 보인다.
원래 파사현정이라는 말은 인도 용수(龍樹:150~250)의 중관(中觀)사상에서 비롯된 다. 중관은 말 그대로 바르게, 아무런 걸림 없이 공정하게 본다는 뜻이며, 저마다 주장하는 그 모든 것이 다 틀렸다는 것이 바로 중관사상의 출발점이다. 파사의 깨부숴야 할 사(邪)는 사악한 것이 아니라 저만 옳고 저만 잘났다는 극단의 생각이나 태도를 말한다.
그러므로 용수의 중관사상은 정확하게 중도(中道)의 사상이며, 파사현정은 중도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드러내야 할 어떤 바른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극단이란 잘못을 깨는 것, 그 자체가 정(正)을 드러내는 것이며,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양 극단에 치우침이 없는 포용을 실현하는 것이 ‘파사현정’인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돌입한 지금 극심한 대립과 대결, 증오와 배제로는 어떤 긍정적 변화도 이루기 어렵다. 파사현정은 사도(邪道)를 파척(破斥)하고 정리(正理)를 나타내며, 사악함이 득세하고 정도가 무너지는 것은 바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의롭지 못한 불의가 싹트는 소지를 없앰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함이 인류 모두의 공통된 염원인바 그것이 곧 ‘파사현정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오랜 인류의 역사에 있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악함이 풍미하면 그 사회는 타락하고 급기야는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른다. 반대로 정도가 바로 서면 그 사회는 건전하고 국가는 융성하는 길로 나가게 되며, 평범한 한 사람이 사특(邪慝)하면 그 자신과 가족 및 가까운 몇 사람에게 피해가 가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사악하면 그가 소속한 조직과 사회 및 국가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됨으로 참으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도와 사악함, 곧 바름과 바르지 못함이 대립할 때에는 정도가 승리하는 것이 인간의 정상적 소망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 여기에 인간 사회의 비극이 있고 이해 못할 불합리가 있는 것이다.
가장 저질스럽고 혐오할 일은 정도를 빙자하고 정의를 표방하면서 뒤로는 사악함을 자행하는 처신이다. 가면을 쓴 사람,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 표리부동한 사람, 이중인격자, 이런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곳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고민하고 또 추구해야 할 정신이 있다. 그 단어는 다름 아닌 ‘진리’와 ‘정의’가 아닐까 싶다. ‘진리’는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달리 말해 진리를 포기하면 우리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일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참’을 이야기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참됨’을 얻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참’이 ‘거짓’ 또는 ‘허위’와 대립되는 개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성실하거나 협잡을 하거나 비도덕적인 행위를 비난할 수 있는 것이다.
파사현정에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유학(儒學)에서도 ‘척사위정(斥邪衛正)’이나 ‘벽사위정(闢邪衛正)’을 말하고 있다. 이 뜻인 즉 사악(邪惡)한 것을 배척(排斥)하고 정의(正義)를 지킨다는 뜻이다.
정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가치구현에 부합하지 않고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하거나 특정 정치집단의 기득권 유지에만 함몰돼 있다면 그 행위의 결말은 불 보듯 번한 것이며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서슬 퍼렇던 절대 권력도 국민의 저항 앞에서 결국 탄핵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부역자들 또한 법의 심판대에 세워지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은 어쩌면 이미 예정된 당연한 수순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쌓이고 쌓인 부정부패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불파불립(不破不立)라 했다. 깨뜨리지 않으면 바로 정의를 바로세울 수가 없다. 모두가 정신 차릴 때 이다.
첫댓글 귀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 다른 사고를 하는데
바램은 요원한 공염불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틀이 좋다고 다 그 틀에 맞게 행동한다면
아마도 인간이 기계가 될때 가능하리라 봅니다.
인간세계 아무리 씻어도 씩기지 않는 부분이 있지요. 감사합니다.
마음을 씻어 청정한 자신을 만드는 것이 그리 힘드는 일이라 여깁니다.
파사현정을 외치며 적폐청산한다고하며 자신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게 권력 가진사람들의 행동거지이지요. 또 권력에 빌붙어 이권을 얻으려는 인간들의 그 욕망은 언제나 변함이 없으니 파사현정은 그저 하늘위에 뜬 별을 딴다는 말이나 같은 것같습니다.
그렇지요.
이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