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을 띠지 말아야 할 교육감 후보들이 정치인 뺨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선거사무소에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지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아예 공동 선거운동을 제안하기도 한다. 명망이 있거나 거물정치인들을 이용한 홍보전단까지 만들어 뿌리는 사례도 있다. 현행 교육자치법은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관여하거나 교육감 후보가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안하고 있다. 충남도 선관위정종호 지도계장은 “교육감 후보들이 교육자치법을 피해 정치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치인과 유착=8일 오후 3시 충남 천안시 성정동 성무용(한나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장. 지방선거 예비후보자와 지지자 등 10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가운데는 강복환 충남교육감 예비후보도 있었다. 강 후보는 내빈 소개 순서에서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명함도 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치인을 교묘하게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원균 대전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요즘 자유선진당 염홍철(66) 대전시장 예비후보와 고교(대전공고) 동창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다닌다. 오 후보는 “염 후보와 내가 50년 지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열린 염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하려다 개소식장 입구에서 선관위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그는 현재 대전시 선관위 감독 대상 중 수위에 올라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도 2일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서 열린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출마자 전진대회에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선거운동 스와핑=전북 전주시내 한 시의원 예비후보는 최근 한 교육감 후보 측으로부터 “스와핑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시의원 캠프는 자신들의 후보와 교육감 후보를 함께 홍보하고, 교육감 캠프 측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양쪽 선거운동을 해주자는 것이다. 시의원 캠프 관계자는 “이 같은 연계전략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전북도지사 한 후보도 지난달까지 전북교육감 후보 5명으로부터 “당신에게 협력할 테니 우리를 도와 달라” “서로 손을 잡고 상생해 보자”는 등 제의를 받았다. 지사 후보 측은 “교육감 선거에 정당 후보자가 지지나 의사표명을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유명인사 활용하기=우동기 대구시교육감 후보는 3월 23일 대구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출마선언을 하면서 각계 인사 33명의 이름이 들어간 추천사를 언론에 공개했다. 추천사에는 김만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문희갑 전 대구시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등 지역 원로 이름이 들어 있었다. 선관위는 우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며 지난달 8일 경고조치했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 교육감 후보들이 정치인의 나쁜 습관을 따라 하고 있어 걱정이다. 선관위가 지자체 선거보다 더욱 엄격한 단속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