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5 (토)
팔당역 - 능내역 - 운길산역 (약 8.8km)
팔당역에서 2km정도 더 올라오면 예봉산장 음식점이 나타난다.
뒷쪽 철길에 무인철도 건널목이 나탄난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철길은 벌써 녹이 잔득 슬었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 기찻길은 한순간에 늙는다.
직장에서 떨려난 사내들의 얼굴이 몇 달 만에 팍삭 늙어버리는 것과 같다.
쇠는 잠시라도 담금질하지 않으면 바스라진다.
푸른 한강물은 오늘도 쉬지 앟고 서해로 흘러 흘러 간다.
옛 기찻길은 한강을 따라 간다.
산과 산사이에 기찻길이 있다.
팔당댐 수문 위쪽은 모두 얼어있다.
물은 계속 흘러야 얼지 않는다.
자전거바퀴가 돌지 않으면 넘어지는것 처럼...
건너편의 검단산은 흰눈으로 덮혀 있다.
봉안터널(250m)
터널 안은 조명이 은은하다.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불빛이 밝아진다.
터널안에서 밖을 바라다보면 철길뉘로 푸른 하늘조각이 반공중에 걸려있다.
예봉산이 아스라히 다가온다.
팔당댐 위는 꽁꽁 얼어 붙었고 그 아래는 물이 흐른다.
팔당대교를 사이에두고 검단산과 예봉산이 마주보고 있다.
산과 산 사이에 강물이 흐른다.
겨울강물은 쫄쫄 흐른다.
기찻길 바로 옆에 있는 낭만카페 "봉주르"의 마당에 우스꽝스러운 조각이 서 있다.
나도 같이 서 본다 .
2005년 4월1일 문을 닫은 능내역 프랫홈으로 들어간다.
사랑은 평행선이다. 기찻길이다.
기찻길은 결코 마주보고 가지 않는다.
앞을 보고 나란히 간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게, 딱 그 거리 만큼 떨어져 간다.
너무 사랑한다고 두길이 하나가 되면 기차는 가지 못한다.
싫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도 기차는 달리지 못한다.
철선과 철선 사이의 거리는 절대고독의 공간이다.
사랑은 외로움이다. 외로우니까 사랑이다. 외로우니까 인간이다.
두발달린 짐승니다.
팔당댐 위쪽 강물은 모두 얼어 붙어 입을 다물고 있다.
양수리와 두물머리도 꽁꽁 얼어있어 설국형상을 연출하고 있다.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운길산역이다.
영하12도에 강바람이 뼈속까지 스며들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는 되는것 같다.
그래도 두꺼운 파카로 중무장을 하고, 얼굴을 깜싸고, 두꺼운 산악용 장갑을 끼고 걸으니
추운줄은 모르겠다.
몇년 동안에 걸쳐 이런 추위속에서 산행과 여행을 해서인지 나름대로 저항력이 생긴것 같다.
그래도 60을 넘긴 나이 인지라 조심은 하고 있다.
오늘의 걷기는 여기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