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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봄바람 살랑살랑 철쭉 흐드러진 봄날의 우면산 산행
예술의 전당에서 출발하는 대성사 코스
높이가 273미터인 우면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책하듯 등산하기에 좋은 산이다. 등산로 진입로도 사당에서 양재, 예술의 전당 부근 등 20여 개의 다양한 코스가 있다. 오랜만에 나선 산행길이라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가장 가벼운 등산로를 선택했다. 2시간여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출발하는 코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를 지나 야외 분수광장에는 아이들과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인조잔디에 한가롭게 앉아 아이들과 봄볕을 쬐는 평온한 모습의 사람들과 야외 카페에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 모두 오랜만의 따스한 봄을 즐기는 듯했다. 분수광장 팻말과 카페 사이에 난 통로를 타라 올라가면 우면산 진입로가 나온다. 길가엔 벚꽃이 만개해 있고 인근 사찰에서 걸어놓은 연등 행렬이 이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술의 전당을 빠져 나오면 바로 만나는 것이 작은 연못이다. 우면지란 이름의 이 연못은 지난 우면산 산사태 때 진흙이 내려와 매몰됐다가 복구됐다. 봄바람을 타고 살랑거리는 물살이며 호수처럼 평온하기 그지없는 푸른빛이 도는 이 연못은 주변 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구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 건물 사이로 300미터쯤 올라가면 백제불교의 성지인 대성사가 자리하고 있다. 대성사를 사이에 두고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서성거리는데 시야에 들어 온 팻말 하나. 서울 둘레길을 설명하는 팻말이다. 이 팻말에는 서울 둘레길 중 우면산 구간을 설명해 놓았다. 즉 서울 둘레길 중 하나인 우면산 구간은 총 길이 5.42킬로미터의 2시간 30분 코스이고, 도심 속의 자연친화적인 길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자연생태 탐방로라는 설명이다. 우면산 둘레길은 대성사에서 성산약수터와 보덕사를 지나 남태령 전원마을 입구까지 2.68킬로미터로 1시간 10분이 소요되고 대성사에서 산골약수터를 지나 우면산 입구까지는 2,74킬로미터로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산에 가면 아이들도 시인이 된다
아무래도 산행을 목적으로 나온 길이라 둘레길 보다는 산행 쪽을 택했다. 대성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좁은 산비탈을 오르는 길은 초행자에겐 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숲 속은 아직 봄을 준비만하고 있을 뿐 잠자는 공주의 숲속처럼 조용했다. 간간이 핀 철쭉꽃만이 지금이 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가는 길에 쑥을 뜯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갓 나온 여린 쑥을 한번 씹어보라며 건넨다. 쑥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산에선 사람의 마음도 산처럼 순수해지나 보다. 아이들도 숲속에 오면 시인이 된다. 터벅터벅 걷던 딸이 즉석에서 동시를 읊는다.
까치들이 짹짹
바람이 살랑살랑
나무들이 반겨주는 우면산
잎사귀는 푸릇푸릇
꽃들은 방긋방긋
우리를 반겨주는 우면산
가파른 길
숨 헐떡이며
사람, 동물들이 지나간다
그걸 알아주듯
바람이 솔솔
알맞게 불어준다.
만개한 꽃이 아름다운 서초약수터 주변엔 봄이 한창
풀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정상을 향해 266개의 나무계단을 오른다. 우면산에는 각 코스마다 나무계단이 놓여 있다. 경사가 급하고 토양유실이 심한 곳에 서초구민들이 기증한 부드러운 계단목을 만들어 놓아 등산객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게 산행할 수 있다. 대성사에서 정상인 소망탑까지 소요된 시간은 겨우 30여분. 역시 산행은 정상에 서야 그 맛이 느껴진다. 탁 트인 사방을 바라보며 느끼는 시원함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산행의 고단함을 한방에 날려준다.
한숨 돌리고 하산하는 길은 예술의 전당이 아닌 서초약수터로 정했다. 중간에 태극 쉼터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목이 말라 태극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로 갈증도 해소해 본다. 대성사 방향 등산로와 달리 내려 갈수록 연초록 입사귀가 풍성한 나무들도 볼 수 있어 마음이 한결 싱그러워진다. 대성사에서 소망탑까지 산행에서 만난 봄꽃은 철쭉이 전부였지만 서초 약수터 주변엔 연초록 잎사귀가 싱그러운 나무들과 철쭉, 모란, 벚꽃 등이 어우러져 화사한 봄을 연출하고 있었다. 봄은 그렇게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주변 먹을거리>
예술의 전당 인근 서초 약수터 앞 우면산 버드나무집(02-597-5900), 장인우족곰탕(02-588-7300), 한신 VIP일번지포차(02-585-8115) 등이 있다.
<교통 정보>
대중교통 이용할 경우 :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 서초 약수터나 남태령 코스가 접근 수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 주차장 이용이 가능한 대성사 코스 추천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공동기획
봄은 산의 능선을 타고
발문: 애인의 마음을 조바심 나게 만드는 여인네처럼 올 듯 말 듯 애를 태우던 봄이 어느 사이엔가 동네 산 중턱으로 다가와 있다. 노란 꽃, 분홍 꽃, 보라 꽃이 제 속살을 드러내며 햇빛을 받아 방실거리고, 보기만 해도 연약한 예쁜 새싹들이 나무 가지마다 움터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붙잡는다. 오호라, 이 녀석들이 언제 이렇게 봄을 불러들였을까. 이 강한 생명들은 어떻게 긴 겨울을 이겨내고 이렇듯 산뜻하게 쏙 올라왔을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가지마다 물이 올라 곧 터질듯 뿌듯한 봄산이다. 험준한 산이 아니어서 더 좋다. 먼 산 힘들여 갈 수고도 필요없다. 운동화와 가벼운 차림이면 만나볼 수 있는 동네 산으로 내일신문 리포터 셋이 봄맞이를 떠나보았다.
소제목: 산길 따라 걷는 자연숲 산책로
수서역에는 서울 둘레길 대모산 구간의 출발점이 있다. 서울의 내ㆍ외사산을 연결한 202킬로미터의 산책로 ‘서울둘레길’. 그 중 서울 경계부를 잇는 외사산 트레킹길 182킬로미터 구간은 자연생태 탐방로로 정비되어 있는데, 수서역에서 출발해 구룡산까지 가는 대모산 구간은 그중 7.4킬로미터에 이른다. 총 3시간 정도 걸리는 둘레길을 따라 가까이 다가온 봄을 즐겨보기로 했다.
잘 정비된 자연생태길
대모산 둘레길은 잘 정비된 표지판에서 전과 다른 인상을 주었다. 입구와 특정장소마다 둘레길 지도가 크게 그려져 능선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두었고, 200미터마다 손바닥 크기의 표식이 나타나 둘레길의 방향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덕분에 대모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나 등산객들이 만들어 놓은 자연스러운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도 둘레길은 눈에 잘 띄었다. 혼자 산에 오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듯 했다. 간간히 나무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하는 푯말도 보이고, 자연 생태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들도 보인다. 힘겨운 등산이 아닌 둘레길이기에 이런 저런 것들을 천천히 즐기며 걸어가는 것이 좋다.
둘레길을 걷기 시작해 1.1킬로미터를 지나면 고민을 하게 된다. 정상과 둘레길이 갈라지는 쌍봉약수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평평한 1.1킬로미터의 둘레길에 조금 실망한 사람은 산 정상의 탁 트인 전망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대모산 둘레길은 평균표고가 100미터 안팎이라서 걷기에 전혀 부담이 없으면서도 제법 울창한 숲속을 산책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낮은 산허리를 감싸 도는 길이기 때문에 조망이 시원하지 못하다는 것과 새소리와 함께 보금자리주택 건설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돌탑전망대’까지 가면 아쉬운 대로 탁 트인 조망을 만날 수 있다. 정상만큼이야 못하겠지만 수서역 인근과 일원동 일대를 시원스레 감상할 수 있다. 푯말에 적힌 대로라면 돌탑은 일원동에 사는 임(任)모씨가 무려 15년간 정성스레 쌓아올린 것이라고 한다.
청명한 산의 기운을 만끽하며 7.4 킬로미터의 끝까지 걸어가자 둘레길은 구룡산 중간에서 끝나버렸다. 200미터를 되돌아와 산을 내려오니 능인선원 위 강남보육원 건물이었다. 다시 수서역으로 되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이게 뭔가. 기분 좋게 둘러온 산행이 씁쓸하게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중간에 구룡마을 쯤에서 내려왔어야 한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야 버스도 있고, 지하철도 탈 수 있었을 텐데….
아직 둘레길 정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심 구간에서는 길이 끊어진 곳도 있다고 하더니 대모산 둘레길은 산길 중간에서 끝나는 꼴이었다. 또한 지나고 보니 길의 방향이 수서역에서 구룡산 쪽으로 일방적으로 표시되어 있어 능인선원이나 구룡마을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는 큰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레길이 험하진 않다고 하지만 3시간이 소요되는 긴 길이다. 중간 중간 약수터가 있어 목은 축일 수 있지만 허기짐을 메울 방법은 없었다. 구룡산 둘레길이 정비되는 날, 리포터는 또 한 번 물과 도시락을 챙겨 둘레길 탐방에 나서봐야 할 것 같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대모산 둘레길 코스>
수서역 6번 출구 → 쌍봉약수터(1.4㎞, 약 30분) → 돌탑 전망대 → 실로암약수터(1.5㎞, 약 30분) → 불국사(600m, 약 12분) → 대모산 생태계 자연학습원 → 대천약수터 → 개암약수터(2.3㎞, 약 50분) → 구룡산 능선 (1.6㎞, 약 30분)
<교통편>
-지하철 이용시 3호선·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에서 하차
-자가용 이용시 주차는 수서역 ‘환승주자장’ 이용 (6번 출구와 1번 출구 2곳)
연중무휴. 이용시간 05:00-익일 1시, 주차요금 10분당 200원.
<능인선원 인근 맛 집>
소호정 (02)579-7282, 누이야 순대곱창 (02)575-4984, 차이나 테이블 (02) 577-1188
<수서역 인근 맛 집>
논골집수서점(02)3412-9233, 청국장과보리밥수서점 (02)3414-3313, 정선(02)451-5432
<청계산 진달래능선>
제목: 진달래 꽃길을 즐기며 걷는다
4월초부터 피기 시작하는 진달래꽃은 4월말까지는 즐길 만하다. 이맘때 쯤 청계산에 가면 진달래꽃을 원 없이 볼 수 있는 꽃길이 있다. 2007년부터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진달래능선길이 바로 그곳. 가볍게 산행을 하면서 진분홍빛 진달래꽃을 한없이 즐길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하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아쉬울 것이다. 벚꽃이야 가까운 양재천에만 가도 실컷 즐길 수 있지만 진달래 꽃길은 도심 속에선 여간해서 감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토요일 하루 종일 내렸던 비가 그치고 나더니 말 그대로 화창한 날씨였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남편을 독촉해 청계산에 한창 피어있다는 진달래꽃들을 감상하러 가봤다.
활짝 핀 진달래꽃길이 등산객들에게 화사한 봄 안겨줘
일단 목적이 진달래능선의 꽃을 감상하는 것이니 등산코스는 청계산 입구인 원터골에서부터 출발해 원터골 제1약수터를 거쳐 진달래능선을 한 바퀴 돌고난 후 원터골 쉼터인 원터약수터를 돌아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일요일 오전에 가볍게 두 시간 이내에 둘러본 후 다른 볼 일을 보기에도 편할 것 같았다.
청계산은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개통되고 나서 교통이 굉장히 편해졌다. 3호선 양재역에서 환승을 하면 양재시민의 숲 역을 지나 바로 다음역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개통돼서 그런지 일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붐비지는 않았다. 대부분 지하철역에서 내린 등산객들이 그대로 진입로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진입로로 들어가기 전 굴다리에는 일치감치 나와서 야채와 각종 산나물을 파는 노점상들을 볼 수 있었다. 청계산 입구가 가까워졌음을 알리고 있는 듯 했다.
원터골 약수터를 출발해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오른쪽에 진달래능선을 알리는 표지가 보였다. 이곳이 바로 진달래능선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다. 길 초입에 간간이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등산객을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꽃길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많은 돌계단들. 전날 비가 내린 탓에 바닥이 아직도 살짝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올라가면서도 조심스레 움직였다. 한 2백 미터쯤 올라간 후부터는 진달래꽃들이 양쪽 길옆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진달래꽃길이 시작이구나’ 싶어 슬슬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들도 중간 중간 발걸음을 멈추고 꽃을 찍기 바빴다.
이곳의 진달래능선은 약 0.9킬로미터 정도 이어진다. ‘드디어 진달래꽃들이 절정을 이뤘구나’ 하는 구간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는 팻말까지 붙어있었다. 산 밑으로 펼쳐진 꽃길을 굽어보면서 한 장, 산위를 올려다보면서 한 장씩 사진을 찍었다. 청계산에 여러 번 와봤건만 진달래꽃이 한창 핀 계절에 맞춰 진달래능선을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직은 초록이 산을 완전히 덮지 못해 밋밋한데 이렇게 활짝 핀 꽃길이 등산객들에게 화사한 봄을 안겨주었다. 진달래능선이 거의 끝날 무렵 눈앞에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서울시를 전망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눈앞에는 예술의 전당 너머로 멀리 남산을 지나 북한산의 모습이 아스라이 보였다.
두 눈 가득 멋진 전망을 담은 후 목을 좀 축이고 원터약수터를 향해 내려왔다. 아직은 싸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지만 따가워진 봄 햇살 때문인지 계곡의 물소리가 참으로 시원했다. 내려오는 길에도 두고 온 진달래꽃길 만큼이나 예쁜 노랗게 핀 개나리꽃을 감상할 수 있었다. 덤으로 원추리 꽃이며 은초롱 꽃들이 막 피어나고 있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발걸음 가볍게 하산했다.
박혜영 리포터 phy022@naver.com
<교통편>
-지하철 이용시 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에서 하차
-자가용 이용시 주차는 청계산 입구역 근처 ‘청계산 근린광장 공영주자장’ 이용. 연중무휴. 운영시간은 9:00~18:00, 주차요금 10분당 200원
<근처 간단한 음식점>
국시명가 02) 571-1474, 곤드레밥 02) 574-4542, 뜰아래 02)579-1791
출처:강남서초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