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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로 신음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실 사업을 털어내기는커녕 각종 적자성 정책사업을 추가로 떠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까지 인허가권을 무기로 LH에 각종 민원사업을 슬그머니 떠넘기며 부실을 부채질한다.
LH의 부채 규모는 현재 하루 100억원, 연간으로는 3조6000억원을 이자로 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가 불가피한 보금자리주택, 세종시, 혁신도시 건설 등 각종 국책사업에 200조원 이상을 더 집어넣어야 한다.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은 어쩔 수 없이 LH가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기업인 LH의 부채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엔 '부채 폭탄'이 터져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빚은 느는데 신규 적자사업 떠맡아
정부는 지난 11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LH가 서민을 위한 다가구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오는 23일부터 전국적으로 5600가구의 다가구주택을 LH가 매입해 서민들에게 전세주택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사업비 5000억원(추산치)은 LH에 떠넘겼다. 이 주택은 시중 임대료의 30%에 불과한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LH가 임대를 통해 사업비를 회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LH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사업인 만큼 거부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매각해야 할 종전 부동산(2조6000억원어치)도 LH가 인수해야 할 상황이다. LH는 "부동산을 모두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 매각이 어려워 결국 LH가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까지 LH가 수행하는 개발사업에 도로·문화회관 등 법에도 없는 각종 민원사업을 '끼워넣기'식으로 부담시키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LH가 떠안은 지자체 사업규모가 9조원에 달한다. LH 관계자는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는 학교도 무상으로 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건설비만 10조원 가까이 투입돼야 할 판이다.
LH가 이미 수행하고 있는 적자성 사업도 적지 않다. LH가 이미 진행 중인 신도시·택지개발·세종시·혁신도시 등 276개 사업은 중단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들어가야 할 돈만 180조원이 넘는다. 그뿐만 아니다. 새로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보금자리주택(16개)에 54조원, 세종시에 6조원을 각각 더 투자해야 한다. 이들 사업은 자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다. 실제로 LH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투입한 100조원 중 회수된 돈은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정치논리에 경제 논리는 뒷전
적자가 뻔한 신규 사업을 계속 떠안는 것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정치에 따른 부작용으로 국토 개발이 시장 수요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정치적 배려나 분배 논리를 따르다 보니 수익성 없는 사업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LH의 부채 구조를 보면 임대주택사업에 발생한 빚이 전체의 30~40%, 신도시 개발에서 생긴 빚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건국대 이현석 교수는 "임대주택이나 신도시는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경우가 많다"며 "LH도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대규모 국책 사업을 위해 세금을 걷으면 국민적 조세 저항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에 공기업에 맡겨버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건국대 손재영 교수는 "정부는 LH에 계속해서 사업을 던져주고 LH는 '대마불사'라는 믿음 속에 손실이 나면 정부가 알아서 보전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LH의 부채 해결을 위해 상업성이 있는 기능은 민간에 매각하고 영구임대주택·산업단지 건설 등 시장성 없는 사업은 정부가 '공단'을 만들어 재정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민관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수행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타당성 검토를 민간 기업 수준으로 철저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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