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광주 전남 시조문학의 역사를 정리하며
서연정(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시조는 우리 민족문학의 정수(精髓)로 천년 세월을 우리의 호흡 속에 살아 숨 쉬는 시가입니다. 고려말부터 불려왔으니 그동안 얼마나 다듬어져 왔겠습니까! 사람은 오고 가지만 당대의 삶을 음각해 낸 시조는 진실로 이 땅에 남긴 그들 혼의 필적입니다.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의 발간을 계기로 時調가 우리 삶과 어떻게 긴밀함을 형성하며 노래되고 전승되어 왔는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에서는 2024년 협회의 중대한 사업으로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 발간을 기획하였습니다. 이 책이야말로 광주와 전남의 시조문학사를 온새미로 저술한 책자입니다. 시조의 문학적 가치를 재고하고 시조시인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협회의 역할이기에 산적한 난제를 극복하며 진행하였습니다.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출향하여 활동하는 시조시인의 자료는 우리 지역 시조단은 물론 한국시조단의 귀중한 문학사료입니다. 그러므로 치밀하게 우리 지역 시조문학 실상을 찾아 기록하고 문학자산인 시조작품을 한데 모으는 것은 이 지역 시조의 위상을 정립함은 물론이고, 세계적 문학 자산을 남겨 두는 일입니다. 또한 한국 현대시조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훌륭한 시인과 작품을 발굴하여 만천하에 드높이는 기록물이 될 것입니다.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는 총3부로 구성하였습니다. 1부는 광주와 전남의 시조 발전 역사를 써 온 시조 단체 중심의 시조사와 광주에서 태동한 시조전문지의 역사를 약술했습니다. 시조 단체 중심 시조사 집필자는 윤삼현, 오종문, 서연정, 유춘홍, 유헌, 백학근 선생이며 《겨레시조》, 《한국동시조》, 《열린시조》 등 광주를 모태로 태동한 시조전문지에 대해서는 김종, 박현덕 선생께서 집필해 주셨습니다. 1부를 통해서 광주와 전남 시조단체의 줄기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2부에서는 광주와 전남의 시인과 작품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단락에서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3부는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를 발간하는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의 연혁을 실었습니다.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는 2002년 창립하였으며 명실상부 광주와 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입니다. 시조시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치열한 문학적 진정성으로 우리나라 시조단을 건강하게 견인하고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2부에 대하여 다시 말씀드리자면, 시기적으로는 1920년대부터 2000년대를 망라하였습니다. 이 방대한 작업을 맡아 주신 노창수 선생은, 세밀한 자료 수집과 작가에 대한 애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허언을 배척하고 철저히 눈과 손으로 집필하는 분입니다. 집필기간, 집필료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않는 조건임에도 시조를 아끼는 충정에서 집필을 수락하고 그 수락에 책임지기 위하여 어느 틈서리에 있는지 모르는 시인과 작품을 찾아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에서 전한 시인의 자료는 100여 명 정도였음에도 400명에 가까운 시인의 이름이 등장하고 작품과 작품평에 거론되는 시인 수가 213명에 이릅니다. 이처럼 방대한 작가와 작품 자료들을 피땀으로 기록해 주신 데 대하여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마다 맡은 분야에서 노력했습니다만, 기일의 촉박으로 체제가 치밀하지 못하거나 누락이 있을 수 있고 표현의 정확도가 떨어진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질정이 있다면 차후 개정, 증보판을 대비하여 잘 정리하고 그것을 다음 집행부에 넘기겠습니다.
송선영, 오재열, 전원범, 김종, 노창수, 이한성, 문주환, 백학근, 윤삼현, 유춘홍, 유헌, 김강호, 박정호 선생의 자문과 협조, 정경화 본회 이사의 정리, 임성규 사무국장의 봉사 등 부족한 회장을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 발간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 시조의 실상을 밝히고 위상을 높이려는 치열한 책임감으로 유난히도 무더운 올여름을 더욱 뜨겁게 보내신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이 책자가 남아 있는 한, 아니 그 이후에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기억할 것입니다. 발간의 발판을 지원해준 광주광역시, 기꺼이 자료를 보내주신 김연동 선생, 번거로운 과정을 싫은 내색 없이 도와주신 시와사람사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가 한국 현대시조문학사에서 광주와 전남 시조문학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이바지하고 우리나라 시조문학 연구에 유용한 기록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024년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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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
전원범(시인)
면앙정 송순,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 하서 김인후 등 조선 시조문학 선대는 당대 최고 시인이었으며, 모두 광주 전남 출신으로서 우리 지역의 시조 전통을 마련한 선구자이다. 우리 광주 전남의 시조문학 전통은 생래적인 것이지만 현대 시조의 부흥 운동은 타 지역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는 듯하다. 그것은 근대 자유시에 대한 관심 탓 때문이 아니었을까.
1920년 1940년 무렵 영광의 조운의 뛰어난 작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현대시조와 조남령의 작품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1970년 8월에 시조문학 부흥과 향토문학 재건을 내걸면서 <시조예술동인회>가 광주에 결성되면서 동인지 《영산강》이 발간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허연, 문도채, 정덕채, 이준구, 김영자, 문삼석 등 12명이었지만 점차 확대되고 지금 광주 전남 시조시인 수가 수백 명에 이르게 된다. 50여 년만의 일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전남 지역의 해남 시조단, 목포·강진 시조단, 여수·순천 시조단, 광주의 수많은 동인활동, 전남학생시조협회 토풍시, 우리시 동인, 《겨레시조》 정기간행, 《한국동시조》 장기간 간행, 시조 인구의 저변 확대, 각 협회의 활발한 조직과 운영, 학생시조 공모전, 빛고을학생시조문학제, 시조 낭송회, 시조창작 강좌, 시조 전문지 발간, 시조문학 행사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나타난 1970년대 이후 활발한 모습들이 아니었던가 한다.
그동안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를 편찬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분 중에서 노창수, 김종, 윤삼현, 오종문, 서연정, 유춘홍, 유헌, 백학근, 박현덕, 정경화, 임성규, 이 분들의 노고에 크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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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본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는 광주와 전남에서 출생 또는 활동하는 시조시인으로 신춘문예, 문예지 당선 등 관문을 거쳐 시조부문에 정식 등단한 시인을 선정 수록하였습니다.
◎ 본 책에 등재한 내용은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원의 경우 시인 본인이 제출한 원고를 수록하였고, 작고문인 또는 연락이 잘 안 되는 시인의 경우 참고문헌의 서적, 공개된 자료, 온라인 정보(인터넷) 등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 본 책 저술 과정 참고사항으로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고문 김종 선생의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에 대한 기술의견’을 덧붙입니다.
먼저 지역에서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를 작업하는 현 집행부에 수고하신다는 말씀을 드리고 문학사 기술에 대한 제 소략한 견해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보다 완벽한 문학사를 향하여 그 작업을 치열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여 모든 문학사는 기술된 것들의 차원에서 완벽한 문학사를 지향한 것들임을 밝힙니다. 그럼에도 여러 조건에 의해 한계를 안고 제작되었다는 것이 문학사 기술의 현실성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문학사를 비롯하여 모든 역사는 그 자체로 완성품이면서 또 다른 미완성품의 연장이라는 것입니다. 문학사는 기술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또 다른 더 완벽한 문학사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 상태에서 쓰여지고 또 쓰여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문학사란 현실에서는 하나의 이상일 뿐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쓰여지는 모든 문학사는 낱낱으로 완성품이면서 낱낱으로 미완성품이어서 계속적으로 다시 쓰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나 장강의 뒷물이 장강의 앞물을 제압하면서 더 넓은 바다를 향하여 흐름을 만들어가는 이치와 동일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의 작업에서 여러 회원님이 걱정하신 의견들은 의견 자체로는 저마다 손색이 없는 맞는 말씀들이며 보다 나은 문학사 정리를 위해 필요한 조언임이 분명합니다. 허지만 그런다고 거기에만 매이다보면 문학사를 하나의 성과물로 만들어내는 데는 크나큰 어려움이 될 것이며 그 일로 아예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 작업을 불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말씀하신 ‘협회의 문학사’ 운운은 당초 필요하지도 않고 지원하는 기관의 의도도 아니니만치 여기서는 거론할 필요조차 없겠습니다. 우리는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의 기술에서 이에 필요한 자료에 협조하고 그 이후는 찬자(撰者)의 능력에 그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임을 강조하여 말씀드리고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에 직접 담길 우리는 기술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이 이 자리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말씀이 혹시 못마땅하게 들리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은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 기술을 위한 엄연한 현실이며 그 현실의 어려움을 헤치면서 보다 충실한 문학사의 기술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어부는 고기를 잡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바다의 고기 모두를 잡을 수는 없다”는 점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필요한 또 하나의 말은 발이 많은 지네에게 어떻게 그 많은 발을 움직여서 기어가느냐고 물었더니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지네가 아예 기어가지를 못하고 멈춰버리더라는 것입니다. 걱정하시는 마음들은 회장단에서 충분히 경청하였으니 이 이후는 회장단의 역량과 방침에 맡기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번의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가 불충분하다면 부족한 부분은 이를 잇는 보정판도 있을 것이고 다음의 또 다른 문학사가 채워주리라는 바람을 담아서 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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