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뉴멕시코(New Mexico) 주(州)
2. 미국 최고(最古)의 도시 산타페(Santa Fe)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라는 산타페(Santa Fe)는 미국이 독립하기 훨씬 이전인 1610년, 멕시코(스페인 식민시기) 땅으로 스페인에서 이 지역의 원주민(인디언)들을 통치하기 위하여 총독을 파견하여 건설된 도시이다.
현재 뉴멕시코의 주도(州都)로 인구는 10만 정도인데 2시간 거리의 앨버커키(Albuquerque)가 인구 60만 정도로 훨씬 더 크다. 도시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히스패닉(Hispanic)계 주민이 많으며 스페인, 멕시코, 인디언의 문화가 뒤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이다.
텍사스에서 승용차로 오다보면 주 경계선에 위치한 클로비스(Clovis)에 오기까지 평원에는 목장(Ranch)이나 초지(草地)를 비롯하여 사람의 손길이 간 부분이 간혹 보이지만 뉴멕시코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황무지의 연속이다. 다만 제법 높이 솟은 산(로키산맥의 끝자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다르다.
러벅(Lubbock)에서 5시간의 운전 끝에 도착한 산타페의 첫 인상은 건물들이 너무도 이색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기후를 보이는 이곳은 이 지역에 살던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건축양식이라는 어도비(Adobe)양식의 건물들이 들어차 있는데 진흙으로 벽돌을 쌓고 벽을 바른 붉고 나지막한 흙벽돌 건물을 일컫는 말이 어도비(Adobe)란다.
도심도 그렇지만 도시 외곽의 주택들도 모두 어도비 양식이었는데 지붕은 평평한 슬라브 양식이고, 짙고 옅은 분홍색 흙으로 지어졌는데 모서리 부분은 모두 둥글게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무슨 용도인지 지붕은 돌아가며 삐죽삐죽 나무토막 같은 것이 일정하게 튀어 나와 있다. 앨버커키도 마찬가지였는데 주법(州法)으로 어도비 양식의 건물을 세우도록 강력히 통제한다든가...
아무튼 무척 이국적이고 신기한 풍경이었다. 산타페와 앨버커키를 돌아보며 뉴멕시코의 별명인 매혹의 땅(The Land of Enchantment)이라는 말이 정말로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었다.
콘도 씨엘로 그란데 / 내부 모습(손녀) / 산타페 거리와 어도비 건물 모습
우리가 나흘 동안 지냈던 콘도형식의 숙소 씨엘로 그란데(Cielo Grande/넓은 하늘)도 너무나 예쁜 어도비 형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실내 벽난로를 비롯한 모든 구조에서부터 세세한 인테리어까지 모두 푸에블로(Pueblo) 및 나바호(Navajo) 인디언의 문양과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또 한 가지 즐거웠던 기억은 백 야드의 처마 밑에 벌새(Humming Bird)의 둥지가 있고 콩만한 알이 두개 있는데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어미가 날아와 알을 품는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로 긴 부리로 꿀을 빨아먹는 새이다. 또 욕실에는 산타페가 메말라간다.(Santa Fe Drought)는, 물을 아끼자는 문구가 붙어 있었는데 과연 지하수가 말라 가는지 엄살인지 알 수 없다.
나는 거실 탁자위에 영어로 ‘뒷뜰 창밖 처마 밑 벌새 둥지에 알이 있으니 조용히 합시다.’ 라 써 올려놓았다.
스페인 총독관저 / 어도비 건물들 도시모습 / 어도비형식의 미구엘 교회
(1) 더 플라자(The Plaza)
산타페의 중앙 광장(The Plaza)은 온갖 가게가 들어차 있는데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산타페의 유명한 볼거리는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2~30분 거리에 밀집해 있어 하루면 충분히 모두 둘러 볼 수 있다.
호텔이나 유명한 건물들은 엄청나게 규모가 컸지만 외관은 어도비 형식으로 매우 아름다웠고,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주위가 온통 15~6세기 유럽풍 건물들도(스페인 영향) 많이 있다.
(2) 스페인 총독관저
이 건물은 스페인 총독이 거주하던 꽤 큰 단층짜리 아름다운 어도비 건물로 긴 회랑이 붙어 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랑에서는 10여 명 인디언 후예들이 자잘구레한 수공예품(목걸이, 팔찌, 니트, 작은 기념품 등)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는데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3) 성 프란시스 대성당(Cathedral of st. Fransis)
17세기에 건축된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으로 정식 명칭은 ‘The Cathedral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로 꽤 길다. 아름답고 웅장한 바로크 형식의 건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고색창연한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앞뜰을 보수 중이었다.
성 프란시스 성당 / 로레타 성당 입구 / 목재로 지어진 기적의 계단
(4) 로레토 성당(Loretto Chapel)
미국 뉴멕시코 주의 주도(州都) 산타페(Santa Fe)에는 1610년에 건설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명소(名所) 중의 하나로 로레토 성당(Loretto Chapel)이 있다. 1873년에 세워졌다는 이 성당은 자그만하고 아름다운 성당인데 이 성당이 유명해 진 것은 성가대석을 오르는 나선형(螺旋型) 계단 때문이다.
기적의 계단(Miracle Stairway/Miraculous Staircase)으로 불리는 이 계단에는 다음과 같은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신비의 계단은 전혀 기둥을 쓰지 않은 목조 조형물로, 360도 2회전하여 2층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는데 보존을 위하여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성당 건축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성당이 너무 비좁아서 성가대석을 바닥에서 22피트(약 6.7m) 위에 다락처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무 좁아서 사람이 오르내리는 계단을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사다리로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성당 안에에 사다리를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로레토 성당 수녀님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나님께 9일 기도(Novena)를 드렸는데 기도가 끝나던 날, 한 초라한 행색의 목수가 나타나서 자기가 만들어보겠다고 했단다. 그 목수는 단지 망치와 톱 같은 기본적인 도구와 뜨거운 물만 가지고 남들이 안 보는 동안에만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약 3개월 후 그 목수는 기적의 계단을 완성하고는 돈도 받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는데 아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고 어디서 목재를 가지고 왔는지, 계단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현대의 기술로도 7m 높이를 360도 두 번 돌려서 나선형 계단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나선형 계단은 보통 중심에 기둥이 있기 마련인데 이 기적의 계단에는 기둥이 전혀 없을 뿐더러 총 33개의 계단의 높이가 모두 일정하고 특별한 접착제나 쇠못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나무못만으로 만들어진 계단이다. 사용한 목재도 뉴멕시코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고 하고, 또 어떻게 뜨거운 물만 가지고 나무를 구부렸는지, 측량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든 것이 불가사의 하다는...
성당사람들은 수녀님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예수님의 아버지 성 요셉이 직접 인간세계에 나타나 계단을 만들어줬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알다시피 성 요셉은 목수(木手)였고 아들인 예수님도 바로 목수였지 않은가?
이 계단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성 요셉이 만든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 계단을 보기하기 위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성당 입장료가 일인당 2불(弗)이다.
자그마한 성당 내부는 무척 아기자기하여 마음에 드는데 문을 나서면 복도로 연결된 매장이 있어 각종 성물(聖物)이나 기념품(紀念品)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어 조금 상업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5) 산 미구엘 교회(San Miguel Church)
바로 근처에 있는 산 미구엘 교회는 1610년에 건축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외관은 당시의 건축양식인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답고 소박해 보이는 교회이다.
그 바로 옆에는 또한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집이라는 올드 하우스(Old House)도 있었는데 이 또한 어도비형식의 자그마한 건물로 목재부분은 모두 썩어 볼품이 없어 보였다.
(6) 캐년 로드(Canyon Road)
캐년로드 / 캐년로드 일각 / 뮤지엄(박물관)
산 미구엘 교회에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가들의 거리인 ‘캐년 로드’가 있다.
왕복 2차선의 구불거리는 도로 양 옆으로 수많은 아뜰리에, 뮤지엄들이 들어차 있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집집마다 가지각색의 조각 예술품들을 설치하여 무척 아름답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좁은 골목길인데도 차들이 수시로 들락거려 관광객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는 점이었다.
차 없는 거리로 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