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부터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시가 있는 오후"라는 강좌에 참석하면 시를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곤충을 소재로 시를 써 보라고 해서 처음으로 목화진딧물이란 시를 써보았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로 졸작이지만 용기를 내 선보입니다.
목화진딧물/김용헌
궁둥이에 뿔 나 있고, 똥구멍에는 혀가 붙어 있는 희한한 놈
그의 이름표는 뿔관과 혀
그의 삶터는 목화뿐만 아니라 오이, 호박, 등 박과식물이라.
일주일 만에 어른 되고,
하루에 6-10마리 새끼 낳는 번식력에
쉼 없이 빨아먹고, 싸댄다.
오이와 한판 붙을 때
오이는 그냥 안방을 내 줄 수 없다며 날카로운 송곳으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되어 놀이터가 될 뿐이다.
그렇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면 갈빗대가 부러지고, 다리가 끊어진다.
낙상하면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무당벌레가 덤비면 반항 한번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죽거든 아들이, 아들이 죽거든 손자가 있다며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다.
또한
살기 팍팍하면 제 몸보다 큰 날개를 만들어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나고,
살충제 앞에서 죽은 척하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조.
첫댓글 詩 공부도 하시는구먼... 김박사 대단해,
잘은 모르지만, 산문과 시의 구분은 운율의 유무에 의해 갈린다고 하네,
곤충 소재 글을 쓴다면 김박사보다 더 잘 쓸 사람이 없을 걸세 ㅎㅎ
배경 노래도 좋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