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산 등산기 (1)
나는 일 주 일에 세 네 번 집 주위 법화산 둘레길을 걷는다. 이 글은 3월의 봄철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이다. 집에서 나서면 파평윤씨의 가족 묘소를 지나 30분을 올라가면 둘레길이 나온다. 첫 봄을 알리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묘소 앞마당에는 여러 그루의 할미꽃이 핀다. 이제 5월이 되니 할미꽃은 허리를 굽혀 씨앗을 훨훨 날려 자신을 희생한다.
3월 어느 날 아내와 딸 세 사람이 등산에 나섰다. 30분쯤 걸어 올라가면 둘레길 입구에 쉼터의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에서 우선 1차 쉰다. 이 흙길 위에는 가랑잎과 솔잎 이 방석을 깔아 놓았다. 지금은 이 방석이 산악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위해 모두 치워졌다.
그런데 어느 날 실개미 같은 검은 유충 수 백 마리가 첫 쉼터의 의자와 테이블에 기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이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둘레 길을 내려오다가 보면 육각 정자가 있고, 다시 몇 모퉁이를 더 걸으면 제2 정자가 있고, 이곳에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그 곳에도 검은 개미 같은 유충이 수 백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것을 나는 기흥구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이를 소독해달라고 요청했다.
며칠 후 산림과에서 소독을 하러 나왔다고 전화를 받았다. 그 동안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그 유층을 찾을 수 없다고 하여 그의 휴대폰에 내가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의자를 뒤집어 보니 그 안에 남아 있다고 해서 소독을 했다. 대화 도중 그 유충은 나방이 유충일 것이라고 했다. 30일이 지나 둘레 길에 걷는데 3-4cm 정도의 송충이가 두 곳에서 기어 다님을 보고 송충이 유층일 것이라는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음을 확신했다.
최근 며칠 전에는 제2의 정자에서 70여세 쯤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분이 빗자루로 운동기구가 있는 곳의 가랑잎을 쓸고 송충이를 잡아 쉼터에 사람들이 편안히 쉬도록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수고하신다고 격려를 해드렸다. 다시 내려오는데 부인 두 사람이 비닐봉지를 가지고 올라가면서 남이 버린 휴지나 쓰레기를 주어 담는 것을 보고 이런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만들어 가는 역사의 창조자라고 생각했다. 법화산 둘레 길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는 청정한 길이다.
한 시간 반 걸리는 둘레길은 시민들이 즐기는 공원이다. 이에는 수 십 년된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이어 정답게 자라고 있다. 요즘 인간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걷지만 신록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 옷을 갈아입는다. 큰 소나무는 청정한 바람을 아낌없이 주면서 우리에게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있다. 자연의 고마움에 감사함을 느낀다. 구청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서 작년에 둘레길 양쪽에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수백 그루를 심어 주었다. 올 가을에는 단풍이 곱게 물든 둘레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진다.
첫댓글 법화산 등산하시면서 건강도 지키시고, 병충해와 환경 정화 문제에도 각별히 신경쓰시는 원로 학자님의 존경스러운 모습을 옥고에서 읽습니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주어담는 등산객의 모범적인 모습을 스케치하신 대목도 인상 깊습니다. 제가 매일 오르는 도솔산에도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는 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양심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 그런 분이 많다는 것은 확실히 반가운 일입니다. 읽어주시고 평해주신 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