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을 깨끗하고 맑게 한다는 건 토끼가 늑대를 사냥하는 것보다 힘들다.
하지만, 모두가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튼튼한 토끼가 늑대를 사냥할 날이 올 것 같기도 하다.
이른 아침 대구역에서 청도로 가는 첫 기차를 타고 봄맞이 길을 떠난다.
경상북도 청도와 경남 밀양시의 경계산인 화악산을 찾아가야 하니 청도역에 내려 택시로 청도군 각남면 밤티재에 도착한다
차량의 이동이 뜸한 길가에 앉아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고 산길로 오르니 형형 색색의 시그널이 반긴다.
밤티재에서 잠시 오르막을 오르면 쉽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화악산
맞은편으로 보이는 산은 청도 남산이며 조망 좋은 산이다.
앞은 청도 한재 미나리로 유명한 마을이다.
경상도에 사는 분들이라면 따뜻한 봄날 한 번쯤 가 봤을 곳이지만
그동안 일 때문에 수 십 차례 지나가기만 했을 뿐 일부러 미나리 먹는다며 가보지 않은 곳이다
행정 구역상 경상북도 청도군 땅
청도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자리하고
화악산
밀양을 대표하는 산으로는 서쪽에는 종남산, 동쪽에는 산성산, 그리고 이곳 북쪽에는 화악산이다
청도 산악회가 세운 화악산 바로 옆에 밀양시 땅이니 밀양시 북부 산악회에서 또 다른 정상석을 세워 밀양시 땅임을 알린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는 이곳 정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철마산이며 미세 먼지로 인해 모든 산들이 우람하게 보인다
청도천은 이곳 말고 비슬산 조화봉에서 발원해 경북 청도읍으로 흘러 밀양강에 합수되는 청도천이 별도로 있으며
이곳 밀양 청도천은 오래전 경북 청도군 청도면이 밀양시 청도면으로 행정 구역이 바뀌게 되어 지금은 밀양시 청도면이다.
밀양 청도천의 원발원지는 밀양시 청도면 천왕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나 길이면에서는 이곳 화악산이 조금 더 길다.
오늘은 이곳에서 시작해본다
지나간 경로
정상에서 서쪽으로 계곡으로 진행하다가 미역덩굴 잡목 속으로 마빡부터 밀어 넣고
정상에서 50미터 정도 내려오면 미역덩쿨 줄기와 진달래 군락지가 서로 어울려 길을 막아선다.
이런곳은 뚫고 나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진달래 군락지는 넓고 평지같은 곳이라 땅은 질퍽하고 물이 고여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이렇게 바위 아래서 맑은 물이 흘러나온다.
부유물과 함께 한 모금 마시고
화악산 정상 50미터 아래에서 찾은 첫 물이 밀양시 청도면과 무안면을 고루 적시며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가보자 가다가 자빠지더라도
물이 흘러내려 오지만 어디로 스며 들어가고
산비탈로 내려오니 물기가 많이 있어 질퍽질퍽하니 자칫하다가는 뒤통수 깨기 십상이라
계곡이라기보다 마치 산 능선 같은 곳으로 물이 흘러가는데
물은 보이지 않고 질퍽한 낙엽길이 이어져
간간히 물이 보이나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기는 또 어떻게 뚫고 가야 할지
계곡길에 만나게 되는 칡덩굴은 어쩔 수 없이 피하게 되지만
도저히 피하지 못할 때는 뚫고 가야 하는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칠 덩굴을 빠져나와 보니 물은 바위틈에서 이렇게 흘러나오고
화악 폭포 높이는 대략 3m 정도이며
갈수기에도 이렇게 물이 흐르니, 장마 때는 더 많은 물이 떨어질 것 같다.
화악산 중턱쯤에 오래전에 쌓은 돌담도 보이고
숯가마는 아닌듯한데
내려오다 보니 묏선생 가족 7마리가 산비탈을 거침없이 오르는데
어미 따라 뒤뚱거리며 오르는 새끼들의 궁둥이가 토실토실하니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연출시켜 주고
묏선생들도 가고 깊은 계곡에 아무도 없으니 좋고
가끔 산꾼들이 찾는지 이끼가 군데군데 죽어있다.
실 폭포로 이어지더니 이렇게 물이 흐르는 폭포가 나타나고
짧은 절벽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곳이라 조심해야 할 곳이다.
3단 폭포가 나타나고
계곡을 거의 다 내려오니 여래사 사찰 땅임을 알리는 푯말이 버티고 서있다.
스님들이 뭐라 안 하실지...
맑은 물은 여기까지
이곳에서 세수하고 물 퍼서 마시고
밀양시 청도면 여래사
물은 여래사 앞 계곡 암반 위를 구르듯 흘러간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이지만 양지바르고, 거친 북풍을 막아주는 뒷산이 있어
주인장께서 좋은 터에 자리를 잡아서 사셨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편한 도시로 가셨는지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돌담이 아름다운 토담집 꼭 사고 싶은 집이다.
토담집과 화악산 라인
청도면 요고리 마을
물은 청도천이 되기 전에 요 고천이란 이름으로 잠시 흐르는데
물은 어떨까?
아주 투명하고 맑죠
이런 물이 전국 하천에 가득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맑게 흘러오던 물은 어디 도망간 거야
화악산 남쪽과 운주암 방향에서 흘러온 물도 어디로 가고 없고
주먹만 한 자갈만 나뒹군다.
소하천 희곡천이지만 물이 하나도 없고
앞으로 요고 저수지가 자리하고
청도 하면 단감이죠
산비탈 척박한 땅에 돌담을 높게 쌓아 밭 한 뙈기 만들어 놓았으니
지나가는 길손은 그저 대단한 정성에 놀랄 뿐이다.
가는 길에 매화가 반기고
요고지와 화악산 방향
내려가야 할 청도면 요고리 마을
요 고 마을과 청도천
청도천이 되기 전에 요 고천으로
청도면과 무안면에는 비닐하우스가 많으며 비닐하우스 속에는 풋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가격 궁금하시죠
10kg 6만 원 할 때도 있고 1만 원 할 때도 있다고 하신다.
고추 따는 인부들 하루 인건비 7만 5천 원임을 감안할 때
하루에 70kg을 딴다고 하니...
어떤 날은 일당 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신다.
길가 텃밭에서 돼지감자를 수확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청도면 고법리 마을을 지나며
이곳에도 물 대신에 자갈만 있고
지나온 화악산
멀리 지난번에 다녀간 창녕 우포습지로 흐르는 토평천 발원지가 있던 열왕산과 청도천 원발 원지가 있는 천왕산이 보인다.
최장 발원지 요 고천과 원발 원지 청도천이 만나면서 지방하천 청도천이 된다.
어느 농가에서 흘러온 물이 막걸리 인양 흘러나오고
밀양시 무안면으로 들어와 멀리 보이는 산마루 금은 열왕산에서 천왕재-천왕산
저곳 넘어 흐르는 물은 모두 우포 습지로 가는 토평천이죠
앞에 보이는 비닐하우스는 460평짜리 아주 큰 편이며
모두 고추 농사를 지으며 사는 곳이다.
밀양시 청도면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는데
같은 밀양시지만 무안면으로 들어오면서 하천 아래에 쓰레기가 아주 많아진다
밀양시 무안면 내진리
이렇게 담아 버릴거면 집 앞에 내다 버리지 꼭 이래야만 했냐?
물은 그래도 맑게 흐르고
하천 제방 아래 쓰레기를 버리거나 불법 소각한 곳은 무안면 내진리부터-무안면 무안리까지 7km 구간이다.
이 동네 사시는 분들은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글을 읽지 못하니
멀리 지나온 화악산이 보이고
앞으로 비닐하우스 보이시죠
작은 건 200평 비닐하우스
큰 건 450평 비닐하우스
200평 비닐하우스에 풋고추 농사를 지으면 2천만 원 소득을 올리는데 인건비 1천만 원
남는 건 1천만 원이지만 전기로 빼고 기타 빼면 800 정도 남는다고
450평 비닐하우스는 3천500만 원 소득이며 반은 인건비로 나간다고 한다
인근에 사시는 아주머니들께서 고추를 따시는데 하루에 70kg 정도 따며
인건비는 7만 5천 원 참값 5천 원 별도란다.
물속 풍경은 아직 깨끗한 편이고
옛날에 이무기가 살았다는 곳인데 지금은 어디론가 이사 가고 없다는...
상류에서 여행 온 폐비닐 조각이 나무마다 지저분하게 걸려있고
밀양의 청도천은 조금만 관리하면 아주 깨끗한 하천이란 이름표를 달것 같은데
쓰레기와 폐 비닐만 없다면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다.
쓰레기는 무안면이 보이는 곳까지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도 물속에는 쓰레기가 많이 있다.
쓰레기 투어는 그만하고 바로 앞 무안면에는 표충비각이 있으니 한번 가 볼까요
표충 비각은 다들 아시죠
밀양 무안리 향나무
역사가 오래된 향나무이니 때는 임진왜란 승려들로 조직된 군대를 이끌고 나라를 구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해 표충비와 함께 심은 나무다.
향나무는 1742년 영조 때 사명대사의 5대 제자인 남붕선사가 표충비를 세우면서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하며
우리나라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향나무 20여 그루 중 이런 녹색 양산을 펼친 것 같은 모양으로 가꿔진 향나무는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표충비각
누가 쓴 글인지 알길 없다는 현판 글씨
바라만 봐도 뭉클하고 웅장한 대단한 글씨체다.
표충비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조직하여 왜군을 무찌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왜군에게 포로로 끌려간
3천 명의 조선 포로를 귀환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사명당(유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42년에 남봉 선사에 의해 건립되었다.
비석은 국가에 환란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러 그 조짐을 미리 알려 준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며 땀방울은 글자의 획 안이나
머릿돌과 받침돌에는 맺히지 않는다 하여 그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내용은 한번 읽어 보시고
창살 넘어 한문이 빼곡하지만 알아야...
표충비각
녹새 파라솔 같은 향나무
밀양시 무안에 가시면 꼭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늦어 때늦은 식사로 떡국을 시켜놓고
떡국 좋아하시는 분 계시면 표충비각 구경하시고 바로 옆 분식집에 가시면 드실 수 있습니다.
지나온 무안을 지나며
영취산이나 종암산에서 흘러온 무안천이 청도천에 합수되는 지점
가운데 중난산과 우측의 덕대산
무안면 연상리 마을 들녘에는 커다란 바위 8개가 들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어떤 용도로 저곳에 터를 잡았는지... 고인돌은 아닌 듯하다
지나온 무안면과 멀이 영취산 자락이 보인다.
산 넘어 동네는 창녕 땅 계성면이며 쓰레기 하나 없도록 관리하는 계성천을 위해
최고의 직원분들이 버티고 계시는 곳이다.
화왕산에서 발원하는 계성천은 다음에...
우렁산과 중난산 덕대산 방향이며 산 넘어는 밀양강이 흐르는 밀양시
가운데 멀리 비룡산인 듯한데 저곳 넘어 낙동강이 흐른다
강가에 낚시꾼 한분이 보이시고
핏빛 음료수
강 건너 무안면이고 산줄기는 화서산- 황산-종암산과 멀리 열왕산 방향
초록빛 세상이 찾아왔음을 알리고자 강가에 터를 잡은 수양버들이 머리를 길게 늘인다.
파릇파릇 청보리밭과 밀양시 초동면과 멀리 덕대산과 중난산 방향
중난산은 진달래 산이며 밀 양분들이 엄청 사랑하는 산이다.
비룡산이 보이고
이제 한 모퉁이만 돌아가면 낙동강이다.
지나온 청도천과 월봉산 방향
반 학교가 보이고 그 넘어 낙동강
멀리 창원 땅의 백월산이 지척이다.
봄이 되니 신록이 오르고
청도천이 낙동강에 안기는 곳에
뾰족한 곳은 천마산 그 뒤로 마금산 멀리 작대산 같은데
지금쯤 진달래가 만개하여 뭇 산객 들을 불러 모을 것 같다.
청도천이 낙동강에 안기는 곳
청도천은 상류의 맑은 물이 흘러 왔지만 무안면을 들어와 생활 쓰레기와 강 중앙의 어린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폐비닐
불법 소각한 곳이 많아 눈살을 찌푸렸으나 하천은 자연 그대로 모습에서 색다른 풍경이 좋았다.
해질 무렵이라 바람은 불고 집에 가야 할 시간
창녕군 부곡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린다.
낙동강의 본포대교에서
지난여름 국토 종주 640km 걸을 때는 비가 엄청 왔는데
좌측 희미한 곳부터 천주-작대- 무릉-마금- 천마-어시미산
부곡에서 택시가 오더니 어디까지 가느냐? 해서 부곡까지 가서 이후로는 버스 타고 창녕에 간다고 하니
기사분께서 부곡 가는 택시비로 청녕까지 태워 주시겠단다.
에헤이!~ 좋죠 갑시다.
다음 하천은 철저한 관리로 쓰레기 하나 찾을 수 없는 창녕군 계성면 계성천으로 갑니다.
첫댓글 부분부분 몇번 다니던 코스라 방장님의 산행길이 애정이 솟네요.ㅎ
방장님의 발길 닿는곳 마다 기록이고 역사입니다.
늘~건강한 산행하시길 응원합니다.핫팅!!!
영남 근교에 사시면 한번즘 가본곳들이 많죠
하이즈님의 깨끗한 사진들은 늘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 감사드리구요 응원감사합니다.
쓰레기 태우고 버리는 것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 군요
여기저기 물불 안가리고 나타나는 현상들이죠
잡아서 정신교육 단디 시켜야 겠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여기저기 물불 안가리고 나타나는 현상들이죠
잡아서 정신교육 단디 시켜야 겠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물따라 걸음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과 이야기들 잘 보고갑니다~
다음주에 서울 나들이 가는데 얼굴 봅시다.
인사는 그때 하겠습니다.
방장님 저도 지난 2월17일 아주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에
혼자서 청도면 소태리에 고려시대 오층석탑이 있는 천축사에서 시작하여
죽바위산 호암산 배바위산 천왕산 천왕재 열왕산을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다 능선을 잘못타서 조금 인코스로 도는 산행을 하였는데요,
죽바위산에서 천왕산 쪽으로 바라보는 청도면 일대의 조망과 그 뒤를 둘러싸고있는 화악지맥과 열왕지맥 조망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천왕산이 밀양청도천의 발원지인줄 알고 산행을 했는데 화악산에서 발원하는게 더 긴가보네요.
산행을 하면서 보니까 청도면에도 두곡리 소태리 구기리 등에 작은 하천을 끼고 있던데
그런 소하천이 모여서 청도천을 이루는걸 보았습니다.
화왕산에서 발원하는 계성천 가실때는 연락주시면 날이 맞으면 동행하겠습니다.
원발원지는 촨왕산이구요
최장발원지는 화악산입니다.
자연 하천이며 개끗한 모습인데 주위 쓰레기로 인해
눈살 찌푸리게 하더군요
참 스레기 하나없는 계성천은 다녀왔는데 어쪄죠
무안면이 제가살고있는 농장근처입니다 청도면 무안면이 그래도 밀양에서는 청정지역이죠
무안면에서 농장 하시는 군요
고추 아니면 깻잎 하우스를 하신다면 초대 한번 하십시요
꼭 부탁드립니다.
@배병만 단감 대봉감 농장입니다
계성천은 저도 여러번 지나가 본 곳이라 기대가 됩니다
방장님의 살아있는 글 즐감했습니다^^
계성천을 지나셨구요
진짜로 깨끗한 하천이며 저의 마음속 랭킹 안에드는 곳입니다.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