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악자전거 문화를 생각 한다
지난 주 있었던 일이다. 이른 아침에 물금고 선생님과 학생 다섯 명에게 천성산 정상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악자전거 15대 정도가 올라왔다. 어디서 오느냐 물었더니, 부산 산악자전거 동호회라고 했다.
요즘 천성산을 주로 찾는 자전거 동호회는 거의 부산 동호회들이다. 연합회 차원에서 활동하시는 것 같다. 3년 전부터 천성산 정상 습지복원지역과 화엄벌을 지나 용소마을로 내라가는 코스를 금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가장 집요하게 타고 계시다. 인근 다른 지역 산악자전거들이 자제하고 타지 않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말싸움도 여러 번 한 터라 나도 가급적 상대를 하지 않으려 하지만 최근 버젓이 금지구역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까지 올리는 모습을 보며 다시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다.
사실 양산시에서는 천성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 초입, 원효암 주차장 볼라드 입구, 정상 철문, 천성산 정상 그리고 화엄벌 입구에 산악자전거 운행을 하지 말아달라고 5곳이나 주의 문구를 부착했다. 이것으로 부족해 지역 환경단체가 손수 플레카드까지 만들어 부착하였다. 그래서 모르고 이곳에서 산악자전거를 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를 나눠 본 부산 산악자전거인들의 목소리는 동일했다. 그들은 부산 산악자전거 연합 명의로 행동원칙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등산로에서 산악자전거 타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자신들도 자연을 보호하고, 등산객을 만나면 먼저 지나갈 수 있게 양보하며 탄다. 오히려 등산객들이 문제다. 산을 보호하려거든 등산객도 막아라. 이미 양산시와 환경청에 전화로 문의하고 오는 것이다. 산악자전거인 중에 시청 사람도 있다. 막으려거든 법대로 막으라는 것이다.
어이없지만 맞는 말이다. 자연공원법에 의거 법대로 금지를 고지하고 막으면 된다. 하지만 양산시는 양산을 산악자전거 도시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사업을 벌이고, 공원과는 법령에 의거해 좀 더 강한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앞에서 말했듯 정상부 습지복원지역, 화엄늪 습지보호지역, 내원사 도립공원 지역을 지나는 용소마을길의 산악자전거 운행을 하지 말아달라고 안내판을 5곳에 부착했다. 하지만 동호회원들은 안내문을 뒤집거나 없애버리면서 자전거를 계속 타고 있다. 법대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법적 강제가 아닌 한 시의 정책 따위 편의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다툼을 하고 있는 사이 학생 몇은 정상 철문에 먼저 갔다. 몇 분 뒤에 합류하니 산악자전거인들이 펜스를 넘어 습지복원지역을 가로질러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성토를 했다. 학생들은 사진을 찍고 녹화까지 해 보여주었다.
어린 학생들 앞에 부산 산악자전거인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최소한의 시민의식이 있다면 시가 법적조치를 취하며 금지하지 않더라도 정책으로 습지복원지역을 정하고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문구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그걸 따지면 등산객들도 들어간다고 항변할 것이다. 물론 양식 없는 등산객들 몇이 들어갈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남이 하니 나도 괜찮다는 변명은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더구나 산악자전거인들은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안내문까지 가리거나 훼손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고쳐 매야 했다.
학생들은 산악자전거인들의 시민의식 없음에 어이없어 하였다. 때문에 양산에 살지만 부산신문에 투고라도 해서 사정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텃세를 부릴 마음은 없다. 다만 부산 산악자전거 동호회 여러분들이 좀 더 숙고하고 정책에 따라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