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7시에 모두 모여 가볍게 몸풀고 산책을 합니다. 하루 사이에 기온이 확 떨어졌습니다. 잠바를 꺼내 입고 아침을 시작합니다.
오늘 오전에는 모두 당근밭에서 활동을 합니다. 며칠전에 털어놓았던 부직포를 거두어 정리합니다. 고랑마다 100m정도 길게 늘어진 부직포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고랑마다 4~5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줄을 당깁니다. 제법 힘이 많이 듭니다. 혼자서 불가능한 일이 힘을 모으니 가능해집니다. 긴줄다리기 놀이 기원이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고랑에 서서 다리를 벌리고 두 손으로 줄을 당깁니다. 고랑에 늘어선 사람들이 리듬에 맞추어 줄을 당기면 그 무거운 부직포가 어느새 한 곳에 모이게 됩니다. 20개 가까운 고랑에 부직포를 다 걷어내고 당근밭에 잡초를 뽑고 무리지어 자란 당근을 솎아줍니다. 작년엔 당근밭에 당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풀과 함께 당근을 뽑아 죄송했는데, 올해는 솎아주면서 제대로 잘 자란 당근을 뽑아 죄송했습니다. 당근농사는 여러모로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유기농 당근은 여러번 풀을 뽑아주어야 하고 솎아주는 것도 잘 해야한다고 합니다. 이런 귀한 일을 저희에게 맡긴 것도 고마운데 도움을 주기보다 망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오후에는 당근밭에서 솎아주기 작업이 계속되었습니다. 한팀은 한옥현 선생님 마늘밭에 가서 전에 못다한 마늘을 심습니다. 주변밭을 개간해서 비닐을 덮어 마늘밭을 확장합니다. 지난번엔 배주밭에 덮어두었던 비닐에 구멍을 뚫어 만들어서 구멍이 총 4개였는데, 이번 것은 11개가 뚫어져 있습니다. 다섯명이 가서 2시간만에 다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내고 왔습니다. 다들 농사일도 익숙하고 일머리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10분 농사이야기 저녁 다모임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당근밭에서 잘 자란 당근을 뽑아 죄송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농부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감나무는 일정시기에 가지치기를 합니다. 감나무 가지치기는이집 저집에서 같이 칩니다.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감이 잘 자랍니다. 그런데 자기집 것은 잘 치지를 못 합니다. 어디를 치야될 지 망설여지고 아까워서 치지를 못합니다. 이럴 때 이웃사람은 과감히 가지를 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야 감이 잘 자랍니다. 오늘 당근밭에서 부직포 걷고 솎아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당근들이 잘 자랄 것입니다.
이슬이 왜 생기나요? (이슬이 낀 유리컵을 가져오셨습니다. 그 유리컵을 보여주며 묻습니다.) 안과 밖의 온도차 때문입니다. 아침에 이슬이 있으면 밭농사하기가 힘듭니다. 옷이 젖는 것도 있지만 농사일이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해가 뜨고 이슬이 없어질 때쯤 밭일을 합니다. 오늘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아마 내일 아침에는 이슬이 없을 것입니다. 이럴때 농부들을 일찍 나가 밭일을 합니다. 조금 더 추워지면 서리가 생기겠지요.
사막에서는 어떻게 식물들이 살 수 있을까요? 사막에 사는 선인장같은 식물은 이슬 먹고 삽니다. 대표적으로 이슬을 먹고 사는 것으로 참깨를 들 수 있습니다.
화요일에 비가 온다고 합니다. 이럴때는 농사일정을 변경하게 됩니다. 화요일에 봄동 모종을 심기로 했는데 비가 오면 미루어야 합니다. 이렇듯 농사일은 줄기는 있지만 모든 일정은 흔들립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농사일은 계획을 변화시키고 유연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줄기가 있으면 계획이 흔들려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요즘은 짧게 농사이야기해 주십니다. "줄기가 있으면 흔들려도 괜찮다." 예전 청산도 들살이에서 청산도 어느 마을이장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계획하지말고 아침에 눈 뜨면 생각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계획을 세워 계획대로살자니 삶이 힘듭니다. 지금 여기를 즐기지 못하게 되지요. 하루에 여러사람들이 청산도에 놀러옵니다. 젊은 사람들이 베낭메고 여기 놀러오면 차대접하고 이야기 나누다 시간되면 다음 계획으로 이동합니다. 지금 여기를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계획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온 것 같습니다. 좋은 풍경 만나면 충분히 즐기고 좋은 사람 만나면 충분히 같이하고 지금 여기를 정성스럽게 보내는 것이 여행하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