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라오서 지음/오수경 옮김/민음사 2022년판
중국 근대사회의 격렬한 변화를 담은 희곡
청조 말, 제국열강의 시대, 그리고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기 직전의 민국 등 약 반세기에 걸친 중국 역사상에서 가장 혼란한 시기였던 근대사를 압축했는데, 중국의 가장 일상적인 생활 문화터전이기도 찻(茶)집을 주 무대로 해서 3대에 걸친 세월 동안 일어나는 격동의 역사적 변화를 연극으로 담은 작품이다.
권력자인 관료의 부정부패, 중국에서 수탈과 억압을 일삼는 서양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일어나는 중국 각지 군벌들의 장기간에 걸친 세력다툼, 이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농촌의 농민들의 각종 생활고와 도시로의 무작정 이주에 따른 이중고, 이때 농민들은 어린 자식들을 부유층의 노예나 첩으로 팔아버리는 비인간적인 행위들로 가정과 사회는 극도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무엇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거나 교훈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형식을 도입해 중국 근대사에서 일어난 고되고 격렬했던 민중들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서, 과연 무슨 일이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졌는지 찻집을 운영하는 왕씨 일가와 주변 인물의 3대에 걸친 역사를 ‘찻집’이라는 틀 안에 압축해서 관객에게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연극에서 많은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이 기간의 중국의 변화상을 알기 위해 책을 통하려 든다면 역사책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어도 모자랄 판이다.
평화로운 서민들의 일상이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그것은 사실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2막, 3막으로 넘어가면서 찻집의 내부 시설이나 벽에 붙여진 각종 문구나 장식품의 변화, 등장인물들의 대화내용의 변화 등을 통해서 각자의 인생에 서서히 그러나 결과적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든 것을 인생말년에 비로소 발견하는 것처럼, 역사에 있어서 변화의 거대한 물결을 연극을 통해서 독자들은 비로소 폐부 깊숙이 호흡하듯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인생의 변화처럼 역사의 변화를 읽어내며 각자의 방식대로 교훈이나 경험치를 가중하고 새로운 인식을 덧붙이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