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풍경/홍영수
읍내 오일장
분잡스러운 장터 귀퉁이 붕어빵 집
여기저기서 모여든, 장날만 볼 수 있는 얼굴들
빵 몇 개 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빙빙 돌리는 빵틀 속에서
각다분했던 할아버지들의 삶이 불콰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어진 틀 속에서 알맞게 돌아가며
구워져 나온 한결같은 붕어빵처럼
결곡한 삶 뒤의 스스로 텅 빈 그림자를 밟으면서
생의 앞 편을 도돌이표로 살았던 그들
눈은 캄캄해지고 머리카락이 훤해지는
또 다른 붕어빵들이 붕어빵을 안주 삼고 있다
어거리풍년의 장날이면 후줄근한 뒷등에
바싹 말린 우케 몇 말 이고지고
때론, 등록금이 맺힌
금쪽같은 송아지 눈망울에서 희망을 바라보며
꼭두새벽 길을 나섰던 얼굴들
공맹(孔孟)은 안 읽었지만, 논밭 지심 메듯
자신의 삶까지 쏙 뽑아 읽어 냈던 날들
주름진 붕어빵 꼬리지느러미를 잡은 손으로
이맛전의 골 패인 얼굴을 쓱 문지르며
저릿저릿했던 지난날을
육자배기토리로 싸목싸목 읊조린다.
오가는 술잔 앞에
비록, 가락은 모르지만
드러누운 붕어가
눈을 번쩍 뜨고 입을 벙긋한다.
첫댓글 우리 시대에 한가운데
정겨운 풍경들입니다.
장날 장에 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손에
무엇이 들려 있는지
그것을 먼저 바라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