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스님, 어쩐지 잘 조합이 안된다.
스님하면 산중에서 가부좌를 틀고 깊게 명상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스님이 골프에 입문하여 즐겨 치고 있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도범(道梵)스님의 얘기이다.
스님은 1967년 해인사에서 일타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전통차의 대가이시고 한국의 대표적인 수행 사찰인 봉암사 주지를 지낸 선승이셨다.
198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에 문수사(1992년), 2년 뒤 마이애미에 보현사를 창건하셨다.
도범스님의 책, [골프 공과 선사], (조계종출판사, 2018)는 50대 중반 골프에 입문하여 골프와 불교의 연관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수필이다.
얼마전 강화 보문사에 들렸을 때 구내 서점에서 책 제목을 보고 구입했었다. 수십년 동안 골프와 함께 하다보니 눈에 번쩍 띄었다.
"골프가 18홀이고 홀컵 지름이 108mm이며 불교의 108번뇌를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골프는 남과 싸우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요 명상하면서 하는 운동이라서 불교와 관계가 깊다"라고 주장하셨다.
책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스님의 골프실력이 싱글 수준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마음을 중요시 했다.
"마음을 비우고 스윙을 하면 무의식에서 리듬과 속도가 연습으로 익힌 그 상태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프로는 무념무상(無念無想)에서 치고 싱글은 일념일상(一念一想)에서 치며 초보자는 다념다상(多念多想)에서 친다는 말이 있다.
골프에 대한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그 중에 핸디별로 설명한 것이 있다.
핸디가 100이 넘으면 골프를 소홀히 했고 90안으로 치면 직장을, 80안으로 치면 가정까지 소홀히 했다고 한다.
미국은 동네마다 퍼블릭 골프장이 널려있어 언제라도 부킹이 가능하고 캐디가 없는 대신, 한 번 라운딩에 1~2만원 정도밖에 들지않는다고 한다. 특히 노인들의 건강유지에 골프가 최고라고 한다. 치매예방이 되고 너댓시간을 걸으면 건강수명을 늘리는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프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친화적이 되고 세상사도 둥글게 살아가야 한다는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요즘 우리 나라는 어떠한가.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실제와 거리가 멀다. 주중 골프의 경우, 그린피와 당일 경비를 합치면 근 30만원이 들어가니 나같은 보통의 은퇴자들에게는 감당이 불감당이다.
그래도 부킹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못나가니 돈많은 사람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때를 틈타 골프장에서 너무 폭리를 취하고 있어 골퍼들의 불만이 자자하다.
도범스님도
처음에는 건강을 유지하기위해 골프에 입문했다고 한다.
방안에서 반가부좌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쉴 줄도 모르고 운동도 하지않아 건강상태가 오랫동안 좋지 않았다고 한다.
절 안에서만 지내다가 드넓은 자연속을 거닐며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실제 네시간 이상을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운동이 골프이다. 재미도 있지만 건강은 덤으로 따라온다.
우리나라 실정으로 스님이 골프를 친다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현직에 있었을 때, 조계종 본사(조계사)의 경리책임자인 스님과 라운딩을 했었다. 스윙이 간결하고 실력이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개신교의 목사나 천주교의 신부도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를 떠나 건강수명을 늘리는데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 특히 노인들에게 무리없이 할 수 있는 것이 골프이다.
한편,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골프천국인 미국에서 골프와 더불어 건강을 회복하고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하면서 골프를 즐기는 골프 애호가, 도범스님의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골프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된다.
골프도 일체유심조 즉 마음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첫댓글 도범스님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골프가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비록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노년에 접어들어 골프만한 운동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골프연습장에 걸린 표어가 참 좋습니다.
"골프는 싱글
사랑은 이글
인생은 벙글"
이렇게 좋은 골프이지만 골프수요에 비해 골프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퍼블릭 골프장이 더 많이 생겨 부담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