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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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0. 5.
신라 제24대 진흥왕은 새롭게 영토로 편입된 지역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녔는데 이를 기려 이곳이 자국의 영토임을 드러내는 비석을 세웁니다. 이 때 세운 비석들이 모두 4기로 창녕신라진흥왕척경비(국보 제33호)ㆍ북한산신라진흥왕순수비(국보 제3호)ㆍ마운령신라진흥왕순수비ㆍ황초령신라진흥왕순수비 따위입니다. 그 가운데 해발 556m의 북한산 비봉(碑峯)에 세운 진흥왕순수비(眞興王巡狩碑)는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심지어는 무학대사 또는 도선국사의 비라고 잘못 전해 내려오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을 새롭게 확인하고 밝혀낸 이는 바로 추사 김정희입니다. 조선의 대학자 김정희는 순조 16년(1816) 7월 무더위 속을 뚫고 북한산에 올라 그곳에 있던 진흥왕순수비를 발견 탁본했습니다. 그 뒤 그는 침식을 잊은 채 비문을 판독한 다음 그 비가 진흥왕순수비임을 밝혀낸 것입니다. 뒷날 김정희는 또 다른 진흥왕순수비의 하나인 황초령비와 북한산 순수비의 비문을 치밀하게 고증한 논문 <진흥이비고(眞興二碑攷)>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병자년 가을에 내가 벗 김경연과 함께 승가사에서 노닐다가 이 비를 보게 되었다. 비면(碑面)에는 이끼가 두껍게 끼어 마치 글자가 없는 것 같았는데, 손으로 문지르자 글자가 있는 듯하여 (중간 줄임) 탁본한 결과 비석 몸체는 황초령비와 비슷하였고, (중간 줄임) 마침내 이를 진흥왕의 옛 빗돌로 단정하고 보니, 1,200년이 지난 유물임이 갑작스럽게 밝혀져서 무학대사비라고 하는 황당무계한 설이 깨뜨려지게 되었다.” 이렇게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를 확인해낸 추사야말로 진정 큰 학자인 것입니다.
-------------------------------------------------------< 맛 있는 일본이야기 370 >
노벨상 탄 오스미 교수, 아내 마리코에게 그 공을 돌려
“이번 노벨상의 영광은 돌아가신 부모님과 늘 곁에서 응원해준 아내 마리코에게 돌리고 싶다.” 이 말은 2016년 노벨 의학ㆍ생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71살) 교수가 수상 소감의 말미에 한 말이다. 그제(3일) 도쿄 메구로에 있는 도쿄공대캠퍼스 기자 회견장에는 100여명이 넘는 보도관계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덥수룩한 수염의 오스미 교수는 “소년시절 노벨상에 대한 꿈을 꾼 적이 있지만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서는 완전히 잊고 지냈다.”고 했다.그러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목표로 꾸준히 연구해온 결과 이번에 노벨 의학ㆍ생리학상을 받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수상소감 자리에서 특히 그는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로써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으로 늘어났다. 자연과학 부문에서만 22명이 상을 받았으며 2001년 이후에만 16명이 수상해 미국에 이어 역대 2위다. 오스미 교수의 노벨 의학ㆍ생리학상이 발표되자 일본은 잔치 분위기다. 언론도 대서특필 했으며 특히 3일 밤 9시 NHK에서는 ‘뉴스워치 9’에서 가나카와현 오이소에 있는 오스미 교수 집을 찾아가 부인인 마리코 씨와의 대담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남편의 노벨상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한 마리코 씨는 “호기심이 왕성한 남편은 자신이 흥미로운 일에는 일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몰두하는 성격”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집에 오면 편히 쉴 수 있도록 힘썼으며 남편은 틈이 나면 정원 손질 등 집안일을 도왔다고 했다. 남편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방송국 기자의 요청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토파지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하니 건강한 몸으로 연구를 계속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노벨상을 받으려면 본인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겠지만 아내의 노력도 적지 않았을 듯싶다. 그런 아내에게 노벨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노 교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스미 교수의 도쿄공업대학 학생들도 “노벨상을 탄 교수님이 우리 학교 교수라는 사실이 정말 영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일본은 오스미 교수가 단독으로 받은 노벨 의학ㆍ생리학상 수상에 온 나라가 축하 분위기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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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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