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d.’
‘H’는 해피니스(Happiness), 행복이에요.
‘c’는 캐피탈(capital), 돈이죠.
‘d’는 디자이어(desire), 욕망이에요.
자본주의는 행복이 커지려면 돈이 많아져야 한다고 하죠.
그런데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 논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어요.
경쟁이라는 것은 배타적이지요.
타자가 나에게 지옥을 안겨 줘요.
이 도식 안에서 살아가면 언제나 불안이 내면화됩니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가 만든 이 도식 안에 삶을 집어넣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옛날에 비해 돈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만큼 행복하질 않아요.
욕망이 커져서 그래요.
거꾸로 욕망이 줄어들면 행복이 커지지요.
욕망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내적 든든함이 있어야 해요.
내적 든든함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제법 아름답고 좋다는 걸 알아차릴 때 생겨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보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하죠?
오래 보고 자세히 본다는 것은 시간을 들이는 거예요.
시간의 향기가 그 속에서 배어드는 거죠.
그럴 때 무언가에 대해 경탄할 수 있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죠.
그때는 욕망이 나를 지배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못해요.
기독교 신앙이란 욕망이 허상임을 알아차리고
그 너머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에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죠.
‘이 정도는 누려야지’라며 욕망을 슬글슬금 키우죠.
거기에 사로잡히면 늘 결핍되어 있고
행복은 영원히 유보될 수밖에 없어요.”
-김기석(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