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기댄 조화로운 삶
수 년 전 어느 봄, 발 아래에 피어난 제비꽃 한 송이가 내 가슴을 활짝 열리게 해 주었던 바로 그 해 나는 텃밭을 일구고, 흙 속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그 해 이맘 때 즈음 써둔 농사일기 한 편을 오늘은 함께 공유해 본다.
오랜 겨울 추위를 뒤로 하고 온 세상이 봄소식으로 한창이다. 우리 도량 주변에도 진달래,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 산수유, 벚꽃 등이 예쁜 꽃을 피웠고, 가만히 발 아래를 살펴보면 민들레, 제비꽃, 양지꽃, 냉이꽃, 꽃다지 등이 지천으로 피어올라 봄기운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오늘은 겨우내 그렇게 기다려왔던 씨앗을 뿌렸다. 장에 가서 구해 온 온갖 씨앗들과 얼마 전 신도님들께 보시 받아 놓은 씨감자며 땅콩, 팥 등을 지난 겨울부터 만들어 둔 텃밭에 나누어 심으며 봄의 조화에 동참했다.
이것 저것 많이 심어 놓았는데 잘 키워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그 작은 씨앗들이 자라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내 안에서는 맑은 샘이 넘쳐흐르는 것 같다. 그런 연유로 올해는 좀 욕심을 부렸다. 감자, 팥, 땅콩, 상추, 쑥갓, 알타리무, 부추, 파, 들깨, 취나물, 아욱, 치커리, 청경채, 근대, 케일, 참나물 등 한달 후 쯤 모종을 사다 심을 것들까지 생각해 보면 아직 심어야 할 것들이 한참이다.
씨앗을 뿌리기 전에 잠시 기도를 드렸다. 텃밭에서 오늘 하루 내가 밟고 일해야 할 흙에게, 또 나에게 공간을 나누어 줘야 할 땅이며 땅 속의 모든 생명들에게 양해와 감사의 기도를 먼저 드리고 일을 시작했다.
사실 삽자루를 들고 흙을 파헤친다는 것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흙을 한 번 파헤칠 때 그 속에서는 얼마의 생명이 죽어갈 지도 모르고 행여 지렁이 몸을 두 동강 내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기야 요즘같이 포크레인 같은 대형 장비를 가지고 산 하나를 불과 몇 일 만에 평지로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산 크기 만한 빌딩을 올린다거나, 그렇지 않아도 너무 빠른 세상 좀 더 빠르게 가겠다는 생각에 산에 커다란 터널을 뚫는 일이 아무런 반성과 미안함 없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없이 행해지고 있음을 본다면 이 말이 과민하고 하찮은 말로 들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산에도 들에도 흙에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내 생명과 똑같은, 부처님 생명과 똑같은 생명이 담겨있다. 산하대지 곳곳에 하느님의 영성이 담겨있다. 사람만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온 우주의 모든 존재, 모든 생명들이 그대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바꾸고 손을 대기 전에는 있어야 할 꼭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이 세상을 법계法界라고 하는 것이다. 그냥 세상이 아니라 진리의 세계라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대자연에 최대한 우리의 욕심을 개입시키지 말고, 훼손시키지 말고, 우리의 판단이나 분별 지식으로 대자연의 지혜로운 운행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나의 농사는 너무 서투르고 여전히 파괴적이며 인위적이다. 그러나 될 수 있다면 '마음밭'을 일구듯 저 밭을 일구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대자연의 변화에 턱 맡기고 함께 따라 흐를 수 있도록, 나와 대자연이 둘이 아니고 대자연의 일부일 수 있도록, 저 돌과 바람과 하늘처럼 나도 돌과 바람과 하늘일 수 있도록, 자연의 변화에 맞춰 내 삶의 리듬도 그 자연의 조화로운 변화에 장단을 맞출 수 있도록 그렇게 조화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
늘 ~~~
부처님의 눈빛과
부처님의 말씀과
부처님의 행동을 배워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되기를......
------------------------------------
고맙습니다
성불 하십시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질서] & [조화]
은, ................. 제가 [법상스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 입니다 ^^
제가 참좋아하는 단어 랍니다 ^^
각자 있어야 할 자리에서
맡은바 역할을 거뜬히 해내어
ㄷㅓ 큰 공동체 작품을 완성하는 것 ^^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져
지난해 저의 개인적인 농사 수
인간이 제일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겠지요.
예전에는 환경이라는 말을 썼는데 요즘은 생태라는 말을 쓰더라구요
자연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아니라
사람들도 함께 하는 생태인것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우주 대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올라타서 함께 순환하며 흘러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