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맛 최적기! 제철 과일을 먹는 기쁨
배는 원황, 9월 초
껍질에 노란 점도 거의 없고, 서걱거리는 석세포도 적고, 과육도 매끈하고 부드럽고, 수분이 많아 한입 베어 물면 입 안에 단물이 고이는, 기자가 지난해 반했던 배의 품종은 원황. 당도가 높고, 과육이 곱고 부드러워 오래 두면 물러져서 추석 전에 챙겨 먹어야 한다. 9월 초가 가장 맛있는 때다. 원황 다음에 화산, 신고 순으로 생산되는데 그 유명한 신고는 단단해서 저장성이 좋다. 늦게 수확되는 품종일수록 과육도 단단하고 석세포도 많아진다. 당도는 비슷하지만 과육의 질감이 달라서 베어 물었을 때 식감도 다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원황은 너무 부드럽고 배 특유의 거친 질감이 없다며 신고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원황을 먹어본 주위 사람들은 별 5개로도 부족하다는 칭찬이다.
토마토는 대저 찰토마토, 3~4월
토마토는 사철 나지만 밋밋하게 달기만 한 것 말고, 새콤달콤 맛있는 토마토를 맛보려면 3~4월을 지나치면 안 된다. 토마토로 유명한 낙동강 하구의 대저 지역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퇴적 토양이라 이곳에서 자란 대저 토마토가 맛있기로 손꼽힌다. 토마토는 여름에 나는 빨간 완숙 토마토와 반숙 토마토(청토마토)가 있는데 대저 토마토 중에서 가장 맛있다는 찰토마토는 반숙 토마토의 한 종류다. 새콤달콤하고 동글동글하면서 버들강아지 비슷하게 생긴 젤리가 꽉 찬 찰토마토는 일명 ‘짭짤이’라고도 불린다. 이 토마토는 9월에 파종하여 이듬에 2~5월에 수확하는데 날이 더워지면 신맛이 약해지고 과피가 물러지기 때문에 3~4월에 나는 것이 최고로 맛있다. 땡글땡글한 것이 속이 꽉 차 있고, 주글주글하거나 울퉁불퉁 각이 져 있으면 속에 비고 찰기도 떨어진다.
복숭아는 미백, 7월 말~8월 초
살짝 쥐기만 해도 손자국이 남고 단물이 줄줄 흐르면서 입에 넣으면 녹는 미백은 가장 뜨거운 여름인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에 가장 맛있다. 백도는 미백→천중도→오도로끼 순으로 생산되는데 백도로 유명한 청도 사람들은 미백보다 씹는 맛이 있고, 8월 중순에 나오는 발그레하고 거뭇거뭇한 점이 있는 천중도가 맛있다고도 한다. 청도는 황토 땅이고, 산골이라 낮밤의 기온 차가 커서 복숭아가 달다. 밤에 기온이 높으면 복숭아 나무가 호흡을 하면서 양분을 소비해버리는데 기온이 낮아 당도가 올라가는 것.
포도는 머루 포도, 10월 중순
캠벨얼리는 상큼하면서 단맛이 나고, 머루 포도는 거봉, 캠벨보다 당도가 높아 가장 달콤한 포도다. 9월에는 캠벨얼리가, 10월이 되면 머루 포도가 나온다. 송이는 어른 손보다 약간 작은 것, 송이가 꽉 차지 않고 너슬너슬한 것이 해를 고루 받아 달다. 포도는 꼭지 쪽에서 멀수록 빨리 익으니 포도를 고를 때는 꼭지 쪽에 가까운 포도 알을 맛보고 사야 한다.
사과는 후지(부사), 10월 말~11월 초
사과는 10월 상순에 나오는 새콤한 홍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도가 높은 후지(부사)가 인기가 좋다. 후지는 열매의 생육 기간이 1백80일이나 되어 햇볕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달다. 늦게 딸수록 당도가 높아지는데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나오는 후지가 맛이 좋다. 다들 맛있다고 하는 꿀이 박힌 ‘꿀 사과’도 후지다. ‘꿀’은 사과 속의 당이 응축되어 생기는데 따져보면 병이 든 것이라고 한다. 사과도 복숭아처럼 일교차가 크면 당도가 올라가는데 소백산맥 주변 영주 사과가 맛있는 것은 그런 이치다.
귤은 조생, 11월 중순~12월
단맛과 신맛이 응축된 조생은 단맛이 쉽게 빠지지 않아 1~2월까지도 저장이 가능하나 11월 중순부터 12월에 딴 것이 가장 맛있다. 조생 전에 10월 중순부터 한 달간 나오는 극조생 품종은 물기가 많으면서 조생에 비해 싱겁고, 저장해두면 단맛이 쉽게 빠져버린다. 시장에 가보면 껍질이 얇은 귤, 두꺼운 귤, 알이 굵고 작은 귤이 있는데 이는 품종의 차이가 아니라 나무에 열린 열매의 개수에 따라 다르게 생장하는 것이다. 귤 크기가 커지면 껍질만 두꺼워지고 맛이 없다. 한 나무에 작은 것이 많이 달려야 맛이 좋은데 탁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가 제대로 맛있다. 제주도에서도 남쪽 귤은 맛있지만 북쪽 귤은 시다고 한다.
한라봉, 2월~3월 초
한라봉은 모두 하우스 재배여서 1년 내내 생산할 수 있지만 2월부터 3월 초에 나오는 것이 단맛이 제대로 응축되어 있어 맛이 좋다. 다른 시기에 나온 한라봉은 하우스에 가온을 해 웃자란 상품들로 미묘하게 단맛이 떨어지고 저장했을 때 금세 싱거워진다.
기획 : 이나래ㅣ포토그래퍼 : 권오상ㅣ레몬트리ㅣpatzzi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