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의 킥오프] FC안양 감독 고정운, 무소의 뿔처럼 간다2017.11.15 오전 11:30 | 기사원문 국내축구 서호정 現 골닷컴 기자. 다양한 축구 소식을 전하는 스토리텔러
올 겨울 K리그에는 유달리 사령탑 변화가 많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22개 팀 중 5개 팀이 이미 새 시즌을 위한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K리그 챌린지 4개 팀은 아직 공석이다. 2017시즌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령탑 교체는 추가될 수 있다. 감독이 팀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 확실하다. 그의 사고, 철학, 선택이 팀의 방향은 물론 운명을 결정한다. 팀을 옮기거나, 혹은 아예 새롭게 프로 감독이 된 그들과의 대화를 통한 다가올 2018년의 흐름을 살펴본다. 첫번째로 만난 K리그의 새 사령탑은 FC안양의 고정운 감독이다. 2013년 K리그에 뛰어 든 FC안양은 점점 하락세다. 연고이전으로 인해 팀을 잃은 팬들의 열망이 시민구단 창단으로까지 이어진 스토리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성적에서는 2013년과 2014년 5위, 2015년 6위, 2016년 9위, 2017년 7위를 기록했다. 신생팀 안산 그리너스를 제외하면 현재 K리그 챌린지 팀 중 준플레이오프에 가보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팀 이미지도 흐릿하다. 안양이 축구 열기가 뜨거운 도시로 알려진 만큼 새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했지만 관심도, 투자도, 구단 브랜드도 애매하다. 오히려 올 시즌 내 이어진 구단과 서포터의 갈등 등으로 부정적 이슈만 양산됐다. 괜찮은 선수들은 대부분 다른 팀으로 떠난 상황이다. 그나마 흥행 면에서 2017년 K리그 챌린지 평균 관중 1위(3339명)를 기록한 게 긍정적 신호다. 리빌딩과 리브랜딩을 통해 100년 구단이 되겠다는 목표의 안양은 2017시즌이 끝나고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고정운 감독이 그 주인공이었다. 축구계 안팎에서 놀란 반응이었다. 그 동안 안양의 감독 선임 방향과 달랐기 때문이다. 지역 인사도, 내부 인사도 아니었다. 고정운 감독 본인도 2003년 선문대 축구부 감독으로 시작한 뒤 15년이 걸려 처음 맡은 프로팀이었다. 고정운 감독은 2011년 풍생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5년 동안 SPOTV 해설위원과 호원대 체육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축구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월드컵의 스타, 측면을 지배한 레전드보다는 “~고든요”, “그마만큼” 등의 어휘를 쓰는 축구해설가로 익숙하다. 조금은 머쓱한 프로 감독 데뷔기도 하다. 대전 시티즌은 78년생의 고종수, 아산 무궁화는 79년생의 박동혁을 최근 감독으로 선임했다. 66년생인 고정운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마주치기 어려웠던 막내뻘 후배들과 벤치에서 합을 겨루게 됐다. 안양의 리빌딩을 맡은 그는 ‘정면돌파’를 강조했다. 정당한 과정과 그것을 통한 성과로 평가 받겠다고 했다. 후배들보다 늦은 출발이지만 오래 달려갈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현역 시절 별명이었던 코뿔소처럼 우직하게, 적토마처럼 부지런히 달려가겠다는 의지였다. Q. 프로 감독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A. 너무 기다리고 원했던 일입니다. FC안양의 구성원들, 임은주 단장님을 비롯한 프런트, 마이클 김, 신의손 코치 등 우리 스태프들을 매일 만나면 의욕이 계속 올라오죠. 프로 감독으로 늦은 데뷔를 하지만 제 나름대로 준비를 해 오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건 행복하고 재미난 거죠. 하루 하루가 바쁘지만 기대도 됩니다. Q. 대전, 아산 등 30대 감독도 있는 상황에서 만 50세가 넘어 데뷔하게 됐습니다. 황선홍, 최용수, 서정원 등 후배들은 이미 트로피를 들었고요. 밖에서 보며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A. 가슴에서 요동치는 게 없을 리가 있었겠습니까? 처음엔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어요. 자존심도 상했죠. 2011년에 풍생고 감독을 마치고 2년 간은 축구계와 아예 거리를 뒀습니다. 딸이 운동(골프)을 하고 있어서 그쪽에 집중했죠. 다른 골프대디들처럼 캐디를 보며 뒷바라지도 했고요. 하지만 제가 돌아올 곳은 축구장이었어요. 지난 7년은 선수나 지도자 시절 모르던 사회의 여러 면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쉬움만 갖고 있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후배들이 감독을 하고, 높은 위치에 있지만 한번은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모든 부분에서 철저히 관리했습니다. Q. 축구 해설위원도 그 준비 중 하나였을까요? A. 정해성 감독님이 SPOTV에서 해설을 하다가 축구협회로 가시면서 추천을 해주셨어요. 문제는 사투리였습니다. 그건 고칠 수 없는데 괜찮겠냐고 하니까 SPOTV 측에서 문제 없으니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2014년부터 햇수로 4년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안타까운 건 다른 종목에 비해서 축구는 경기인 출신이 해설을 기피합니다. 그건 자기 밥그릇을 차는 거거든요. 야구, 농구, 배구를 보면 감독들이 그만두고 바로 해설을 합니다. 그것도 팬 관리예요. 마이크 잡고 경험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소통하는 거예요. 축구인들만 유독 해설하는 걸 감독보다 천한 일로 생각하는데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미디어의 일원으로서 늘 축구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겁니다. 전 시작한 뒤 늘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해설을 하려면 90분 동안 쉴 새 없이 애기를 해야 하는데, 경험만으로 안됩니다. 자료와 공부가 필요해요. 지도자 교육 때 준비한 자료, 축구 전문지 등을 늘 열심히 보고 빼곡히 준비해서 해설하러 갔어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세상을 보는 제 시선도 달라졌어요. 계단을 하나씩 올라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정운이라는 사람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도전 중 하나였죠. Q. 거침 없는 칭찬과 지적, 몇몇 어휘 때문에 컬트적인 인기도 끌었습니다. A. SNS를 안하고 댓글은 안 보니까 해설위원으로서의 제 평가에 대한 호불호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듣습니다. 제가 아는 것, 배운 것, 느낀 것을 솔직하게 전달했어요. 전 비선수 출신 해설위원들 인정합니다. 말의 표현, 지식의 넓이가 달라요. 대신 선수 출신은 말은 좀 서투르지만 축구가 더 깊죠. 후배들에게 감독 그만두면 해외 연수 가는 것도 좋지만 팬, 미디어와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얘기해요. 그래야 축구도 인기가 올라갑니다. 그걸 축구인들만 등한시했어요. 그 결과가 지금 경기장 가면 보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해설위원 일을 택할 때는 고민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Q. 50대인데 몸도 현역 시절과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요. A. 몸을 가꾸는 것에 절대 소홀하지 않았어요. 제가 강조한 준비에는 그런 점도 있어요. 프로 감독을 늦게 했다고 하는데 전혀 걱정 없습니다. 그래서 몸 관리 열심히 한거거든요. 후배들보다 5년, 10년 늦게 출발했지만 그만큼 더 할 겁니다.(웃음) 커피는 안 먹고 흡연도 안 합니다. 술은 자리가 있으면 가지만 애주가도 아니고… 운동을 많이 하죠. 혼자서 백두대간도 정복했어요. Q. 고정운이라는 축구인의 이미지는 화끈한데 고집 있고, 만만치 않은 캐릭터입니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해설위원 때도 그랬습니다. A. 2011년에 프로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공석인 시도민구단이었는데,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만나자고 했습니다. 연봉이 적힌 계약서까지 내밀었는데 여러 면에서 비전이 안 보이는 거예요. 제가 갈 동기부여가 하나도 없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거절했습니다. 그 뒤 6년이 걸려 감독이 됐네요.(웃음) 저에 대한 선입견들은 압니다. 그건 고정운이라는 사람을 겪지도 않고 겉만 보고 얘기하는 거죠. 강하다. 무섭다고 하는데 사실 전 합리적입니다. 아닌 길이고 나쁜 길이라 판단하면 가지 않습니다. 타협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고정운은 구단 말 안 들을거라고 하죠. 제 생각에 프로 감독은 코칭과 경영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단을 위해서 자기 욕심을 포기할 줄 아는 게 프로 감독입니다. 밖에서 하는 얘기 중 저도 인정하는 건 승부욕입니다. 선수 시절 경기를 지면 밥도 못 먹고, 잠도 안 왔습니다. 분해서요. 프로에서는 그게 필요해요. 축구는 네트를 치고 하는 경기가 아니잖아요. 몸이 부딪히는데 투쟁심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 감독들에게 온통 형님 리더십, 따뜻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그건 타고나야 하는 거 같아요. 50년 간 살아 온 제 내면의 기질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Q. 하지만 승부욕을 얼마나 선수들에게 이성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겠죠? A. 그럼요. 예전처럼 억압적인 방식은 안 됩니다. 지금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의 사고와 생각을 읽어야 합니다. 호원대에서 강의를 한 경험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수업 커리큘럼은 전술 분석, 전술 훈련, 실기, 이론도 있지만 가장 중요시한 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거였습니다. 제 USB에는 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그게 지금을 위해 준비해 온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Q. 안양과는 특별한 연이 없습니다. 고향도 아니고, 지금 거주지도 아니고, 이곳에서 선수 생활도 안했고… A. 우연찮게 맡게 된 거죠. 밖에서 말들이 많죠? 고정운이 어떻게 임은주 단장과 의기투합했는지? 임은주 단장은 선수로 처음 알게 됐어요. 90년에 남북통일축구대회를 할 때 제가 남자대표팀, 임은주 단장은 여자대표팀의 선수였어요. 그 뒤는 임은주 단장이 프로 심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몇번 만났죠. 그게 전부였어요. 지난달 의왕시에 지인을 만나러 왔다가 잠깐 구단 사무실에 놀러 왔는데 그 뒤 감독 선임까지 급진척된 겁니다. 뒤에 뭐 있는 거 아니냐는데 전혀 없습니다. 시민구단은 힘든 팀입니다. 임은주 단장이 올해 부임해 팀을 리빌딩 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컨셉과 비전을 얘기하더라고요. 대화를 하다 보니 제 생각과도 맞아 떨어진 부분이 있었죠. 그러다 함께 해보자고 한 겁니다. 시민구단은 늘 감독과 단장, 혹은 사장 사이의 파열음이 팀을 흔듭니다. 처음부터 그 부분에서 서로 확인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전혀 걱정 안 합니다. 한 곳을 보고 가야 배가 제대로 갑니다. 저와 임은주 단장 모두 지금 안양이 위기지만 기회라고 봅니다. 성과를 내면 평가는 확 달라질 겁니다. 안양은 축구팬이 굉장히 많은 도시죠. 바람만 불면 경기장으로 관중석이 온다고 다들 얘기해요. 열정에 불을 붙이면 됩니다. 안양의 브랜드가 저평가 돼 있는데 그걸 바꿔 보고 싶어요. Q. 안양은 텃세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는 핸디캡이 될 수도 있을텐데요? A. 아뇨. 연고가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입니다. 제가 축구만 보고 가면 된다는 것 아닙니까? 연고나 정치적 후견은 없지만 그만큼 좋은 축구를 하고, 성적을 내고, 팬들에게 한발 더 다가갈 겁니다. 어제 후원의 밤이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FC안양을 후원해 주신 크고 작은 스폰서들을 모시는 자리였습니다. 시민구단에게 돈을 주시는 분들인데 당연히 빠질 수 없었습니다. 열일 제치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없으면 감독이 아니라 코칭만 하는 사람이죠. 구단에도 팀 내의 어떤 선수라도 경기 하루 전만 아니면 모든 행사, 업무에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시민들과 스킨십을 해야 경기장에 한 분이라도 더 옵니다. 저는 무조건 1번으로 갑니다. 후원의 밤에 갔는데 돈까스 가게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혼자 오셨어요. 원래는 바빠서 안 오시겠다고 했는데 우리 직원들이 여러번 전화하고 초청장을 직접 들고 가서 오신 거였습니다. 그렇게 왔는데 감독이 앞에 앉아서 얘기를 하니까 재미있다며 내년엔 다분 몇십만원이라도 올려서 또 후원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의 주인은 시장님도 시의회 의장님도 아닌 우리였습니다. 감사함을 누구보다 더 제대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Q. 지난 한해 동안은 구단과 서포터 사이의 불신도 깊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감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인데요? A. 저는 한 길만 보고 갈 겁니다.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감독이 제일 잘해야 하는 게 뭔지를 압니다. 하지만 팬, 시민과의 만남에 거부감은 없습니다. 자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갈 겁니다. 최근엔 시의원들을 만났어요. 그분들이 하나 같이 FC안양은 시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시에서도 투자와 지원을 위한 명분과 동기부여가 생긴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일화에서 뛰던 시절이 생각 났어요. 다들 일화가 처음부터 돈 많이 쓴 팀으로 알지만 창단하고 초기에는 돈을 제일 안 썼어요. 성적을 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바뀐 거죠. FC안양에게 서포터즈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오늘의 안양이 있기에 큰 역할 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양시의 전체 시민을 위한 팀으로 발전해 가야 합니다. 안양종합운동장을 최대한 많이 채울 수 있게 하나가 됐으면 합니다. 열정적인 팬들의 질책과 비판은 언제든지 받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라면 언제든 소통하겠습니다. Q. 고정운 감독은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 뻔하지만 꼭 물어봐야 할 질문입니다. A. 감독들이 다 거창하게 얘기하죠? 그런데 감독 하고 싶은 축구가 다 됩니까?(웃음) 공수 전환이 빠른 축구, 상황에 따른 압박도 강하게 하는 게 제 축구의 기준입니다. 무엇보다 투쟁심을 갖고 치열하게 싸우는 축구를 해야 합니다. 순한 축구는 안됩니다. 중요한 건 그런 축구를 할 선수들이 구성돼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축구가 안 되면 선수들이 가진 것에 맞는 축구와 전술을 찾을 겁니다. 되지 않는데 제 축구 고집해봤자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걸 위해 선수들부터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게 1번이에요. Q. 말씀하신 대로 감독 혼자 성적 내는 건 아닙니다. 좋은 코치도 함께 해야 합니다. A. 코치는 감독의 비서가 아닙니다. 한국은 감독이 집에 가기 전까지 코치들이 집에도 못 갑니다.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겁니다. 전 일을 잘하는 게 우선이에요. 감독 비위 맞추는 사람이면 안됩니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 일을 제일 잘해야 합니다. 선수를 선발할 때도 저 혼자 판단하면 안 돼요. 그러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5명이 함께 보고 최대한 동의하는 선수를 뽑으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집니다. 한국에선 코치들이 눈치를 봐요. 네임밸류 필요 없고, 능력과 성실함을 갖춘 코치들을 찾았습니다. Q. 선수 수급은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시민구단이라 자금력도 문제지만 안양에 좋은 선수가 올 지도 궁금합니다. A. 스카우트는 진행 중인데… FC안양에 안 오려고 해요. (웃음) 그 정도로 팀이 가치가 떨어져 있습니다. K리그 전체에서도 기피대상 1호더라고요. 처음엔 벽에 부딪혔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관심 가는 선수, 에이전트가 안 만나다고 하니까. 구단 전체가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밖에서 안양이 그렇게 보여지는 게 현실이에요. 그걸 바꿀 겁니다. 제가 언제 그만둘 지 모릅니다. 성적이 안 나오는데 철면피처럼 이 자리 지키진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후임으로 오는 사람이 지금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예산도 많지 않고 주어진 한계가 있어요. 선수 구성은 엑기스만 뽑아서 가려고 합니다. 30명 미만의 스쿼드로 가겠다고 구단에 먼저 얘기했어요. 28명 정도일 겁니다. 골키퍼가 3명이니 필드 플레이어는 25명. 적은 예산에서 최대한 효과를 보려면 불필요한 몸집을 줄이고 퀄리티 있는 선수로 최대한 채울 필요가 있어요. Q. 고정운 감독이 FC안양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A. 성적을 내려면 삼위일체를 넘어 사위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구단 프런트, 선수, 코칭스태프였지만, 이제는 응원하는 팬들까지도 함께 해야 합니다. 안양이 시민구단이라서 돈은 풍족하게 못 주지만 선수가 오고 싶은 팀, 경기장 분위기가 좋은 팀,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 되는데 제가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열음이 나면 시끄럽죠. 주변에서는 항의를 합니다. 그런데 잘 수습하면 또 보는 시선이 달라지거든요. 그게 인생입니다. 안양은 변화의 타이밍에 있고, 그때 제가 왔습니다. 사명감이 큽니다. 의욕도 충분합니다.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건 어느 팀을 가든 감독의 숙명이죠. 선수 구성을 마치면 선수들에게 얘기할 겁니다. FC안양에 왔으면 절실함을 가지라고.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싸워서 자신을 증명하라고. 그래서 본인 가치를 높이라고 할 겁니다. 그게 프로예요. 저는 배고픈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2018년의 안양은 그라운드 안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팀이 될 겁니다. 적당히 훈련하고 월급 받아가는 선수는 데려오지 않을거고, 쓰지도 않을 겁니다. 자율과 규율, 창의력과 기강이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그게 성립되면 우리의 전술, 전략이 빛을 발휘할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원칙입니다. 여긴 시민구단입니다. 정당하게, 정확하게 일을 해서 바꿀 겁니다. 안되는 건 양보하고, 힘든 건 대화하고, 부딪히는 건 협의해서 가면 됩니다. 저는 꼼수 부리는 거 싫어해요. 정면돌파할 겁니다. 기다렸으니까 여한 없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글=서호정 사진=FC안양,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사제공 서호정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