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화엄경에는 무수한 보살님들이 나올뿐만 아니라 주하신, 주해신, 주총신, 주약신 등의 많은 신들이 나옵니다. 저는 불, 보살, 벽지불, 아라한, 인간, 하늘,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 의 십법계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화엄경의 신중은 이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입니다.
화엄경이나 법화경, 유마경과 같은 대승경전은 춘향전이나 심청전과 같은 소설입니다. 불교의 깨달음을 '신화(Myth)'적으로 묘사한 소설입니다. 화엄경의 경우 십지품이 먼저 성립했다가, 불교적 통찰력과 상상력을 갖춘 여러 저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차츰 증광되어 60권본, 80권본의 방대한 경전으로 편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초기불전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으신 후 3주 동안 보리수 아래 앉아서 당신의 깨달음을 음미하셨다고 하는데, 이 때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에서 일어났으리라고 상상되는 일들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불전이 바로 화엄경입니다. 주성신, 주지신, 주산신, 주림신 ... 주하신, 주해신, 주수신, 주화신, 주풍신, 주공신, 주방신 등은 고대 인도의 바라문교 종교성전인 베다(Veda)에 등장하는 의인화 된 자연신과 마찬가지로 성(城), 땅(地), 산(山), 숲(林) ... 강(河), 바다(海) ... 등에 대해서 주성신, 주지신 ... 주해신 ... 등으로 이름을 붙여서 의인화 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런 온갖 자연물이 인격체가 되어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마가다국의 보리도량을 장엄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이런 엄청난 신화를 통해 부처님의 깨달음을 찬탄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환희심이 들면서 신심 역시 깊어집니다.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신화로 재구성한 대승불전의 효력입니다.
화엄경의 저자가 초기불전의 5도 윤회설 또는 후대의 6도 윤회설을 염두에 두고서 화엄경을 창작한 것이 아니기에, 이런 신들이 6도 또는 10법계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대응시킬 수는 없겠습니다. 화엄경 주석서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고요.
육도윤회설에서는 거론하지 않지만 불전에는 다양한 중생이 등장합니다. 나무 신(樹神)인 야차(Yaksa), 용신(龍神)인 나가(Naga), 나찰, 건달바 .... 등등. 대지도론에서는 이런 여러 중생들 가운데 용신과 금시조는 축생에 포함시키고, 전다라, 건달바 등은 천신에 포함시키는데, 야차의 경우는 천신으로 보기도 하고(如阿修羅、甄陀羅、乾沓婆、鳩槃茶、夜叉、羅剎、浮陀等大神是天) 아귀로 보기도 합니다(鬼神道中,如夜叉、密迹金剛、鬼子母等,有得見道,是大菩薩).
화엄경에 등장하는 여러 인격체와 불국토는 실재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부처님의 깨달음과 교화를 신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명명하고 동원된 가상(假想)의 요소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서 '화엄 신화'를 감상하시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대승경전이 소설이라는 말씀.......불교계에서 불편해 하시겠네요. 어떤 스님들은 실제로 꽃비가 내리고 천상의 향기가 난다고도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대승경전이 후대에 창작된 신화, 즉 일종의 소설이라는 점은 현대 불교학계의 통설입니다. 불교학자 가운데 일부 초기불교 근본주의자(Fudamentalist)들의 경우 대승경전 전체가 창작된 신화이기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저를 포함하여 많은 불교학자들은 불교 신행자의 인지(認知)와 심성을 불교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대승불전의 가치를 긍정합니다. 제 논문 가운데 <대승신화와 가상수행, 그리고 불교의 미래>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 단절인가, 계승인가?>의 두 편에서 이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데, 이들 두 논문 모두 최근에 발간한 제 책 <체계불학 - 신념체계로서의 불교학>에 실려 있습니다. 이 책에서 <대승신화와 가상수행, 그리고 불교의 미래>를 추출하여 본 카페 논문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이 논문과 참고자료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buddhology/Tk1p/12
감사합니다.
학문적 설명 잘 읽었습니다.
대승경전에 대해 학문적으로 합리적인 공부를 한 분들도 있지만
신앙적으로 공부하고 수행한 분들의 말씀은 다르더군요.
석가모니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아미타부처님, 지장보살님을 기도중에 친견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불보살님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말씀하시더군요. 석가모니부처님은 엄하시고 아미타부처님은 할아버지 같으시고 관음보살님은 수월관음도에 나오는 것 처럼 발을 하나 올리고 계신다고 하고 지장보살님은 마음이 좋으셔서 칭명염불을 하면 제일 빨리 오신다고 하더군요.
화엄의 연화장세계를 체험한 분들도 계십니다. 어느 스님께서는 화엄기도 끝에 법당 문을 열고 나오는데 화엄경에서 설하는 나무잎마다 보배가 걸리고 잎마다 부처님께서 광명으로 빛나는 장면을 보셨다고 하더군요.
저같은 경우도 법화경을 독송하면 방안에 향냄새가 나는 것을 경험했네요. 그리고 아함경에도 부처님과 목건련존자가 귀신에 대해 말씀하시는 내용들이 여러 곳에 있더군요.
대승경전을 신앙적으로 보지않고 학문적으로 결론내는 것은 좁은 시각의 견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불보살의 친견이나 서상(瑞相) 같은 종교적 체험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종교적 체험의 경우,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환각인지 사실인지 검증할 수 없기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율장의 대망어죄(깨달았다고 거짓말 하는 죄) 조항에 대한 설명을 보면, 어떤 비구가 "나는 윗사람의 법[上人法]을 얻었으니, 나는 아라한이며, 선정을 얻었고, 신통을 얻었고, 남의 속마음도 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처님께서는 이를 꾸짖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사실이 있더라도 오히려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사실이 없으면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겠느냐?” (汝等愚人 有實尚不應向人說 況復無實而向人說)
여기서 눈에 띄는 구절은 "[깨달았다는] 사실이 있더라도 오히려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입니다. 이에 근거할 때 자신의 종교체험에 대해 남에게 얘기하지 않는 게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승경전>의 소득은 불보살님의 친견을 넘어서, 이를 통해 나의 인지와 감성이 불교적으로 향상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내가 보다 슬기로워지고 자비로워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