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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광의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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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작품 소개 스크랩 안창홍-손맛
호산 추천 0 조회 284 11.10.01 23: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손맛

                                                                -. 안창홍의 유화「인물」구입기

 

 

  요즘 우리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 아마 “힘들어 죽겠다.”일 것이다.

  삼시 세끼 식구들 기름진 쌀밥 먹이겠다고 새벽부터 보무도 당당하게 밥벌이 전선에 나선 가장이나, 가정경제 무너뜨리지 않겠다고 한정 세일 품목에 육상 단거리 선수로 변신하는 주부나, 영어를 모국어화 하겠다는 일념에 편하게 발음해도 괜찮을 오렌지를 ‘아~륀지’로 혀 굴리는 소리를 내는 아이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삶에 허덕이지 않은 이가 없는 것이 요즘 현대인의 삶이다. 그러니 여유라곤 눈 씻고 봐도 없다. 바동거리는 삶에 남는 것이라곤 짜증뿐이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복어처럼 빵빵해지니 초행길 물으면 “내비게이션 사.”라는 말이 건너올 것만 같아 선뜻 묻기가 겁이 날 정도다. 가뜩이나 요즘 경제란 놈이 프랑스어로도 아랍어로도 스와힐리어로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니 그림 좋아하는 내가 그림 한 점 샀다 얘기하면 눈총받기 십상이다. 그들 보기에는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먹고 싶은 음식 목구멍까지 밀어 넣다 지치거나, 유명 브랜드 옷 한 번 입다 버리는 짓도 귀찮을 정도로 돈이 풍족해 그림을 사는 것은 아니다. 산채 비빔밥 먹고 싶으면 김치 볶음밥 먹고, 리바이스 청바지 입고 싶으면 재활용 센터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골라 입으면서 한 점 두 점 구입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궁색한 짓 마다않고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나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다. 쌓인 스트레스 해소법인 것이다. 나 역시 밥벌이 전선의 전사이니 내 몸에 그림자처럼 딱 따라붙는 스트레스를 털어내기 쉽지 않다. 빡빡한 삶에 느는 것이 이마의 주름이요, 쌓이는 것이 스트레스인 것을 나 역시 피해갈 수 없긴 다른 사람과 매일반이다.

 

 

                           

                                 가족사진/1982                            불타는 새/1986

 

   자, 이젠 피해갈 수 없으니 남은 거라곤 정면 도전뿐이다.

  간혹 TV 건강프로에서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러고 끝이다. 그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어찌 풀라는 말은 없다. 설령 있다 해도 볼일보고 밑 안 닦은 얘기다. 기껏 한다는 말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에게 한량 짓 하란다. 받으면 즐기라고? 득도하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DNA 구조를 바꾸고 나오란다. 어쩌랴, 그들도 이거다 싶은 대안이 없으니 이젠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그래 찾아 나선 것이 색(色)도 주(酒)도 도(賭)도 아닌 취미생활. 그게 내겐 그림이다.

 

 

                       

                                 위험한 놀이/1983                             우리들의 일상/1990

 

    하지만 처음부터 그림으로 삶의 위안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직장 생활 10여년 만에 얻은 편두통. 한 3개월 버티다보니 이러다 내가 제 명에 못살겠다 싶어 찾아나선 취미생활. 운동도 꽝이요, 손재주 제로라 그나마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은 것이 문화관련 취미생활이었다. 처음엔 영화를 찝쩍거렸다. 애인없이 영화관 가는 것도 뭐 같았지만 그래도 시작한 거 뽕을 뽑자는 맘에 갈 때까지 가보자 덤볐다가 진짜 갈 때까지 갔다. 천만 원 날렸다. 그 다음은 연극. 이는 국문과 출신답게 대사 처리를 국어책 읽듯 해 탈락. 수석 수집도 주말마다 주워온 돌이 동치미 누르는 돌로 전락하여 포기. 음악 감상 역시 클래식 열 번 듣는 것보다 뽕짝 전주 한 번에 맘을 빼앗겨 마침표. 소설쓰기는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신경쓰다보니 줄거리 종종 잊어 종료. 그러다 우연히 본 그림. 이도 얼마나 가랴 했는데, 어쭈구리 하면 할수록 재밌네. 그래서 푹 빠졌다. 너무 좋았다. 해가 똥구멍에 올라갈 때까지 잠자리에서 뒹굴던 주말에도 할 일이 생겼다. 그림 구입 목표가 생기니 돈벌이 할 수 있다는 일에 고마움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간 생활하니 언제 아팠냐 싶게 편두통도 사라졌다.

  이후 난 취미 생활 전도사가 됐다. 정신적인 삶이 풍요로워지니 주위 사람에게도 자기 취향에 맞는 취미를 찾으라고 권했다.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너도 도전을 해라. 하루아침에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과욕이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라. 금 나와라 뚝딱한다고 다 나오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삶이 풍요로워지고, 매사 자신 있어지고, 밥벌이도 즐거워지고 그리고 스트레스 쌓일 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릴 뿐 정작 작대기 들고 나서려 하질 않는다. 아마 내 조언이 미덥지 않은가 보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남의 삶에 감 놔라 대추 놔라 간섭이 심했나보다. 입 닫자.

 

                                       

                                                 끝없는 탈출2/1989                 장밋빛 인생/1991

 

    년 전 옛 직장 동료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근데 이 자식 어깨에 낚시 가방이 떡하니 들려져있는 게 아닌가. 취미 삼아 세월 낚는다는 그의 농담에 왠지 동질감을 느꼈다. 나름대로 삶을 즐길 줄 아는 모습이 예뻤다. 그런데 취미 중에 솔직히 이해가 안가는 취미가 낚시였다. 하루 종일 앉아서, 아니 밤새 한 자리에서 미동도 않고 찌만 응시하는 그 짓이 뭔 재미냐 싶었다. 지인들 따라 몇 번 낚시 경험 있는 내겐 새벽녘 물안개 자욱한 수면위로 탱탱한 오줌줄기 내뿜는 거 외엔 특별한 기억이 없다. 그래 물었다. 낚시질 재미가 뭐냐고. 했더니 손맛이란다. 손맛? 손맛! 손맛이라. 도대체 그 손맛이 뭐냐. 어떤 느낌이란 말이냐. 도통 감이 안 온다. 그런 내게 녀석은 “장가 안 간 너는 몰라......”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상투 못 올린 거랑 손맛이랑 뭔 관계란 말이냐. 치사한 놈. 장가 못간 것도 억울한데 별 시답지 않은 걸로 사람 기를 죽이냐. 속으로 고깝게 생각하면서도 그 손맛의 궁금증에서 쉽게 헤어나질 못했다.

 

 

      

                                     우리도 모델처럼/1991             새빨간 바지/1999

 

    그런 손맛의 느낌을 드디어 얼마 전에 알았다.

  순례지 돌 듯 화랑가를 순회하다 사간동에 있는 00화랑 탁자에서 안창홍의 화집을 보게 되었다. 현실과 사회 문제를 치열하게 형상화한 작가로 인간의 본성이나 욕망을 포장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무심히 넘긴 화집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성이나 논리 또는 합리를 뛰어넘는 그의 작품은 때론 섬뜩함을 느끼게 하지만 가공되거나 미화되지 않은 인간 내면의 모습에서 치부를 감추며 산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학벌과 인맥으로 똘똘 뭉친 미술계에서 고졸 출신인 그가 겪었을 설움은 안 봐도 빤하다. 그것이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을까. 오직 실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절박함 때문인지 직설화법으로 표현된 그의 예술성은 이제 평론가의 호평은 물론이요 미술관이 선호하는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림 욕심이라면 버금가기 싫어하는 내가 안창홍의 그림을 호시탐탐 노리던 터에 화집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꼭 소장하고 싶은 작가라는 나의 말에 화랑주는 그림 한 점을 보여주었다. 종이에 유채로 공포감에 파르르 떨고 있는 인물만을 그린 그림인데 예의 안창홍 냄새가 물씬 풍겼다. 욕심이 올라왔다. 그림값을 물어보니, 아뿔싸 예약이란다. 눈요기만 하란다. 속 쓰렸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사려는 사람이 작품값을 왕창 깎아놓았다. 욕심이 더 났다. 주머니 사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내겐 왜 이런 그림 안 구해 주냐고 앙탈을 부렸다. 다음 기회에 보잔다. 삐쳤다. 찬바람 뿜어내며 화랑 문을 나섰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화랑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약한 손님이 작품값 찾으러 은행 갔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단다. 단골도 아니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으니 마음에 들면 나보고 가져가란다. 냉기 뿜던 내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구두로 한 약속도 약속인데 나중에 그 사람한테 낭패보는 것 아니냐는 나의 점잖은 질문에 “망설이나 보죠 뭐. 한 번 놓쳐봐야 아쉬운 줄 알고 다음에 또 그러질 않죠.”라며 내게 작품값을 재촉했다.

 

      

                                봄날은 간다/2007                             꽃밭에서2/1999

 

   졸지에 남이 놓친 고기 주워 먹은 꼴이 됐지만 짜릿했다. 나 역시 망설이다 놓친 그림이 그 얼마던가. 못미더워서, 혹여 더 괜찮은 작품이 나오질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경제 사정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다지만 요리조리 재다가는 다된 밥에 코 빠뜨리기 십상이다. 좀 무리긴 해도 이때다 싶을 때 낚아채야 한다. 그렇게 얻었을 때의 그 황홀감이란...... 이것이 그 녀석이 말한 손맛이 아닐까. 그때 녀석의 몽롱한 얼굴이 새삼 떠올랐다. “장가 안 간 너는 몰라. 손맛이란 말이야. 사정할 때의 그 기분과 느낌이 같아.” 녀석이 낚시대를 놓지 못하듯 나 역시 그림을 놓긴 글러버렸다. 이미 손맛을 알아버렸으니. 근데 장가 못간 내가 사정의 느낌을 어찌 아냐고? 다 아는 수가 있다. 알면서 짓궂게 묻긴. 더 이상의 질문은 이제 그만.

 

 

 

 

                                                          인물/1991

 

 

 

        안창홍 (AHN Chang-hong 1953-)

 

1953년 경남 밀양 출생 Born in Miryang, S. Korea in 1953

 

개인전

2009 제25회 안창홍 : 시대의초상 (부산시립미술관 기획/부산)

2006 제24회 안창홍개인전 (공간화랑 초대/부산)

2006 제23회 안창홍작품전 (사비나미술관 초대/서울)

1999 제15회 안창홍작품전 (노화랑, 갤러리사비나 초대/서울)

1995 제11회 안창홍작품전 (나무화랑 초대/서울)

1993 제 8회 안창홍초대전 (금호미술관/서울)

1991 제 7회 안창홍초대전 (샘터화랑/서울)

1986 제 3회 안창홍작품전 (한강미술관/서울, 사인화랑/부산)

1981 제 1회 안창홍작품전 (공간화랑/부산, 청년작가회관/서울)

 

그룹전

2008 봄날은 간다 (광주시립미술관/광주)

2007 한국미술의 리얼리즘 - 민중의 고동 (반다지아, 후쿠오카, 미야코죠노시립미술관 등 5개미술관 순회전/일본)

2007 안창홍 정복수 :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아트싸이드 기획전/서울)

2006 한국 현대미술 100년전 (국립현대미술관/과천)

2005 당신은 나의 태양 : 한국미술 1960~2004 (토탈미술관)

2004 금호미술관 개관기념전 (금호미술관/서울)

2004 조국의 산하전 : 중심의 동요 (공평아트센타/서울)

2004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부산)

2003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 (영은미술관/경기도)

2003 제1회 북경비엔날레 (북경)

200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 집행유예 (8.15시민공원/광주)

2001 한국미술2001; 현대 회화의 복권 (국립현대미술관/과천)

1998 창-안과 밖 (광주시립미술관 초대/광주)

1998 BODY in Painting (한림미술관 초대/대전)

1997 현대미술 '97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서울)

1995 해방 50년 역사전 (한가람미술관/서울)

1994 민중미술15년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서울)

1987 반고문전 (그림마당민 초대/서울)

1986 현실과 발언전 (그림마당민/서울)

1986 우리시대의 초상전 (한강미술관 초대/서울)

1984 제2회 시대정신전 (부산/마산/서울)

1984 '83 문제작가전 (서울미술관 초대/서울)

1983 젊은 의식전 (관훈미술관/서울)

1983 '서울의 봄'서울미술관의 작가전 (서울미술관 초대/서울)

 

수상

2001 제1회 부일미술대상 수상 (부산일보사/부산)

2000 제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 수상 (봉생문화재단/부산)

1989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카뉴/프랑스)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구삼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출판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청춘 - 안창홍의 그림세계」 눈빛,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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