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 안창홍의 유화「인물」구입기 요즘 우리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 아마 “힘들어 죽겠다.”일 것이다.
가족사진/1982 불타는 새/1986 자, 이젠 피해갈 수 없으니 남은 거라곤 정면 도전뿐이다.
위험한 놀이/1983 우리들의 일상/1990 하지만 처음부터 그림으로 삶의 위안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직장 생활 10여년 만에 얻은 편두통. 한 3개월 버티다보니 이러다 내가 제 명에 못살겠다 싶어 찾아나선 취미생활. 운동도 꽝이요, 손재주 제로라 그나마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은 것이 문화관련 취미생활이었다. 처음엔 영화를 찝쩍거렸다. 애인없이 영화관 가는 것도 뭐 같았지만 그래도 시작한 거 뽕을 뽑자는 맘에 갈 때까지 가보자 덤볐다가 진짜 갈 때까지 갔다. 천만 원 날렸다. 그 다음은 연극. 이는 국문과 출신답게 대사 처리를 국어책 읽듯 해 탈락. 수석 수집도 주말마다 주워온 돌이 동치미 누르는 돌로 전락하여 포기. 음악 감상 역시 클래식 열 번 듣는 것보다 뽕짝 전주 한 번에 맘을 빼앗겨 마침표. 소설쓰기는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신경쓰다보니 줄거리 종종 잊어 종료. 그러다 우연히 본 그림. 이도 얼마나 가랴 했는데, 어쭈구리 하면 할수록 재밌네. 그래서 푹 빠졌다. 너무 좋았다. 해가 똥구멍에 올라갈 때까지 잠자리에서 뒹굴던 주말에도 할 일이 생겼다. 그림 구입 목표가 생기니 돈벌이 할 수 있다는 일에 고마움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간 생활하니 언제 아팠냐 싶게 편두통도 사라졌다.
그런 손맛의 느낌을 드디어 얼마 전에 알았다. 순례지 돌 듯 화랑가를 순회하다 사간동에 있는 00화랑 탁자에서 안창홍의 화집을 보게 되었다. 현실과 사회 문제를 치열하게 형상화한 작가로 인간의 본성이나 욕망을 포장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무심히 넘긴 화집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성이나 논리 또는 합리를 뛰어넘는 그의 작품은 때론 섬뜩함을 느끼게 하지만 가공되거나 미화되지 않은 인간 내면의 모습에서 치부를 감추며 산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학벌과 인맥으로 똘똘 뭉친 미술계에서 고졸 출신인 그가 겪었을 설움은 안 봐도 빤하다. 그것이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을까. 오직 실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절박함 때문인지 직설화법으로 표현된 그의 예술성은 이제 평론가의 호평은 물론이요 미술관이 선호하는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봄날은 간다/2007 꽃밭에서2/1999 졸지에 남이 놓친 고기 주워 먹은 꼴이 됐지만 짜릿했다. 나 역시 망설이다 놓친 그림이 그 얼마던가. 못미더워서, 혹여 더 괜찮은 작품이 나오질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경제 사정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다지만 요리조리 재다가는 다된 밥에 코 빠뜨리기 십상이다. 좀 무리긴 해도 이때다 싶을 때 낚아채야 한다. 그렇게 얻었을 때의 그 황홀감이란...... 이것이 그 녀석이 말한 손맛이 아닐까. 그때 녀석의 몽롱한 얼굴이 새삼 떠올랐다. “장가 안 간 너는 몰라. 손맛이란 말이야. 사정할 때의 그 기분과 느낌이 같아.” 녀석이 낚시대를 놓지 못하듯 나 역시 그림을 놓긴 글러버렸다. 이미 손맛을 알아버렸으니. 근데 장가 못간 내가 사정의 느낌을 어찌 아냐고? 다 아는 수가 있다. 알면서 짓궂게 묻긴. 더 이상의 질문은 이제 그만.
인물/1991
안창홍 (AHN Chang-hong 1953-) 1953년 경남 밀양 출생 Born in Miryang, S. Korea in 1953 개인전 2009 제25회 안창홍 : 시대의초상 (부산시립미술관 기획/부산) 2006 제24회 안창홍개인전 (공간화랑 초대/부산) 2006 제23회 안창홍작품전 (사비나미술관 초대/서울) 1999 제15회 안창홍작품전 (노화랑, 갤러리사비나 초대/서울) 1995 제11회 안창홍작품전 (나무화랑 초대/서울) 1993 제 8회 안창홍초대전 (금호미술관/서울) 1991 제 7회 안창홍초대전 (샘터화랑/서울) 1986 제 3회 안창홍작품전 (한강미술관/서울, 사인화랑/부산) 1981 제 1회 안창홍작품전 (공간화랑/부산, 청년작가회관/서울) 그룹전 2008 봄날은 간다 (광주시립미술관/광주) 2007 한국미술의 리얼리즘 - 민중의 고동 (반다지아, 후쿠오카, 미야코죠노시립미술관 등 5개미술관 순회전/일본) 2007 안창홍 정복수 :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아트싸이드 기획전/서울) 2006 한국 현대미술 100년전 (국립현대미술관/과천) 2005 당신은 나의 태양 : 한국미술 1960~2004 (토탈미술관) 2004 금호미술관 개관기념전 (금호미술관/서울) 2004 조국의 산하전 : 중심의 동요 (공평아트센타/서울) 2004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부산) 2003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 (영은미술관/경기도) 2003 제1회 북경비엔날레 (북경) 200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 집행유예 (8.15시민공원/광주) 2001 한국미술2001; 현대 회화의 복권 (국립현대미술관/과천) 1998 창-안과 밖 (광주시립미술관 초대/광주) 1998 BODY in Painting (한림미술관 초대/대전) 1997 현대미술 '97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서울) 1995 해방 50년 역사전 (한가람미술관/서울) 1994 민중미술15년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서울) 1987 반고문전 (그림마당민 초대/서울) 1986 현실과 발언전 (그림마당민/서울) 1986 우리시대의 초상전 (한강미술관 초대/서울) 1984 제2회 시대정신전 (부산/마산/서울) 1984 '83 문제작가전 (서울미술관 초대/서울) 1983 젊은 의식전 (관훈미술관/서울) 1983 '서울의 봄'서울미술관의 작가전 (서울미술관 초대/서울) 수상 2001 제1회 부일미술대상 수상 (부산일보사/부산) 2000 제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 수상 (봉생문화재단/부산) 1989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카뉴/프랑스)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구삼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출판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청춘 - 안창홍의 그림세계」 눈빛, 1997 |
출처: 씨드갤러리 SEED gallery 원문보기 글쓴이: 행복한그림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