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없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2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헤드폰에서 애절한 음률의 노래가 흘러들어 가슴을 친다. 타향살이 노래다. 가사 내용은 현시대와 거리가 좀 있지만 애틋 애절한 음률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갑자기 자신의 처지와 오버랩 되더니 처연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자기가 최초로 태어난 곳, 학교를 다니던 곳, 청년 대학시절, 직장 따라 옮겨 다니며 살았던 그때까지도 고향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퇴직 후 시간의 자유로부터 해방되면서 고향에 내려온 것도 시골집에 계시는 모친을 뵙기 위한 구실이 있어서 였고 한편은 제주에 투자를 서툴게 하여 용인 집을 팔아야했고 은행 빚 갚고 남은 돈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살기 어려워 천안으로 가냐 대전이냐 하다가 어머니 곁으로 광주까지 내려와서 살게 되었다. 수시로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직장생활 때는 객지로 돌며 사느라 소홀했던 효도를 이제라도 좀 해보겠다는 뜻도 있었다.
내 주민등록초본을 발급 받아보면 6장에 68회의 이동사항이 기입되어 있다. 이는 이사를 수없이 다녔다는 물증이다. 1994년 2월 25일 성남시 분당에 코롱아파트 입주하면서 평생 살겠다고 결심하고 본적까지 옮겼는데 10년 살고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했다. 그래도 내 평생 한곳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이다. 두 번째 오래 산 곳이 용인 기흥 보라마을 현대아파트 7년, 그리고 송정리 광신 프로그래스 아파트에서 또 굳게 결심했지만 5년 채우고 소촌동으로 이사한지 3년차에 들고 있다.
이외에 6개월, 1년, 2년짜리 삶이 대부분이다. 서울에서만도 5회 이상 제주도에서도 3회 옮겼고 수원 권선구 2년과 광주에 내려와서도 모두 10년이 돼 가는데 네 번을 옮겼다. 결국 나에게는 고향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해졌다. 태어나고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면 화순군 도곡면 원화리 원동인데 가끔 가보면 그 옛날의 자연경관도 심하게 퇴색되었고 특히 같이 지냈던 인적은 그림자도 찾을 수 없이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찬바람만 느껴질 정도로 쓸쓸하다. 도대체 나는 어디가 고향인가?
지금 이제라도 한 곳 진정으로 정착하고 싶다. 시대가 고향 찾고 말고 할 때가 아니고 가는 곳이 고향이요 사는 곳이 집이라고 한다면 간단하지만, 타향살이 노래가 나오기만 하면 옛 생각에 젖어 간절하게 찾고 싶은 고향집, 시골 냇가에서 멱 감던 어린 시절 그 친구들 물어물어 찾아봐도 하나도 없이 다 딴 세상으로 갔다한다. 백세시대를 맞았는데 삼십여 년은 더 살아야 할 사람들이 뭐가 잘 못되어 일찍 갔을까? 그 누구든 가기는 다 가게 되는 저세상이라지만 평균연령을 못 지킨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고 본다.
타향살이 노래 가사의 내용이야 요즘 시대와는 거리감이 좀 있지만 애절한 그 음률에서 느껴지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향수병을 달랠 방법이 없다. 그냥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싶기도 하고 코가 찡하게 막혀오기도 한다. 나는 고향이 없는 에뜨랑제 노마딕한 홀 남이라고 외치고도 싶고 때로는 아무도 모르게 구석진 곳에 가서 실컷 울어버리고도 싶다. 내 고향은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경기도로 제주도로 다시 전라도로 이렇게 산 것은 주민등록상의 주거지만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고향은 전국 방방곡곡이다. 아니 지구촌 3대양6대륙일 수도 있다. 내 가슴속으로 지구마을 전체를 호흡하고 느끼며 살기 때문이다.
첫댓글 고향은 단순한 지리적인 위치보다는 어릴적 童心의 發祥地이자, 일생동안 마음을 위로해주는 정신적인 支柱 역할을 하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2년 12월 21일 이후에 지구촌이 바야흐로 지상천국의 5차원으로 진입하여 고향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할 시점인가 싶습니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5차원 지구촌의 특징은 첫째로 국가 사이에 전쟁이 더 이상 없으며, 둘째로는 인간들의 意識 수준이 과거의 黑白論理에 젖어있던 3차원에서, 사랑, 자비, 和解, 德, 容恕 등의 5차원의 높은 수준의 意識으로 바뀌어지고, 셋째로는 지구촌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모두 한 나라, 혹은 한 가족이라는 意識이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세계가 곧 5차원의 천국 사회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래의 사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곳이 곧 나의 고향이라는 생각과 함께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나의 한 식구라는 생각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미•북 정상 회담도 곧 한반도에서 임시로 설정되어 있는 휴전 상태를 종식하고, 진정한 평화를 설정하며, 그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와 직결되는 상황, 즉 미래의 5차원 천국 사회로 가는 이정표와 좌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