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도봉산 자락인 방학동(서울 도봉구) 주택가에서 멧
돼지 2마리가 사살되었답니다.
며칠 전에도 2마리가 그랬고.
지금, 온 나라가 멧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막심한 농작물 피해는 물론, 집단적인 출몰영역을 도심으로
까지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산에서도 전에 없이 공격적으로 변해 등산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가고 있으니까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관계 당국자들은 이때껏 뭐하다가
이제야 호들갑을 떠는 건지.
4년전(2005년)의 일입니다.
산 자락의 농작물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도심 출현이 날로
잦아간다며 멧돼지에 대한 대책회의를 했더군요.
사계의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도하의 매스컴은<영역
다툼, 개체수의 증가, 천적실종이라는 종래의 주장에 서식지
단편화, 도토리 해거리 현상을 추가한 한국야생동물 연구소
소장의 주장은 보다 심화된 이론> 운운했습디다.
(저의 반론은 백암단편 5번글입니다)
멧돼지의 번식력, 증식 속도를 잘 알고 그같은 대책회의까지
하면서도 왜 여태 방치했을까요.
혹여, 야생동물 보호차원에서?
진작, 증식 억제와 보호책(저들의 양식을 노략질하지 못하게
하는)을 폈다면 지금같은 농가 피해와 무자비한 살육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련만.
저들에게는 우리의 산아제한 정책이 먹힐 리 없거니와 만일
통한다 해도 실패한 이 정책을 사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들의 종족 보존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엽사(獵師)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엽사들의 활동지역과 시기의 한정, 포획수의 제한 등
심한 규제가 증식 억제력을 약화시킨 것이며, 결국 피해의 폭
까지 확대하고 말았습니다.
저들인들, 자기네의 보금자리가 보장된다면 사선을 넘나드는
생존투쟁을 하고 싶겠습니까.
호미로 막을 수 있었는데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인적 드문 산속에서 예전처럼 태평하지 못합니다.
길 잘못 들어 오수를 즐기던 저들을 깨울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는데 이즈음은 잘못 들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합니다.
그리고, 돌발적인 대면(邂逅 아닌 遭遇인 것이 유감이지만)
으로 인해 서로 당황하는 일 없으려고 객쩍게 두런거리거나
멋쩍게 노래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지나가고 있으니까 안심하라는 신호지요.
예전에는 저들과 저, 피아간에 경계심 따위 필요없는 호의적
관계라고 믿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제가 통비닐이나 천막 속에 홀로 있을 때 저들도
스스럼 없이 제 곁을 지나가곤 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적대적 관계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이즈음의 전반적 분위기 때문일 뿐이지요.
더불어人 여러분께서도 산에 계실 때, 이같은 제 마음을 참고
하시고 저들에게 너그럽게 대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