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민
30:1-16절이고, 제목은 “서원(誓願)은 반드시 실행하십시오.” 입니다. 모세가 여호와께서
명한 '서원'에 관한 규례를 각 지파의 수령들에게 알립니다.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을 하면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여자의 경우에는 아버지 또는 남편의 결정에 따라 지키거나 무효화 할 수 있습니다. '서원'의 내용을 듣고 여러 날이 경과한 후에 무효하게 하면 남편이 그 죄를 담당해야 합니다.
묵상
오늘은 ‘서원’
(誓願)에 대하여 묵상합니다. ‘서원’(vows)을 가리키는 히브리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남성명사
‘네데르’(נֶדֶר-neder)는 “서원, 맹세, 서원제물”이라는 뜻으로 “서원하다, 맹세하다”라는 동사 ‘나다르’ (נָדַר-nâdar) 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서원자가 자신을 비롯한 무언가를 하나님께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에싸르’(אֱסָר-ʼĕçâr)는 “제어”(oath)의 뜻으로 쓰인 남성명사로 “묶다, 어거하다,
제어하다”라는 동사인 ‘아싸르’(אָסַר-ʼâçar)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원자가 일정한 기한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모든 육체적 향락을 금하고, 자신의 몸을 제어함으로 거룩하게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는 ‘나실인’ 제도입니다.
본문 2절에서 “서약하였으면”이라고 번역된 부분 ‘헤샤바 샤브아’(הִשָּׁבַע
שְׁבֻעָה-heshâba
shĕbuw`ah)는 “맹세하다”라는 동사 ‘샤바’(‘שָׁבַע-shâba)와 “맹세”(swear)라는 뜻의 여성명사 ‘쉐부아’(שְׁבוּעָה-shĕbuw`ah)가 연결된 것으로 “하나님께 맹세하다”라는 뜻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부연하자면, ‘서원’은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성립되는 맹세라는 것입니다. ‘서원’은 보통 자신을 구별하여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하나님께 드린다 거나, 혹은 자기의 소유물중의 얼마를 특별하게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릴 것을 약속, 또는 맹세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서원’의 예는 여러 경우가 있지만, 대표적인 예로 '야곱'과 '한나'라는 두 사람에 관계된 내용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야곱’의 경우입니다. 형에게 돌아갈 아버지의 축복을 중간에서 가로챈 일로 생명의 두려움을 느낀 야곱이
외삼촌이 있는 밧단 아람으로 도망치던 여정에서 광야에서 잠들었을 때, 하늘까지 이어진 사다리를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장면을 꿈꾸면서 동시에 항상 함께해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잠에서 깨어 일어 납니다. 그는 즉시로
자신의 평안한 귀향을 허락 하실 것을 전제로 베개 삼았던 돌을 세워 기름 붓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드릴
것과 더불어 하나님께 예배하는 전을 세울 것이라고 서원했습니다(창 28:10-22). 하나님께서는 나중에 그를 벧엘로 인도하셨고, 거기서 제단을 쌓게 하셨으며, 초태생과 십일조의 의미로 12 아들 중, 레위를 거룩하게
구별하시고, 자기의 소유로 삼으셨습니다.
둘째, ‘한나’의 경우입니다. ‘한나’라는 여인은 자녀를 잉태하지 못하는
이유로 자신을 격동케 하는 브닌나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여 하나님께 나아가 자신에게도 아들을 주실 것을 구하는 동시에, 허락해 주시면 하나님께 그 아들의 평생을 드리겠다고 서원 기도를 드렸습니다(삼상
1:1-28).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그녀에게 아들을 주시어 부끄러움을 씻어 주셨습니다.
‘한나’는 서원대로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라고 하면서 “그의 이름은
하나님”(his name is El)이라는 뜻으로 ‘사무엘’(שְׁמוּאֵל-Shĕmuw'el)이라 이름 짓고,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그리하여 ‘사무엘’은 평생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의 삶을 살았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대신해 세 아들과 두 딸을 주셨습니다(삼상 2:21).
‘서원’에 관계된 몇
가지를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서원’의 기본 전제는 자원(自願)함입니다. ‘서원’은 어디까지나 서원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억지로나 강제로, 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결정되거나 강요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서원’이 신앙 성숙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축복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증거하는 외적인 표현입니다. ‘서원’을 하지 않는 것이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셋째,
‘서원’한 내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2절). 왜냐하면 ‘서원’을 이행하지 않는 것 자체를 죄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속건제’-죄를 기억하고 용서받기 위해 드리는 제사-를
드려서 사함을 받아야만 했습니다(레 5:4-6). 넷째,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경솔하게 하는 것을 금합니다. 경솔함의 대표적인 예는 사사 입다가 인신제사를 드리겠다고 했다가 자기 친 딸을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삿 11:29-40). 또한 이를 잘 설명해 주시는 것이 오늘 본문에 나타난 것처럼,
여성의 ‘서원’에 대한 결정권을 따로 아버지과
남편에게 주신 것입니다(3-13절). 이것은 남녀의 차별 문제가 아닌,
신중함과 책임의 문제를 개인이 아닌 공동성에 역점을 둔 규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오랜 기간 신앙 생활을 하다 보면, 어렵고, 힘든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의식적으로 ‘서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 많은 경우에 무의식적으로 순간의 감정에 복받쳐서 ‘서원’을 했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그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하나님께서 너그러이 용납해 주시기도 하지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드렸던 ‘서원’이 있었다면,
나중에 어려움과 고통의 한복판을 지나는 가운데 지나 온 자취들을 되돌아 볼 때,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서원’들이 반드시 생각 나게 하십니다.
혹시 이러한 경우가 있었다면, 늦었다 하더라도 믿음 가운데 순종하여 이행해 보십시오.
그 자체로 자신에게는 복이 되고, 하나님께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나님께로 오는 진정한 복을 분명하게 누리게 될 것입니다(시 15:1-5 ;56:12-13 ;61:5).
오늘 주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레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번 기회에 지나 온 너의 신앙 여정을 되돌아 보기를 바란다. 거기서 혹시 잊어버렸거나,
애써 외면했던 서원들이 있다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실행해 옮기기를 힘써야
한다. 그것이 지금 너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를 믿고
끝까지 순종하여 이행해 보아라.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최고의 것으로 갚아주고, 인도하여 줄 것이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경솔하고,
어리석은 저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성령이여 도우사, 주님께 자원하여 서원한 것이 있었다면, 모두 기억나게 하시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열정으로 순종하게 하시고, 이를 통하여
당신께 영광을 돌리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