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모피(與虎謀皮)
호랑이와 호랑이 가죽을 벗기는 일을 의논한다는 뜻으로, 요구하는 일이 상대방의 이해와 상충하여 이루어질 수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與 : 줄 여(臼/7)
虎 : 범 호(虍/2)
謀 : 꾀 모(言/9)
皮 : 가죽 피(皮/0)
출전 :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08 직관부(職官部) 사도하(司徒下)
사람이 죽어 명예를 남기려고 노력하듯이 범은 가죽을 남긴다. 원래는 豹死留皮 人死留名(표사유피 인사유명)이라 하여 표범으로 되어 있지만 어쨌든 가죽은 호랑이에게 귀중하다.
이런 소중한 가죽이 필요하니 호랑이와 함께(與虎) 가죽을 벗기자는 의논을 한다(謀皮)면 들어줄 리가 없다. 더군다나 가죽을 벗기면 목숨을 잃을 판인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이 말은 요구하는 일이 상대방의 이해와 상충하여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호랑이 가죽도 처음에는 여우가 등장하여 與狐謀皮(여호모피)로 되어 있다가 뒷날 바뀌었다.
이 성어는 宋(송)나라 李昉(이방, 昉은 밝을 방)이 편찬한 백과사서 ‘太平御覽(태평어람)’에 나온다. 처음엔 太平總類(태평총류)라 했다가 송 태종이 1000권이 넘는 책을 1년에 걸쳐 하루 3권씩 독파하여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때 魯(노)나라의 定公(정공)이 孔子(공자)를 형벌과 경찰을 맡아보는 司寇(사구)라는 벼슬에 앉히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에 左丘明(좌구명)을 불러 三桓(삼환)과 인사에 대해 의논하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물었다.
당시 권력이 막강했던 삼환은 桓公(환공)의 손자인 季孫氏(계손씨)와 叔孫氏(숙손씨), 孟孫氏(맹손씨) 세 사람을 말하는데 공자와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했다.
좌구명은 우화를 들어 설명했다. ‘옛날 周(주)나라 사람이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갖옷을 만들기 위해 여우와 그 가죽 벗기는 일을 의논하고(與狐謀其皮/ 여호모기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하여 양들과 그 고기를 얻는 일을 의논(與羊謀其肉/ 여양모기육)했더니 모두 도망가 버렸습니다.’
공자에 벼슬 내리는 일을 삼환과 의논하는 것은 여우와 양에게 가죽과 고기를 얻는 일을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공은 바로 직책을 내렸다.
⏹ 여호모피(與虎謀皮)
호랑이와 호랑이 가죽을 벗기는 일을 의논한다는 뜻으로, 요구하는 일이 상대방의 이해와 상충하여 이루어질 수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의미한다.
이 성어는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08 직관부(職官部) 사도하(司徒下)의 이솝 우화(寓話)와도 같은 이야기에서 연유한다.
중국 춘추시대에 노(魯)나라 정공(定公)이 공자(孔子)를 사도(司徒) 벼슬에 앉히려고 하였다. 정공은 그 전에 좌구명(左丘明)을 불러, 삼환(三桓)과 그 일에 대하여 의논하려고 하는데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삼환(三桓)은 환공(桓公)의 손자인 계손씨(季孫氏)와 숙손씨(叔孫氏), 맹손씨(孟孫氏) 세 사람을 일컫는데, 이들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들로서 공자와는 정치적으로 대립하였다.
좌구명은 삼환은 공자와 정치적 이해가 상충하므로 반대할 것이라면서 태평어람(太平御覽)의 우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갖옷과 맛난 음식을 좋아하는 주(周)나라 사람이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갖옷을 만들기 위하여 여우들에게 찾아가서는 그 가죽을 달라고 하고(與狐謀其皮),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하여 양들을 찾아가 그 고기를 달라고 하였습니다(與羊謀其肉).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우들은 줄줄이 깊은 산 속으로 도망 가버렸고, 양들은 울창한 숲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주나라 사람은 10년 동안 갖옷을 한 벌도 만들지 못하고 5년 동안 양고기를 구경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왜 그런 것이겠습니까? 그가 의논할 대상을 잘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주께서 공구(孔丘:공자)를 사도로 삼으려 하시면서 삼환을 불러 그 일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은 여우와 그 가죽을 얻을 일을 의논하고 양과 그 고기를 얻을 일을 의논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공은 좌구명의 말을 듣고는 삼환을 불러 의논하지 않고 공자를 사도로 임명하였다.
與狐謀皮라는 말은 후에 與虎謀皮로 바뀌었으며, 與虎謀皮는 '호랑이에게 가죽을 요구하다'라는 뜻이다. 여우나 호랑이에게 가죽을 벗어 내라하고, 양에게 고기를 썰어 내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與虎謀皮란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비유한 말이다.
▶️ 與(더불 여/줄 여)는 ❶형성문자로 与(여)는 통자(通字), 与(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절구구변(臼; 절구)部와 八(팔)을 제외한 글자 (여)와 사람이 더불어 정을 주고 받는다는 나머지 글자의 뜻이 합(合)하여 더불다, 주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與자는 ‘주다’나 ‘더불다’, ‘같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與자는 舁(마주들 여)자와 与(어조사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與자의 금문을 보면 코끼리 상아를 서로 붙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상아를 건네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與자의 본래 의미는 ‘주다’였다. 그러나 지금의 與자는 물건을 서로 맞잡고 있다 하여 ‘더불다’나 ‘같이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與(여)는 ①더불다(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하다) ②같이하다 ③참여하다, 참여하다 ④주다, 베풀어주다 ⑤허락하다, 인정하다 ⑥간여하다, 간섭하다 ⑦돕다, 협조하다 ⑧기리다, 찬양하다 ⑨기뻐하다 ⑩기록하다, 등재하다 ⑪쫓다, 따르다 ⑫친하다 ⑬의심하다 ⑭만일, 가령 ⑮미리, 앞서 ⑯위하여 ⑰및 ⑱~보다는 ⑲어조사 ⑳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구(俱), 함께 해(偕), 참여할 참(參),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받을 수(受), 들 야(野)이다. 용례로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여부(與否),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여 이것에 편을 드는 정당을 여당(與黨), 여당과 야당을 여야(與野), 주어진 조건을 여건(與件), 금융기관에서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신용을 주는 일 곧 돈을 빌려주는 일을 여신(與信), 주고 받음을 여수(與受), 결과가 나타나려 할 때에 힘을 주어 결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을 여과(與果), 동맹을 맺은 나라를 여국(與國), 참여하여 들음을 여문(與聞), 함께 의논함을 여의(與議), 주는 일과 빼앗는 일을 여탈(與奪), 계책을 짜는 데에 참여함을 여모(與謀), 참가하여 관계함을 참여(參與),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는 것을 기여(寄與), 관계하여 참여하는 것을 관여(關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附與),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물려 주는 행위를 증여(贈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賦與), 간섭하여 참여함을 간여(干與), 상장이나 상품 등을 줌을 수여(授與), 팔아 넘김을 매여(賣與),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함을 여세추이(與世推移), 양에게 양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꾀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양모육(與羊謨肉), 덕으로써 이웃한다는 뜻으로 덕이 있으면 모두가 친할 수 있다는 말을 여덕위린(與德爲隣), 다른 사람과 서로 약속함을 여인상약(與人相約), 다른 것과 저절로 다름을 여타자별(與他自別), 별로 다른 데가 없이 보통 사람과 같음을 여범인동(與凡人同), 온 세상의 귀착점이 같은 일을 여세동귀(與世同歸), 장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둘 다 죄가 같음을 여수동죄(與受同罪),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함께 즐김을 여인동락(與人同樂) 등에 쓰인다.
▶️ 虎(범 호)는 ❶상형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갑골문의 호(虎)자는 머리는 위로 향하고 꼬리는 아래로 향하며 몸에는 무늬가 있다. 중국인들은 호랑이의 머리에 왕(王)자가 크게 쓰여 있어서 호랑이가 바로 동물의 왕이라고 생각하였다. ❷상형문자로 虎자는 '호랑이'나 '용맹스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호랑이는 예나 지금이나 용맹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비의 영물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문자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虎자가 쓰인 글자 대부분은 '용맹함'이나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다. 갑골문에 나온 虎자를 보면 호랑이의 몸집과 얼룩무늬가 그대로 표현되어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획이 변형되면서 지금의 虎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虎자는 폰트에 따라 다리 부분이 儿자나 几자가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虎(호)는 虍(범호 엄)부수로 ①범, 호랑이 ②용맹스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범의 꼬리를 호미(虎尾), 용맹스러운 장수를 호장(虎將), 호랑이와 이리를 호랑(虎狼),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이라는 호피(虎皮), 범에게 당하는 재앙을 호환(虎患), 범의 위세란 뜻으로 권세 있는 사람의 위력을 호위(虎威), 매우 용맹스러운 병사를 호병(虎兵), 범과 같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 봄을 호시(虎視), 사나운 범을 맹호(猛虎), 큰 호랑이를 대호(大虎), 엎드려 앉은 범을 복호(伏虎), 다른 산에서 온 호랑이를 객호(客虎),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유를 비호(飛虎), 소금처럼 흰 눈으로 만든 호랑이를 염호(鹽虎),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범이 먹이를 노린다는 뜻으로 기회를 노리며 형세를 살핌을 비유하는 말을 호시탐탐(虎視眈眈), 용이 도사리고 범이 웅크리고 앉았다는 뜻으로 웅장한 산세를 이르는 말을 호거용반(虎踞龍盤), 범과 용이 맞잡고 친다는 뜻으로 영웅끼리 다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척용나(虎擲龍拏), 범에게 고기 달라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림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호전걸육(虎前乞肉), 구사 일생으로 살아 남은 목숨을 일컫는 말을 호구여생(虎口餘生), 잡았던 범의 꼬리를 놓기가 어렵다는 뜻에서 위험성이 있는 일을 비롯한 바에 그대로 나가기도 어렵고 그만두기도 어려움을 가리키는 말을 호미난방(虎尾難放), 범의 꼬리와 봄에 어는 얼음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험한 지경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미춘빙(虎尾春氷), 범의 굴에 들어가야 범의 새끼를 잡는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큰 위험을 각오하지 않으면 큰 수확을 얻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혈호자(虎穴虎子),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함을 이르는 말을 호시우보(虎視牛步), 매우 위험한 참언이라는 뜻으로 남을 궁지에 몰아넣는 고자질이나 헐뜯는 말을 이르는 말을 호구참언(虎口讒言),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비슷한 상대끼리 맹렬히 다투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용양호박(龍攘虎搏) 등에 쓰인다.
▶️ 謀(꾀 모)는 ❶형성문자로 谋(모)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어둡다, 덮이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某(모)로 이루어졌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몰래 의논함을 이르는 말이다. ❷형성문자로 謀자는 '꾀'나 '계책'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謀자는 言(말씀 언)자와 某(아무 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某자는 매실나무를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런데 謀자와 같은 뜻을 가진 글자로는 謨(꾀 모)자도 있다. 謨자는 '어둡다'라는 뜻을 가진 莫(없을 막)자에 言자를 결합한 것으로 '어두운 말'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어두운 말'이란 남을 속이기 위한 ‘꾀’나 '계책'을 뜻한다. 이것으로 보아 본래 '계책'을 뜻했던 글자는 謨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謀자가 '계책'을 뜻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謀(모)는 ①꾀 ②지략(智略), 계략(計略) ③계책(計策) ④본보기(=模) ⑤꾀하다 ⑥도모(圖謀)하다 ⑦모색하다(摸索) ⑧묻다 ⑨살피다 ⑩의논하다, 상의하다 ⑪속이다 ⑫모호(模糊)하다 ⑬모이다, 접촉(接觸)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꾀할 기(企), 꾀 책(策)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 따위로 부터 꾀를 써서 벗어남을 모면(謀免), 배반을 도모함을 모반(謀反), 슬기와 꾀가 있는 신하 또는 모략에 능한 신하를 모신(謀臣), 일을 계획하여 서로 의논함을 모의(謀議), 남을 해치려고 쓰는 꾀를 모략(謀略), 꾀를 잘 내어 일을 잘 이루게 하는 사람을 모사(謀士), 꾀를 써서 남을 어려움에 빠뜨림을 모함(謀陷), 자기 나라를 배반하고 남의 나라를 좇기를 꾀함을 모반(謀叛), 어떤 일 따위로부터 꾀를 써서 벗어남을 모피(謀避), 미리 모략을 꾸미어 사람을 죽임을 모살(謀殺), 꾀를 써서 남을 해침을 모해(謀害), 남을 위하여 꾀를 내어 줌을 모충(謀忠), 일을 이루기 위하여서는 처음에 대책과 방법을 잘 헤아려서 꾀함을 모시(謀始), 앞으로 할 일을 이루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꾀함을 도모(圖謀), 남이 모르게 일을 꾸미는 악한 꾀를 음모(陰謀), 모의에 참여함 또는 그 사람을 참모(參謀), 앞뒤를 깊이 헤아려 생각함이 없음을 무모(無謀), 둘 이상이 같이 일을 꾀함을 공모(共謀), 굉장히 큰 계획이나 어마어마하게 큰 계획을 굉모(宏謀), 어떤 일을 함께 도모함을 동모(同謀), 반역을 꾀함 또는 그 꾀를 역모(逆謀), 계책을 짜는 데에 참여함을 여모(與謀), 이리저리 속임수를 써서 꾸미는 못된 꾀를 횡모(橫謀), 어떤 일을 두 사람 이상이 함께 꾀함을 연모(連謀),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다는 말을 모사재인(謀事在人), 남을 해치기 위한 일을 꾸며 만들어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을 모롱정장(謀弄呈狀), 모자라는 것을 채우기 위하여 꾀를 써서 이리저리 둘러 대어 갖추어 놓음을 이르는 말을 모리요판(謀理料辦),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인정이나 도덕을 가리지 않고 권세와 모략중상 등 갖은 방법과 수단을 쓰는 술책이라는 말을 권모술수(權謀術數), 터무니없는 말로 헐뜯거나 남을 해치려고 속임수를 써서 일을 꾸밈을 이르는 말을 중상모략(中傷謀略), 형세가 절박하여 아침에 저녁 일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당장을 걱정할 뿐이고 앞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조불모석(朝不謀夕), 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심모원려(深謀遠慮), 여우하고 여우의 모피를 벗길 모의를 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상충하는 사람하고 의논하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狐謀皮), 재능이 있는 자는 계책을 숨기고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말을 능사익모(能士匿謀) 등에 쓰인다.
▶️ 皮(가죽 피)는 ❶회의문자로 又(우; 손)으로 가죽(又를 제외한 부분)을 벗기는 것을 나타내어, 벗긴 가죽을 뜻한다. 革(혁)과 자형(字形)이 비슷한데, 나중에는 皮(피)는 짐승으로부터 벗긴 채로의 가죽, 革(혁)은 털을 뽑아 만든 가죽, 韋(위)는 다시 가공(加工)한 무두질한 가죽으로 구별(區別)하고 있다. ❷상형문자로 皮자는 '가죽'이나 '껍질', '표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皮자는 동물의 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皮자가 가죽을 뜻하는 革(가죽 혁)자와 다른 점은 갓 잡은 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皮자와 결합하는 글자들은 대부분이 '껍질'이나 '표면', '가죽'과 같은 '겉면'을 뜻하게 된다. 상용한자에서는 부수로 쓰인 글자는 없지만 波(물결 파)자나 被(입을 피)자 처럼 부수가 아닌 글자에서는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皮(피)는 (1)물건을 담거나 싸는 가마니, 마대, 상자(箱子)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가죽 ②껍질, 거죽(물체의 겉 부분) ③겉, 표면 ④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모피옷 ⑤얇은 물건 ⑥과녁 ⑦(껍질을)벗기다 ⑧떨어지다, 떼다 ⑨뻔뻔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뼈 골(骨)이다. 용례로는 척추동물의 몸의 겉은 싼 외피를 피부(皮膚), 날가죽과 무두질한 가죽의 총칭을 피혁(皮革), 가죽과 살을 피육(皮肉), 살가죽과 뼈를 피골(皮骨), 피부속이나 살가죽의 밑을 피하(皮下),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피공(皮工),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함에 따라 낡은 허물을 벗는 일을 탈피(脫皮), 털가죽으로 털이 붙어 있는 짐승의 가죽을 모피(毛皮), 식물체 각 부의 표면을 덮은 조각을 표피(表皮),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을 호피(虎皮), 탄환이나 처란의 껍질을 탄피(彈皮), 땀이 나고 허한을 거두는 데 필요한 한약재로 쓰이는 계수나무 껍질을 계피(桂皮), 껍질 또는 거죽을 벗김을 박피(剝皮), 가죽과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인조 피혁을 의피(擬皮), 게나 소라나 거북 따위의 몸을 싸고 있는 뼈처럼 단단한 물질로 된 껍데기를 경피(硬皮), 겉으로만 알고 속을 모르는 것 진상까지를 추구하지 아니하고 표면만을 취급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피상적(皮相的),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철면피(鐵面皮), 깨달은 바가 천박함을 이르는 말을 피육지견(皮肉之見), 살가죽과 뼈가 맞붙을 정도로 몹시 마름을 일컫는 말을 피골상접(皮骨相接), 옛 모습에서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구태탈피(舊態脫皮),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는 뜻으로 몹시 뻔뻔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을 면장우피(面張牛皮), 호랑이에게 가죽을 내어 놓으라고 꾀다라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虎謀皮), 살갗은 닭의 가죽처럼 야위고 머리칼은 학의 털처럼 희다는 뜻으로 늙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계피학발(鷄皮鶴髮),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리저리 함을 이르는 말을 녹비왈자(鹿皮曰字),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남자를 일컫는 말을 철면피한(鐵面皮漢), 풀뿌리와 나무 껍질이란 뜻으로 곡식이 없어 산나물 따위로 만든 험한 음식을 이르는 말을 초근목피(草根木皮)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