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주는 개수를 다르게 하려면, 그 기준을 굉장히 세밀하게 나눠야 하지 않나요?”
은재가 손을 번쩍 들고, 따박따박 물었다. 교실 뒤쪽에 앉은 동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까딱까딱 의자를 흔들었다.
“스티커 개수를 다르게 하려면, 스티커를 주는 기준이 세밀해져야 하니?”
선생님이 은재의 말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물었다.
“어떤 친구에게는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동표가 건들건들 몸을 흔들며 대꾸했다.
“책을 모아서 꽂는 걸 스티커 받으려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번에는 서연이가 나섰다. 그러면 다들 책을 모아서 꽂으려다가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까딱 했다가는 종례 시간에 기나긴 토론이 이어질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선생님이 고개를 반짝 들고, 아이들을 살폈다.
“스티커 개수를 다르게 하면, 스티커를 나눠 줄 때마다 선생님이 너무 골치가 아플 것 같아.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니까.”
-12쪽
은재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춘 다음 할머니의 텃밭을 향해 살그머니 몸을 돌렸다. 거기, 온몸이 새까만 털로 뒤덮인 고양이가 있었다. 아래쪽으로 살짝 쳐진 듯하더니, 치켜 올라간 꼬리 끝은 하얀 털이 나 있었다. 그리고 양쪽 귀 위쪽도 꼬리 끝처럼 하얬다.
‘정말로 고양이가 있었어.’
하지만 할머니 말처럼 도둑고양이 같지는 않았다. 까만 털은 제법 윤기가 흘렀고, 귀와 꼬리 끝의 하얀 털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얼굴 좀 보여 줘.’
고양이는 은재에게서 등을 돌린 채 할머니의 텃밭 근처를 핥고 있었다. 조금 전에 민어를 떨어뜨렸던 그곳 같기도 했 다.
‘정말 도둑고양이인가’
아니었으면 싶었다. 은재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게 발짝을 뗐다. 어떻게든 고양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순간 고양이는 꼬리를 반짝 쳐들더니, 은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가 파랬다.
“예쁘다!”
자기도 모르게 은재는 말문을 열었다. 동시에 고양이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할머니가 가리켰던 서곡산 쪽이었다.
“이런, 바보, 멍청이!”
은재는 발을 쿵쿵 구르며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30쪽
“나랑 할 얘기 있지 않아”
은재는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예서를 쳐다보았다. 예서가 대답했다.
“뭐, 네 스티커 왜 가져갔냐고?”
예서는 너무나 당당했다. 은재는 당황스러웠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예서 엄마가 끼어들었다.
“은재가 스티커 여왕이 됐단 말이야. 나도 많이 모았는데, 어떻게 나보다 은재가 더 많이 모았냐고!”
예서는 억울한 듯 악을 썼다. 예서 엄마가 얼굴이 잔뜩 굳은 채 예서의 팔을 잡았다.
“그래서 은재 스티커를 네가 가져갔다고”
“다시 줬어!”
예서가 고함을 질렀다.
“말도 안 돼.”
예서 엄마는 기가 막힌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예서에게 말했다.
“어쨌든 친구 걸 함부로 가져갔다는 거잖아.”
“나도 갖고 싶었어. 은재한테는 많으니까.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박예서!”
예서 엄마가 매섭게 목소리를 높였다. 화가 단단히 난 듯 했다. 은재는 겁이 났다.
-116, 117쪽
--- 본문 중에서
첫댓글 소식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새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아이들의 많은 사랑 받길 바랄게요!!!
축하드려요~~
널리널리 읽히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