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반야교 → 계곡 길 → 백화산 정상(한성봉) → 부들재 → 암릉길 → 주행봉 → 반야교'의 11km, 5시간 코스를 환 종주할 예정이었다.
1
주행봉[舟行奉]
높이: 874m
위치: 충북 영동군 황간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추풍령을 지날 때 영동 근처에 이르면 서북쪽으로 주행봉을 가진 백화산(933m)이 눈에 들어온다. 황간 쪽에서 올려다보면 주행봉은 물 위를 떠가는 배와 똑같다. 배의 이물과 고물이 확실하고 배 가운데의 돛자리도 분명하다.
주행봉을 산 아래 사람들은 쌀개봉이라고도 한다. V자로 갈라진 봉오리가 방아허리를 받치는 쌀개 같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 듯하다. 주행봉은 산주름이 거의 없는 판판한 북서 사면이 장관이다. 높이 8백여 미터 내외의 산줄기가 거의 주름이 없고 4킬로미터 정도 뻗어 있다. 비탈이 대부분 가파른 너덜로 되어 있어 더 장관이다.
산행은 주행봉 동쪽을 흐르는 석천가에 있는 반야사 근처가 기점이 된다. 연화천이라고도 불리는 석천은 백화산 동쪽에서 협곡을 이루며 굽이굽이 절경이어서 인근의 영동이나 상주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 한국의 산하
백화산[白華山] / 한성봉[漢城峰)]
높이: 934m
위치: 경북 상주시 모동면, 충북 영동군 황간면
한성봉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국운을 꺾을 목적으로 금돌성을 포획한다는 뜻에서 일본인들이 백화산 포성봉으로 붙였다. 2007년 중앙지명위원회에서 포성봉에서 한성봉(漢城峰)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나 아직 지형도에는 포성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과 경북 상주시 모동면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상주시 모동면이나 주 등산로가 주로 영동군 방면에 있으며 국토의 중앙에 있어 전국 어디에서건 당일로 백화산을 찾을 수 있다.
백화산을 사이에 두고 금강과 낙동강이 남북으로 흐른다. 삼국 시대에는 이곳의 득실에 따라 신라와 백제 양국의 국운이 좌우되는 요충지였다. 산에는 금돌산성과 백옥정, 옥동서원 등을 비롯한 문화유적이 남아있어 역사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봄이면 철쭉이 능선마다 꽃띠를 두르고 있어 꽃 산행도 겸할 수 있고, 여름에는 수풀과 옥류가, 가을에는 단풍이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석천골 반야사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산행은 황간읍에서 11km 정도 떨어진 모동면 수봉리 옥동마을에서 시작한다. 옥동마을에서 논길을 따라가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신덕마을. 이 마을 건너편에 황희 정승의 신주를 모신 옥동서원이 있다.
신덕마을 지나 얕은 개울을 건너면 바로 갈림길.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100m쯤 오르면 보현사가 나온다. 보현사를 지나 20분쯤 걸으면 두 번째 갈림길, 이곳부터는 길이 조금씩 가팔라져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 계곡으로 난 길로 50분가량 오르면 보문사 터에 이른다. 보문사 터를 지나 15분가량 더 오르면 또 길이 갈라진다. 왼쪽 길은 922m 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금돌산성을 거쳐 정상으로 향한다. 최근 금돌산성을 일부 복원해두었으므로 산성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좋다.
보문사 터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금돌산성(사적제30호)이 나타난다. 이 산성은 신라 때 김흠이 쌓은 성이라고 전해 내려오는데 내성과 외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성벽 80m를 원형대로 복원했다.
철쭉이 만발한 산성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백화산의 주능선에 오른다. 이곳부턴 시야가 탁 트여 기분이 상쾌해진다. 922m 봉을 지나 약 25분가량 걸으면 포성봉이라 부르는 백화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서면 속리산을 비롯, 황간읍 너머 민주지산과 덕유산의 모습도 보인다. 정상은 민등봉이다.
하산은 올라간 등산로의 반대편으로 한다. 주행봉 능선으로 가다가 고개에서 동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주변에는 벚나무가 많아 4월 말경에는 벚꽃이 볼 만하다. 1시간 30분쯤 내려가면 석천골에 신라 선덕여왕 19년(1789년)에 창건된 아담한 반야사가 있다. -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100, 백두대간 종주, 천고지 등 목표를 세워서 진행하는 산행은 끝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갈만한 산이 부족해진다. 말인즉 인기 명산 100을 다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순간은 나를 기다리는 산이 100인데, 90개를 오르고 나면 10개밖에 안 남는다. 그리고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경우, 남은 10개 산행이 날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고로 매주 산행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계획 외의 산을 찾아야 한다. 아쉽게도 중간에 포기한 기간이 있기는 했지만, 서대산을 끝으로[산행기],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100을 거의 6년 만에 완주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백두대간은 전체 66개 구간 중 3개 구간이 남았고, 천고지는 171개 중 14개 봉우리가 남았다.
2022년 마지막 산행이자, 이번 주에 갈 만한 산을 찾기 위해, 알고 있는 모든 안내산악회를 뒤졌지만, 목표하는 산이 없는 걸 떠나, 대부분 이미 다녀온 산이다. 그 중 유일하게 충북 영동의 백화산만이 초행이라, 고민 없이 바로 신청했다. 백화산이 기관에서 선정한 명산 100에는 들지 않으나, 한국의 산하 인기 순위 167위로, 산림청과 까만 소가 100 명산 이후 추가 선정한 명산에는 두 기관 다에 선택받은 산이다. 100 산을 완주하고, 천고지, 백두대간도 얼마 남지 않아, 한국의 산하 200, 그리고 산림청과 까만 소가 추가한 산으로 목표를 확대할 생각이라, 이에 부합하는 산이기도 하다. 정확히는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산행을 계속하려면, 지금까지 했던 산행을 반복하든가, 까만 소에 맞춰 목표를 확대하는 거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100 명산과 백두대간을 여러 번 완주한 등산객을 최근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먹어봐야 맛을 아는 게 인간인가?
기상청 산악날씨가 백화산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가장 가까운 '민주지산' 날씨를 참고하는데, 산행 당일 기온은 영하 10~9도 사이를 오르내려 문수산행 때의 영하 15도에 비하면 별거 아니나, 바람이 4m/s 강해 체감온도는 15도 내외다. 이 또한 체감온도 영하 25를 오르내리던 문수산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산행기], 어쨌든 춥다. 물론 민주지산 기준이라, 백화산이 있는 동네 기온도 확인했다. 기온은 영하 5~1도 사이, 바람은 3m/s, 체감온도 영하 9~5도로 지난 12월 4일 달렸던 백두대간 댓재~백복령 구간의 날씨와 비슷하다[산행기]. 해서 당시와 같은 준비를 한다. 물론, 백화산이 암릉으로 유명해 이에 대비한 준비도. 점심으로 컵라면을 가져가기는 하나, 늦은 기온에 불리는 게 쉽지 않아, 상황을 봐서, 산행 중에는 에너지 바로 허기를 채우고, 늘 그렇듯이 하산주를 위해 확보한 시간에 늦은 점심을 먹는 것도 고려 중이다. 다행히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반야교 주변에 몇 개의 식당이 있다. 당일 문을 열지는 모르지만. 한번 믿어본다.
2 - 1
평소와 다름없이 기상해 아침을 먹고,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서, 불광역에서 6시 열차로 양재로 향했다. 양재 도착이 6시 40분경이라,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 후 12번 출구로 나가,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국립외교원 앞으로 갔다. 평일임에도 성원을 채운 산행지가 5곳이나 돼, 외교원 앞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이 꽤 있었다. 그들과는 좀 떨어진 곳에서 등산객을 관찰하며 버스를 기다렸는데, 외교원 앞 출발 시각인 7시를 지나 7시 3분에 버스가 줄지어 도착했다. 해서 버스 쪽으로 가며 앞장선 버스 창문의 LED를 노려봤는데, "백화산"이다. 비록 다섯 대에 불과하지만, 버스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며, 짐칸에 배낭을 넣고, 보조 파우치를 들고 탔다.
버스에 타자마자, 슬리퍼로 갈아신고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글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 포기하고 잠을 청해, 한 시간가량 푹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패드의 지도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했는데, 대전이 멀지 않다. 백화산이 있는 충북 영동도. 그럼, 휴게소는 옥천이다. 많으면 일주일에 세 번, 적어도 한 번은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기를 3년이 넘게 하다 보니, 이제 어느 휴게소에서 휴식하리라는 것도 예측이 되는 상태에 도달했다. 다시 책을 보기 시작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는데, 실내등이 들어온다. 그리고 인솔 대장이 9시 15분에 출발한다고 공지한다. 그럼 8시 55분 직전이라는 얘기다. 신선한 공기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궁금해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예상대로 옥천 휴게소다.
버스에서 내리니 춥기는 하나, 막상 산행 때는 더울 걸로 예상돼, 얇은 걸 껴입기 잘했다고 자찬했다. 그리고 볼일을 보고, 버스로 돌아가려고 보니, 차가 없어 주유소 쪽을 보니, 예상대로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어디 쉴만한 곳도 없어, 대부분 등산객이 추위에 떨며 휴게소 외부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다른 계절에는 못 느꼈는데, 역시 추운 겨울에는 고역이다. 주유가 끝나고 돌아온 버스에 타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쉽지 않은 산이고, 특히 주행봉에서 한성봉으로 향할 때, 칼바위 능선은 위험하니, 꼭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한성봉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급경사라 위험하다고.
도착 10분 전에 알려주겠다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그리고 9시 40분경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마감 시각을 3시 50분으로 한다고 공지했다. 그럼 9시 50분경 들머리인 반야교에 도착한다는 거다. 산악회 시간 계획에는 도착 시각이 10시 30분인데, 40분이나 빠르고, 양재에서 들머리인 충북 영동의 반야교까지 3시간이 안 걸린다는 얘기다. 고로 4시에 양재로 출발한다면, 7시가 조금 안 되어 도착한다는 거로,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에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이고,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조금 지난 9시 47분에 버스는 이번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반야교 주차장에 도착했다.
2 - 2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게 주변 식당의 영업 여부로, 환 종주라 가능하다. 그런데, 비록 산림욕장이 있다고는 하나, 유명세에 비해 주변에 식당이나 카페가 많은 게 상주나 영동, 김천 등의 주민이 많이 찾는 산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는 한겨울 그것도 평일이라 그런지, 대부분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다. 혹시 점심시간에 맞춰 열지도 모르나, 주차장이 텅 빈 걸로 봐서, 그런 일은 없을 거 같다. 다행인 건 슈퍼를 겸하고 있는 식당은 야외 비닐하우스에서 연기가 나는 거로 봐서, 영업을 하는 거 같다. 식당이 영업을 안 해도 슈퍼가 문을 열었으니, 점심은 몰라도 하산주는 마실 수 있다.
하산주는 해결했으니, 시간 확보가 중요하다. 코스의 길이는 11km가량,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6시간으로 마감이 3시 50분이다. 일단 목표를 2시 30분까지 날머리에 도착하는 거로 잡았다. 그리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반야교 방향으로 가며,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최소 300m는 넘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223m에 불과하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한성봉이 933m니, 710m가량 올라가야 한다. 한국 산 기준 꽤 높이 올라가는 산행이다. 쉽지 않은 산행이 될 거라 예상하며, 반야교로 향하는데, 빠른 산꾼은 벌써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자, 삼거리로 그 끝에 ‘백화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고, 몇 명의 등산객이 지도를 보고 있다.
이미 확인한 지도나, 다른 정보가 있을지 몰라,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다. 반야교 삼거리에서 이번 산행의 첫 번째 목표인 주행봉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림욕장을 통과하고, 다른 하나는 바로 올라간다. 산악회 계획은 바로 올라가는 거다. 사실 산행 전, 산악회 게시판에 있는 지도를 보며, 왜 산림욕장 방향으로 가지 않는지 궁금했고, 상황을 봐서, 그 방향으로 올라갈 생각도 했었다. 해서 지도를 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등산객 한 명이 산림욕장 방향으로 올라간다. 나도 따라갈까 고민하며, 두 길의 차이가 뭔지 지도를 유심히 다시 확인해 보니, 게시판 지도에는 없던 정보가 있다. 현 위치에서 산림욕장 방향 등산로는, 2.8km 거리에 소요 시간 113분이고, 바로 올라가는 길은 2.2km에 118분이다! 즉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거리는 600m나 짧은데, 시간은 5분이 더 걸린다. 고로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주행봉에 오르는 최단 거리로, 경사가 심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오지 산행을 즐기는 나야 당연히 최단 거리의 급경사 등산로다. 그렇게 결정하고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지도를 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산악회 계획대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중에는 인솔 대장도 있는데, 대장에게 한 등산객이 ‘한성봉만 올라가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대장 본인은 한성봉만 올라간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대장을 따라갔다. 그리고 지도에서 50여 미터를 내려오자 다시 갈림길인데, 봉우리로 향하는 나무계단에는 '공사 중'이라 우회하라는 입간판이 가로막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우회하라는 길은 한성봉으로 바로 가는 등산로고, 주행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해서 경고를 무시하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물론 한성봉만 갈 예정인 인솔 대장 팀은 아스팔트를 따라 계속 갔다.
계단을 다 올라간 후 등산로를 따라 50여 미터를 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정표에 의하면 오른쪽은 '백화산 둘레길', 직진은 주행봉으로 1.7km 거리다. 그리고 둘레길 방향은 금줄로 막아놨다. 즉 여느 지자체나 다 하는 둘레길 공사 중이고, 주행봉 방향은 상관없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에 우회하라는 입간판이 가로막고 있어, 한성봉 방향으로 간 등산객도 있을 같다. 어쨌든 둘레길 갈림길을 지나, 300여 미터를 가는 동안 이마에서 쏟아진 땀이 눈으로 들어가,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이다. 경사가 급하고 햇볕이 따뜻해서 발생한 사태다. 문제는, 땀 흘릴 일이 없을 거 같아, 평소 배낭에 묶어 다니는 수건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거!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이마뿐만 아니라 등에도 땀이 쏟아질 거 같아.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얇은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으며, 두꺼운 패딩을 선택하지 않은 선견지명을 자찬했다.
속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가벼워진 몸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해, 고도가 높아지자, 이번에는 발목을 넘는 눈이다. 주차장에서 산을 봤을 때 눈이 보이지 않고, 들머리부터 500여 미터를 오는 동안, 눈의 흔적은 있으나, 쌓인 정도는 아니라, 무시했는데, 고도가 높아지고,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사면에는 눈이 쌓여 있다. 급경산 등산로에 눈까지 쌓여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아, 등산로 한쪽으로 벗어나,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4점식 아이젠이라, 미끄러운 급경사임에도 쉽게 착용할 수 있었다. 착탈이 쉬워, 4점식 선호한다. 아이젠 착용으로 눈 쌓인 등산로가 고속도로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주행봉을 향하는데, 오른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주행봉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1.4km 정도, 그럼, 옆의 저 봉우리가 주행봉일 확률이 높아 기록으로 남겼다.
얼어붙은 계곡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오르자 저 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처음 만난 전망대라, 큰 기대를 하고 위로 올라, 등산로에서 벗어난 전망대로 갔다. 눈 쌓인 바위에 올라 먼저, 오른쪽의 주행봉이라 생각했던 봉우리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주행봉이라면 위로 올라갈수록 가까워져야 하는데, 멀어지고 있다. 고로 주행봉이 아니다. 그럼, 한성봉인데, 그러기에는 너무 가까워 보인다. 노안 때문에 모든 사물이 가깝게 보여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 산행 생활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거리감이 많이 짧아졌다. 이후 눈을 돌려 아래를 보니, 모든 봉우리가 발아래인 게 주행봉이 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탁월한 조망에 감탄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전망대를 떠나, 아래에서 주행봉이라 생각했던, 오른쪽의 봉우리를 주시하며 계속 위로 오르자, 고도가 낮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산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성봉으로 향하는 산세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간에 푹 꺼진 고개, 즉 부들재가 위협으로 다가와, 제발 해발 700m 아래가 아니기를 빌었다.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주행봉을 향해 가는데,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4분가량을 더 올라가서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급경사 길이라,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정상에는 유일하게 반야교 삼거리에서 산림욕장 방향으로 갔던 산꾼과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등산객이 나에 조금 앞서 도착해 주행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정상 도착 시각이 11시 20분이니, 주차장에서 주행봉까지 97분가량으로 ‘등산 안내도’의 118분보다 20분 정도 빠르나, 하산주를 위한 1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남은 구간에서 시간을 더 단축해야 한다.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이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산림욕장 방향이 궁금해, 먼저 그쪽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짧으나, 칼바위 능선이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반야교 갈림길에서 오판했다는 걸 깨달았다. 인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고, 정 아쉬우면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거라, 짧은 칼바위 능선은 잊어버리고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긴 후 산림욕장 방향에서 온 산꾼과 코스에 관해 몇 마디 나누고, 그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렇게 주행봉에서 해야 할 일이 끝나자, 서둘러 다음 목표인 한성봉을 향해 출발했다.
진행 방향 저 멀리 보이는 한성봉의 모습을 감상하며, 고개를 향해 내려가, 11시 24분에 올라오며 만났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한성봉까지는 3.13km로 생각보다 짧다. 갈림길을 지나, 고개를 향해 계속 내려가자, 한성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감상하다가, 바로 앞에 있는 칼바위 능선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왜 백화산이 소위 얘기하는 100대 명산에 끼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어쨌든 칼바위 능선에서 뚝 떨어졌다가, 다시 한성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과 한성봉에서 계곡으로 향하는 급경사를 보니, 산행이 재미는 있겠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감이 들었다. 말인즉 2시 30분까지 주차장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해서 20분을 더 늘려 목표를 2시 50분으로 변경했다.
동영상을 찍으며 칼바위 능선을 지나는 중에도 가끔 뒤돌아, 주행봉과 점점 가까워지는 한성봉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론 칼바위 양쪽 아래의 모습도. 능선 양쪽 안전시설이 있음에도 아슬아슬한 칼바위 능선을 가며, 안전시설이 설치되기 전에 오지 않은 걸 한탄하며, 전진해 11시 55분에 칼바위 능선 끝에 도착했다. 그 끝에는 바위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당연히 그걸 넘을 거로 생각했는데, 등산로는 우회하고 있다. 해서 암봉을 넘는 길을 찾아봤으나, 눈이 쌓여 안 보인다. 애당초 없을 수도 있고. 길이 있는지도 모르는 눈 쌓인 바위 봉우리를 오를 정도로 대담하지는 못해, 암봉을 우회해서 넘어가자, 이정표가 있는 주차장 갈림길이다. 한성봉까지는 2km. 고로, 칼바위 능선이 거의 1.3km 정도다.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11분으로 점심시간이다. 사실 주행봉을 떠나며, 배가 고파, 적당한 장소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당연히 칼바위 능선에 적당한 곳이 있을 리 없어,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나마 여기저기 돌이 보이고, 과거 석축을 쌓아 만든 휴식처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동안에 두 명의 산꾼이 지나갔고, 한 쌍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다. 3주만인가? 오랜만에 컵라면으로 점심 해결한 후, 우엉차로 입가심하고, 12시 25분경 모든 인적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한성봉으로 향했다.
주차장 갈림길에서 한성봉으로 향하는 길은 급경산 내리막길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 봉우리에서 다음 봉우리로 오르기 위해서는 고개로 내려가야 하는 건 당연하고, 한성봉 또한 마찬가지나, 그 고개가 해발 700m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를 빌었는데, 지금 분위기는 해발 600m도 위험해 보여 약간은 초조하게 20분 정도 내려가자 저 아래로 이정표가 보인다. 일단 다 내려왔다. 반야사 사거리로, 이 지역에서는 '부들재'로 지도에 따라서는 '주불재'로 표기한 고개로, 한성봉만 오르는 B 코스의 주요 표지다. 현재 시각 12시 45분, 한성봉까지 남은 거리는 1.6km, 등산 앱으로 확인한 고도는 630m로 한성봉까지 300m 이상을 올려야 한다. 700m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를 빌었건만, 70m를 더 내려와 목표한 2시 50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5분! 변경한 목표 달성도 위험하다.
목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부들재를 떠나, 한성봉으로 향하는데, 땅에 나무를 박은 계단형의 등산로가 위로 이어진다. 그 계단으로 헉헉대며 올라가는데, 아랫배가 슬슬 아파져 와 참을 수 없는 상태라, 등산로에서 벗어나 고개를 넘어 으슥한 곳으로 가 땅을 파고 볼일 봤다. 그리고 파낸 흙으로 잘 덮어준 후 등산로로 돌아가는데, 왁자지껄 시끄럽다. 누군지 궁금해하며 등산로에 도착해보니, 예닐곱의 등산객이 한성봉에서 내려와 부들재로 향하고 있다. 이번에 같이한 산악회는 A, B 코스 모두 부들재에서 한성봉으로 올라가는 계획인데, 그 반대로 내려오는 거로 봐서, 일행은 아니고, 그럼 다른 산악회? 그렇게 멋대로 결론짓고, 계속 올라가자, 등산로를 가로막은 '공사 중' 플래카드가 두 나무 사이에 걸려있다. 역시 우회하라는 경고문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등산로 한편에 100여 병이 넘어 보이는 2L 생수통을 보고 공사 중이라는 건 알고 있어 놀라운 건 아니다. 다만, 우회로로 갈 것이냐, 금줄을 넘어 공사장으로 진입할 것이냐? 결정하면 된다.
당연히 금줄을 넘어, 정규 등산로로 들어가 조금 올라가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한성봉까지 남은 거리 0.7km! 그리고 이제 막 공사가 끝난, 데크 계단이 반겨준다. 물론 내가 초행이 아니다. 공사 중 우회로는 계곡으로 위로 올라가는데, 정규 등산로, 데크 계단은 바위 능선을 따라 위로 향하고 있어, 전망대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반야교 갈림길에서도 그렇고, 조금 전의 우회로 갈림길에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가끔 뒤로 돌아 '달리는 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주행봉의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남기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아직 데크 계단을 설치하지 못한 곳은 여전히 위험한 바위 능선이라, 산행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중간에 위와 장을 깨끗이 청소해서인지, 컵라면 먹은 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을 정도라, 쉽게 먹을 수 있게, 배낭 허리띠 주머니에 넣어둔 에너지 바를 꺼내 먹었다. 그렇게 허기를 때우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고지 반경 100m 내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고지에 도착했다고만 알려줬는데, 그사이에 업그레이드했는지, 100m, 10m 두 번 알려준다. 10m인지, 50m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1시 45분에 도착한 정상에는 산림욕장 방향으로 올라가, 주행봉 정상에서 만났던 산꾼 혼자서 주변의 경치 사진을 찍고 있다. 주행봉 이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다가, 점심 먹은 주차장 갈림길 이후, 혼자 정상으로 달려, 나와는 꽤 거리가 벌어졌는데, 정상에 있는 게 의아했다. 어쨌든 정상에는 정상석만 3개가 있어, 그 각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산꾼에게 부탁해 인증도 남겼다. 그런데, 그도 내게 인증을 부탁했다. 그럼, 인증 때문에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어쨌든 인증을 찍어주고 대화를 나눠보니, 정상으로 올라오다가 만난, 반대로 움직이던 등산객 무리도, 코스를 반대로 잡은 우리 일행으로, 그중에 인솔 대장도 있었다고. 하긴 난, 볼일을 보고 등산로로 돌아와 보니, 예닐곱의 등산객이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만 봤지, 얼굴을 보지는 못했으니, 그들이 누군지 알리가?!
백화산 정상인 한성봉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하산주를 위해 주차장으로 향한 시각이 1시 48분이다.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이번 산행에서는 생소한 '봉화터'까지가 2.8km다. 물론 봉화터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모른다. 고로 목표한 시각인 2시 50분까지 날머리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전체 거리가 10km 내외고, 지금까지 온 거리가 6km가 조금 넘으니, 남은 거리가 대략 4km 내외라는 건 알고 있다. 4km를 1시간 안으로 가면 목표를 달성한다. 급경사 계곡 길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하산 경험에 의하면 약간 위험하기는 하나 도움이 된다. 정상에서 떠나기 전, 아래로 보이는 날머리까지의 대략적인 길을 확인하고, 사진으로도 찍었다.
하산주를 그리며 빠른 속도로 능선을 따라가는데, 저 아래로 주행봉의 전경이 보여, 바쁘지만 멈춰서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속 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주차장까지 3km! 등산로는 아래로 뚝 떨어지는 길과 직진하는 길이 있는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그 중간 정도라 어디를 가리키는지 모호했다. 해서 두 길의 인적을 살폈다. 직진하는 길은 숫자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인적이 많고, 아래로 떨어지는 길은 두세 명의 인적에 불과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급경사 하산 길에 관해 언급했는데, 볼 것도 없이 아래로 뚝 떨어지는 길을 얘기하는 거다. 해서 오른쪽 길을 선택해 내려가려고 보니, 미처 보지 못한 지도가 있다. 두 길 다 주차장으로 향하나, 당연히 급경사 길이 짧다.
눈 쌓인 급경사 등산로에는 안전시설도 없다. 웬만하면 사진 한 장 남기는데, 사진 찍을 여유도 없는 경사다. 말인즉 멈추는 게 쉽지 않아, 의도치 않게 계속해 미끄러져 내려가야 했다. 고로 시간 단축에는 도움이 많이 된다. 다만, 미끄러져 계곡으로 떨어지지 않게, 움직임 하나하나에 초집중해,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다. 해서 급경사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쉼터 의자에 배낭을 벗어 두고 물 한 모금하며 한숨 돌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저 아래로 보이는 계곡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정표가 없어 남은 거리와 얼마나 고도를 내려야 하는지도 궁금해 등산 앱을 꺼내 확인해 보니, 고도는 619m로 수직으로 350m가량을 더 내려가야 한다. 다만, 등산객이 많이 사용하는 앱에는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없다. 말인즉 쉼터에 의자까지 있는데, 등산로가 아니다. 해서 오지 산행에 최적화된 등산 앱도 확인해 봤다. 당연히 길이 있다. 그런데, 현 위치에서 날머리까지 남은 거리가 만만치 않다. 현재 시각 2시 11분, 노닥거릴 때가 아니다.
하산주를 위해 서둘러 내려가, 드디어 계곡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는데, 바위를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굵은 밧줄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일정한 간격의 볼트로 바위에 고정되어 있다. 아무리 봐도 밧줄이 필요 없는 바위다. 계곡에 물이 넘치는 가운데, 하산한다면 필요할 거 같기는 하지만. 그 바위를 지나, 50m가량 내려가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반야교까지 2.35km! 1km 이상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0.65km 내려왔다. 현재 시각 2시 15분. 그 이정표에서 30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가 거의 산책로 수준으로 바뀐다. 그리고 5분 정도 더 가자, 의자가 있는 쉼터다. 자세히 보니 이정표가 쓰러진 갈림길로, 부들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부들재 방향으로 인적이 없다. 그럼, 부들재에서 내려오는 다른 길이 아래에 있다!
역시 예상대로 부들재에서 내려오는 다른 길이 300여 미터 아래에 있다. 당연히 수많은 인적이 있다. 그 갈림길을 지나자, 고속도로에 비견될 수 있는 등산로로 바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사용하는 등산 앱에는 길이 없다. 그럼, 최근에 만들어진 길이다. 그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 2시 39분에 백화산 둘레길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둘 다 둘레길이나, 오른쪽은 300m, 왼쪽은 400m다. 당연히, 짧은 오른쪽을 선택해 가자, 계곡 위로 설치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데크 길이 나타났다. 데크는 아이젠이 불편해, 그걸 벗어 손에 들고, 데크를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계단이 언덕으로 올라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400m 둘레길이 계곡 건너로 보인다. 당연히 언덕을 오를 수 없으니, 데크를 버릴 생각으로 그 둘레길로 가는 방법이 있나 살펴봤으나 없다. 죽으나 사나 계단으로 언덕에 올라야 했다. 100m 짧게 가려고 했다가, 끝까지 고생이다.
배도 고프고, 급경사를 내려와 지쳐 숨을 헉헉대며 계단으로 언덕에 오르자 데크가 끝났다. 그리고 저 앞 나무 사이에 무언가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할 때, 공사 중이라며, 둘레길 방향을 막고 있던 금줄이다. 고로 그 공사라는 게 둘레길 조성을 위해, 지금 막 올라온, 데크 길이다! 결과적으로 저 갈림길을 기준한 환 종주 산행이다. 9시 56분에 저기를 지나, 2시 47분에 도착했으니, 환 종주에 5시간 1분이 걸렸다. 갈림길에 도착했다고 산행이 끝난 건 아니라, 금줄을 넘어, 오전에 올라왔던 길로 하산해 2시 49분에 반야교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산림욕장 방향, 좌회전하면 반야교다. 그 갈림길에 있는 '먼지털이기'는 두 명의 등산객이 사용 중이다. 그들 다음 등산화에 묻은 눈을 깨끗이 털어낸 후 반야교를 건너는데, 오전에는 서두느라고 보이지 않던 주변 절경 보여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유유자적 다리를 건너, 2시 53분에 빨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처음 목표보다 23분 늦었고, 변경한 목표보다는 3분이 늦었으나, 한 시간 가까운 하산주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한 산행이다.
3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버스 문이 닫혀 있어, 배낭을 그대로 멘 채, 산행을 시작할 때는 문을 열지 않았던 식당들이 영업 중인지 확인했다. 역시 예상대로 다른 식당은 휴식 중이고, 슈퍼 부속 비닐하우스 식당만 열심히 굴뚝으로 연기를 보내고 있어,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에는 이미 세 테이블을 등산객이 차지하고 앉아, 식사하거나 하산주를 마시고 있다. 한 테이블에는 소주가 3병이다. 해서 먼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배낭을 벗어 두고 주인장을 찾았는데, 없어 슈퍼로 가려고 하는데, 먼저 도착한 등산객이 음식을 가지고 올 때 주문하라고 알려준다. 혼자 만드는 중이라 정신이 없다고. 해서 일단 차림표를 찾아 좌우를 두리번거리는데, 주인장이 밑반찬을 들고 들어와, 주문할 수 있는 게 뭔지 물었다. 부추전과 두부김치가 다다. 식사는 이미 마감했고. 해서 두부김치와 소주를 주문했다. 내 뒤를 바로 따라온 한 쌍은 부추전과 동동주!
주인장이 먼저 온 손님의 식사를 가져올 때, 우리가 먹을 밑반찬도 가져왔다. 해서 내부에 있는 냉장고로 가 소주의 종류를 확인하고, 지역 소주인 "참"을 들고 테이블로 돌아와 고추튀김과 무 김치를 안주로 먼저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하산주를 마셨다. 그리고 두부김치가 나올 때까지 천천히 소주를 홀짝이며, 스패츠를 벗고,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하는 순간, 등산화의 밑장이 벌어진 걸 발견했다. 4~5년 전에 샀지만, 실사용은 10번이 채 안 되는데, 이 모양이다. 다행히 집 주변에 구둣방이 있다는 게 떠올라 안심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등산화 밑창 수리로 검색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두부김치를 가져왔다. 그런데, 그 양이 내 예상을 완전히 넘어섰다. 최소 3명이 소주 6병을 마실 수 있는 양이라, 두부김치와 소주를 들고, 동동주와 부추전을 주문했던 한 쌍의 테이블로 갔다.
그 한 쌍과 산행 얘기를 하며 술을 마셨는데, 그 둘은 주행봉은 버리고, 한성봉만 갔다 왔고 했다. 그들이 부들재에서 내려올 때 한성봉으로 향하는 두 아가씨를 만났데, 그들이 마감에 맞춰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두 아가씨 얘기를 듣는 순간 정시 출발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 소주 한 병을 더 들고 와 마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먼저 왔던 등산객이 계산을 마치고 하나둘 버스로 갔다. 그리고 같이 마시던 한 쌍도, 마감 시각 20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결국 혼자 남아 45분까지 소주 두 병을 마시고 두부김치는 2/3 정도를 남긴 후 버스로 가,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예상대로 두 아가씨는 도착 전이다. 다행인 건, ‘정자 부근에 도착했다.’라고 연락이 왔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인솔 대장이 부탁한다. 정자라면, ‘둘레길 갈림길’에서 400m의 왼쪽 둘레길 중간 정도에 있는 거다. 고로 늦어도 5~6분 이내에 도착한다.
정확히 그 둘은 마감보다 2분 늦은 3시 52분에 버스에 도착했으니, 늦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인솔 대장 포함 총 24명 이 산행을 시작해, 주행봉에서 한성봉까지 큰 원을 그린 산꾼이 10명이 채 되지 않아, 속으로 대단한 여성들이라고 감탄했다. 그 두 여성이 도착하는 거로, 출발 준비가 끝난 버스는 정확히 3시 53분에 반야사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바로 잠이 들어, 한 시간 정도 후에 깼다. 깨자마자 소주 두 병의 후유증으로 볼일이 급해 휴게소를 계산하기 위해 구글 지도를 확인했다. 대전을 지나, 천안이 멀지 않았다. 그럼 천안 삼거리다. 역시 예상대로 5시 15분에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10분간 휴식하는 동안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6시 50분경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하는 거로 백화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반야교 → 둘레길 갈림길 → 한성봉 갈림길 → 주행봉 → 주차장 갈림길 →칼바위 능선 → 주차장 갈림길 → 부들재 → 한성봉/백화산 정상 → 반야교'의 9.87km(트랭글) 코스를 5시간 10분 동안 환 종주했다. 이동 4시간 50분, 휴식 20분!
탁월한 조망, 적당한 높이, 아슬아슬한 칼바위 능선, 소위 얘기하는 100대 명산에 끼지 못해, 100대 명산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낮게 만든 백화산이다!
암릉 산행을 즐기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산으로, 특히 주행봉, 한번 갔던 산은 다시 가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제외했다!
칼바위 능선에 안전시설이 설치되기 전에 달려보지 못한 게 아쉬운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