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죽음, 긴잔온천(銀山溫泉) ㅡ (2) 니시무라 교오타로 원작, 도라 번역

3.   히로코는 만약을 위해 메구미에게 병원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의사는 별 이상 없다고 했으나 그 이후가 큰 일이었다. 경찰에는 이렇게 저렇게 K공원을 찾아보다가 벤치에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으나 경찰관은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구급차로 운반되어 온 메구미를 처음으로 진찰한 의사가 메구미는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누가 생각해도 네 살짜리 아이가 스스로 수면제를 구해 마시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경찰이 집요하게 추궁하자 히로코는 메구미가 유괴되었었다는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큰 소란이 벌어졌다. 메구미 집으로 수사1과의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도츠가와라는 경위가 히로코와 남편인 나카다 씨에게 “자세히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라고 압박했다. 히로코가 대답한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중 딸 메구미가 없어져, 경찰에 수색신청서를 제출한 후 어떤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메구미를 유괴했다고 했습니다” “그런 후, 그 남자가 몸값을 요구했군요?” “네. 4백만 엔이요” “4백만 엔이라? 뭔가 이상하네요” “그러나, 전 그래도 안심되던데요. 몇 천만 엔이라도 요구했다면 전 그렇게 큰 돈이 없거든요. 4백만 엔이라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는 금액이라서. 대신 범인은 절대로 경찰에는 알리지 말라고, 만약 경찰에 알리면 메구미를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경찰에는 알리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 마음 이해 좀 해주세요. 두렵기도 무섭기도 했고, 어떻게 하든지 메구미를 돌려받고 싶었거든요” “4백만 엔은 언제 지불했나요?” “다음날 <?xml:namespace prefix = st1 /><st1:time Minute="0" Hour="12" o:ls="trans" w:st="on">정오</st1:time>까지 준비하라고 해서 오늘 아침 정기예금을 해약해서 4백만 엔을 만들었습니다. <st1:time Minute="0" Hour="12" o:ls="trans" w:st="on">정오</st1:time>에 범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K공원 주차장에 빨간 중고 미니쿠페가 서 있으니 그 차 운전석에 봉투에 든 4백만 엔을 던져 넣으라고 지시 받았습니다. 난 50cc 오토바이로 달려갔죠” “빨간 중고 미니쿠페가 서 있었어요?” “네. 그래서 운전석에 4백만 엔을 던져 넣었죠” “그 차 번호를 기억하나요?” “네. 시나가와 번호로 XXXX입니다” “그 차를 수배하지요” 라고 도츠가와 경위가 말했지만, 가메이 형사가 “그 번호는 믿을 수가 없지요. 내가 범인이라도 넘버플레이트를 바꿨을걸요” “그렇겠네. 그 차 번호에는 일단 물음표를 달아 놓자고” 라고 지시를 한 다음 히로코에게 “계속하시지요” 라고 재촉했다. “범인한테서 들은 대로 난 4백만 엔을 차에 두고, 금방 집으로 돌아와서 전화를 기다렸어요. 30분 정도 지나서 겨우 범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K공원 벤치에 메구미를 재워놓았다고 해서 황급히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공원으로 달려가니 벤치에서 메구미가 자고 있었어요. 그래서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그걸로 전부입니까?” “네. 그래요” “범인 전화는 녹음되어 있나요?” “아뇨. 그럴 여유는 없었어요” “어떤 목소리였나요?” “젊은 사람 목소리로 약간 새된 듯한 감이었어요” “사투리를 쓰진 않던가요?” “아뇨” “몸값 4백만 엔 말인데요, 처음에는 더 큰 금액을 요구했고, 지불할 수 없다고 하니까 4백만 엔으로 내려준 건 아닌가요?” “처음부터 4백만 엔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상해서 그걸로 되냐고 물어봤지요. 좀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처음부터 4백만 엔----이었습니까?” 그러면서 도츠가와 경위는 잠깐 다른 사건을 떠올렸다. 어제 에도가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대형 고리대부업체 N금융회사의 에도가와지점이 습격 받은 사건이다. 복면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등유로 보이는 액체를 바닥에 뿌리고, 발연통으로 협박하며 돈을 빼앗아갔다. 지점장은 준비했던 3백만 엔을 범인에게 주었으나 범인은 왠지 2백만 엔 밖에 빼앗아가지 않았다. 그 점을 도츠가와 경위는 생각하고 있다. (어딘지 닮았네) 라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검소한 범인이네)   4.   영양제와 건강식품 제조판매로 부자순위 3위가 된 나가사와 식품회사 사장인 나가사와는 현재 65세이다. 입지전적 인물로 불리며 가끔 매스컴에서 소개되곤 한다. 지금까지의 나가사와의 인생은 비참 그 자체였다. 호쿠리쿠 지방의 시골에서 18살에 상경해서 여러 가지 일을 했으나 어느 것 하나 신통한 게 없었다. 그 동안 버블시대도 있었으나 나가사와와는 관계없이 흘러가 버렸다. 60세가 되어 나가사와는 별 생각 없이 영양제판매에 손을 댔다. 그것도 지금까지 있었던 영양제의 이름을 바꿔, 간장을 강화시키고, 젊음을 회복시켜준다고 선전을 했다. 그게 왠지 팔리기 시작했다. 이름을 잘 붙인 건지, 아니면 어차피 안 팔릴 거니까 상당히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이 먹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가사와 본인도 깜짝 놀랠 정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에 재미를 붙여 나가사와는 사업을 확대하여 기존의 영양제에 성분을 추가하고, 이름을 바꿔 차례차례로 시장에 내놓았다. 한번 잘 되기 시작하면 뭐든지 잘 된다고, 내놓는 영양제마다 날개 도친 듯 팔려나가는 것이다. (이건 사기 같은데) 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두 배로 늘어나는 게임처럼 수입이 늘어나, 드디어는 부자순위 3위가 되었다. 그렇게 되니 나가사와는 자신의 지금까지의 어두웠던 인생을 되돌려보려고 생각했다. 그 첫 번째가 여자였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예쁜 여자를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게 이제는 깜짝 놀랠 정도의 예쁜 여자가 스스로 가까이 다가오게 된 것이다. 그 대부분이 그가 갖고 있는 돈을 노린 것이나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어렵고 재미없었던 몇 십 년 세월을 돌려놓으려는 기세로 여자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여하튼 자신의 주위를 화려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잇시키 유키도 그런 여자 중의 하나였다. 아니, 그 중에서도 누구 못지않게 섹시한 여자였다. 그녀는 아직 22세밖에 되지 않았으나 본능적으로 남자가 무얼 좋아하는지 아는 여자였다. 나가사와는 그 점에 홀려 그녀에게 아사가야에 있는 고층 아파트를 하나 사주고, 매월 5백만 엔의 용돈을 주고 있다. 5백만 엔을 현금으로 주는 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녀의 계좌로 송금하면 세무서에 발각되어 증여세를 물게 되기 때문이다. 10월 10일의 그날도 나가사와는 5백만 엔을 준비하여 벤츠를 타고 회사를 나섰다. 오늘은 그녀의 아파트에서 자고 갈 심산이었고, 그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열쇠로 아파트 문을 연다. 호텔 같은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탄다. 18층까지 올라 1801호실의 문고리에 손을 올린다. 매월 10일 <st1:time Minute="0" Hour="18" o:ls="trans" w:st="on">오후 6시</st1:time>에 5백만 엔을 갖고 오는 걸 알고 있어서 키가 잠겨 있을 리가 없다. 역시 키는 잠겨 있지 않았다. 나가사와는 도어를 열며 “유키!” 라고 부르며 안으로 들어간다. 여느 때라면 나가사와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뛰어나올 것인데, 모습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가사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봐! 뭐 하는 거야? 숨바꼭질하나?” 안쪽을 향해 큰소리로 불러본다. 방이 셋에, 부엌과 응접실이 있는 넓은 집이다. 그런데도 응답이 없다. 나가사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불안이라 해도, 나가사와가 온다니 목욕탕에서 목욕하다 잠깐 정신을 잃은 정도의 가벼운 걱정이었다. 그래서, 일단 목욕탕을 들여다보고 다음으로 침실로 들어가봤다. 마지막으로 베란다에 붙어있는 선룸을 열어보고, 거기에 선그래스를 쓴 젊은 남녀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뭐야? 너희들은” 나가사와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용히 하시지!” 남자가 냉정한 어투로 명령했다. “유키는 어디 있어?” 아직도 나가사와의 목소리는 떨린다. “당신이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녀는 무사할 거야” 라고 이번에는 여자가 명령한다. “필요한 게 뭐야?” “오늘, 매월 주는 돈을 가지고 왔지?” 여자가 물었다. “역시 돈이 필요한 거네” “테이블 위에 올려놔” 나가사와는 가죽지갑에 넣어온 5백만 엔 돈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섹스상대 여자에게 월 5백만 엔이나 주는 거네” 남자가 비아냥거린다. “내 돈이야. 상관없잖아” “벼락부자 답네, 좋은 사람이구먼” 라며 남자가 조소를 머금는다. “돈 가지고 얼른 나가!” “나가기 전에 묶어놓고” 남자가 대답하며 나가사와 뒤편에서 접착테이프를 꺼내 들었다. 나가사와가 저항하려 하자 남자가 주먹으로 나가사와의 안면을 공격했다. 강렬한 한방의 주먹으로 머리가 핑 돌아 저항할 힘을 잃어버렸다. 남자가 나가사와의 양손을 접착테이프로 묶고, 침실 옆에 있는 크로젯트에 던져 넣는다. 그곳에는 잇시키 유키가 양 손발을 접착테이프로 묶여 있고, 입에도 접착테이프가 붙여진 채로 쓸어져 있었다. 그 후 1시간 가까이 걸려 나가사와는 겨우 발에 붙은 접착테이프를 벗기고, 응접실까지 가서 뒤로 묶인 손으로 관리실로 연결된 비상벨을 눌렀다. 관리인이 뛰어올라와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