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 하는 이유/안순희
1년을 순간처럼 지나치고 12월에 이르러서야 지난 일을 돌아본다. 연초에는 겨울부터 시작된 관절 통증으로 의욕이 많이 떨어져 아무 계획도 없이 세월만 보내다가 아들이 부추겨서 억지로 병원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의원을 다니다가 효과가 없어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하니 퇴행성관절염이 많이 진행 되었다며 연골주사를 맞아 보라고 했다. 1주일에 한 번씩 내 차례 치료 받았는데 약이 안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지 더 많이 붓고 아프기만 했다. 춥기도 하고 아프니 움츠려 들어 겨울 석 달과 정 이월까지 다섯 달을 방안에서만 보냈다. 큰 무력감에 빠진 나날이었지만 처음으로 일 걱정에서 놓여난 홀가분함을 즐기는 듯, 묘한 감정들의 충돌을 겪었다.
김장부터 메주 만들어 장 담그는 일까지 몽땅 안 해도 큰일은 나지 않았지만 점점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다. 언 땅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동면에서 깨어난 듯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벽을 짚으며 일어나 마당으로 나오고 느리지만 낮은 언덕도 오르다 보니 차츰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농사 일 핑계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제활 수단이 되었다. 평생 썼으니 고장 나는 건 당연하고 순리라는 생각에 치료를 소홀히 한 것이 후회 되었다. 관절 아파서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미련하게 버티다가 세월만 낭비한 어리석음에 쓴웃음이 났다. 아직 못 다한 일이 많은데 너무 오래 멈춰버린 생각을 다시 풀어 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틀린 곳 없어질 때까지 배우겠다던 나와의 약속을 못 지킨 일이 제일 큰 아쉬움이다. 한 학기에 겨우 한두 편의 다음어지지 않은 글을 올려놓고 스스로 민망해서 회피했던 1년이 세삼 아깝고 부끄럽다. 그래도 아름다운 문우님들의 글을 풀어 주시는 교수님의 강의를 녹음으로 들으며 위로받고 여러 선생님의 출판 소식에는 내일처럼 기뻤다. 또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분발심에 힘을 얻었다. 별 특별할 것 없는 내 소소한 일상들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어 열정이 차츰 식어갈 무렵 옛날에 썼던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잊었던 그 시절의 나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고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운 추억이었다. 내 마지막 꿈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다시 꿈꿀 수 있는 내가 고맙다. 훗날 내 자식들이 나를 기억할 흔적을 남기리라. 숫눈위에 찍힌 간결한 발자국 같은...
종강 모임이 산 너머 강진에서 있다는데 참석할 수 없어서 아쉽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뿌리 길은 오르는 데 무리이기도 하지만 하필 우리 집 가족 행사랑 겹쳐서 하고 많은 날 중에 하루 쓸 날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래도 다음을 기약한다. 겨울 동안 치료해서 내년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임에도 참석하며 씩씩하게 살고 싶다. 초보 농부인 아들에게 길잡이 노릇도 해야 되고 태어날 손주도 돌봐야하고, 가치 있는 역할이 꽤 많이 남아있어 살아야하는 이유가 제법 알차다.
이번 행사 끝나면 거두어 놓은 콩으로 메주도 만들어 지난해에 못 한 많큼 간장도 담가야겠다. 어쩌면 전망 있는 사업이 될 수도 있어서 아들에게 전수 해 줄 생각이다. 많은 직업 중에 가장 힘든 농사를 택해서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엄마 때문이란 탓은 하지 않고 조금씩 자리잡아가는 아들이 고맙고 또 가치 있는 일 이라는 확신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마음을 다진다. 너무 예쁘고 착한 며느리가 들어와서 집안에 화사한 생기가 돌아 참 행복하다.
첫댓글 그래도 몸 아끼세요. 우리네 어머니가 다들 희생만 하다 말년에 아파 고생하시는데 아픈 사람만 서러워요.
안그래도 모임에 오시길 바라며 연락 드리려고 했는데, 안타깝네요. 작가님의 좋은 글 계속 읽고 싶습니다.
선생님, 건강 회복하셔요.
저도 된장 간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내년 건강한 모습으로 뵈었으면 합니다.
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종강 모임에 못 가서 아쉽습니다. 글쓰기 수업에 성실하지 못한 점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으시니, 대단하십니다.
종강 모임에 참석하길 바랐는데 아쉬워요. 건강히 지내시다 내년에 또 봬요.
아름다운 문우님들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개으름 안 피우고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선생님 오랜만에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더 건강해지셔서 착하고 예쁜 며느님과 행복하게 지내는 따뜻한 이야기 많이 들려 주세요.
관절때문에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나이들면 병만 처진다고 하더니만 그럴 수 밖에 없나 봅니다.치료 잘 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글을 엄청 좋아하고 기다리는 팬입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많이 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문우님들 참 고맙습니다.
빨리 건강 회복하셔서 다시 글쓰기 함께 하시게요. 저도 올해 많이 빠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