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산행은 수도 울란바트로 인근의 복드칸산(Богдхан уул) 탐방이다. 이 산은 몽골인들이 신성한산이라 여겨서 예전에는 여성들은 출입이 금지되었던 산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즈음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산행코스로 자리매김해 간다고 한다.
푸른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산 초입 평원에서 115명의 총동창산악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했다.
“천하부고여 영원하라!”
드론이 한 바탕 우리를 훑고 지나간다.
그 조그만 날개를 펼쳤을 뿐인데 몽골 6월의 땡볕 아래 시원한 바람을 쏘아준다.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커다한 함박미소를 보내는 부고인들은 어느새 순연한 몽고인이 되어간다.
산행 코스는 체체궁봉(Четегун оргил)정상까지 6~7시간 소요예정이다.
• 입산코스 - 만취르사원 - 체체궁봉 - 원점 회귀
우리 22회 5명은 입산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정상팀 3명, 중간팀 2명으로 나뉘어 걷는다.
유월의 땡볕 아래 해발고도 2,220m 산을 오르는 쉽지 않은 코스이다. 3일 전에 미리 현지에 도착한 사전 계획한대로 먼저 걸어본 선발대원들이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를 토대로 산행자신의 체력에 맞게 3레벨중에서 선택해 오르도록 진행된다. 작은 사고라도 하나 없이 즐거운 산행이 되도록 애쓴 선후배들의 열정과 동문사랑이 빚어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85세부터 48세 까지 동문 선후배가 함께하는 산행이므로 임원진 35회 후배들이 세 팀으로 나뉘어 이끌었다. 선두팀, 중간팀, 후미팀장을 맡아 참여 동문들의 체력 안배에 따르는 산행을 인도했다.
우리 동기 3명은 정상 체체궁봉 까지 선두팀에서 산행했다.
산 초입에 나무 한 그루 없이 돌무더기길을 올라야했지만, 숲 속으로 들어서서는 잣나무, 전나무, 야생화 군락을 지나며 그늘 속 멋진 숲길 행진을 이어간다. 우리나라처럼 산행 안내 리본이나 표시는 잘 없어서 가이드와 선발대에 의존해 가는 형편이다. 나무에 페인트로 숫자를 적었다고 하지만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자연 속에서 걷기가 주는 묘미를 곱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걸어오른다.
큰 바위 얼굴, 숲속 비박터 등을 지나며 서서히 세 팀의 간격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큰 바위 얼굴, 비박터에서 다리도 쉬게 해주며 청정 숲속 공기를 마음껏 흡입한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은 발걸음은 해발고도 1,840m에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가며 2,220m 체체궁봉 정상에 이른다.
참으로 놀랄만한 일은 최고령 85세 이종구선배가 선두팀으로 제일 먼저 체체궁봉에 올라서서 후배들을 맞이한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선배 나이에 2,000m가 넘는 산을 맨 앞장에 서서 오를 수 있을까.’
평소에 자신의 체력을 키우는데 게을리하지 않고 굳건한 의지력 또한 대단한 최고 선배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절로 인다.
체체궁봉 정상에 올라서 발 아래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대초원 풍광을 내려다본다. 암릉지대로 탁 트인 평원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의 기괴암석으로 둘러쌓인 곳에는 하늘을 우러르는 제사의식이 행해진 토속신앙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비, 바람, 구름, 우레를 맡은 신에게 제사 지내던 성황단의 모습과 비슷하다.
일요일이어 인지 몽골인들도 가족 단위로 많이 올라오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사진으로 담아내기에도 역부족이어서 눈으로 가슴으로 가득 담았다. 인위적인 손질이 거의 없는 청정지역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그저 말없이 느껴볼 뿐이다.
“주 하느님 지으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보네~~.”
다행히 진행팀의 드론 촬영으로 인해 1778년 세계자연유산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복드카산 대초원의경관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걸으며 자연과의 내밀한 만남을 통해 자연의 숭고함, 위대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진행팀에서 준비한 도시락 점심을 먹는다. 도시락도 긴 시간 함께 올라오느라 힘들었는지 잔뜩 구겨진 뚜겅을 열자마자 그 높은 정상에서 똥파리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한 손으로 파리를 쫒아내며 겨우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불고기, 잡채 등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인다.
하산 길은 너무나 가파른 돌길 흙길인데가 긴 시간 내려와야해서 무릎이 아우성을 쳐대었다. 아파오는 무릎을 달래가며 지그재그로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산행을 즐기기 위한 모두의 노력에 산악회 회원의 일원인 것이 자랑스럽다. 이런 사전 계획과 실행이 있어 누구 하나 사고 없이 모두가 몽골 자연의 풍미를 만끽한 트레킹이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하산 후 우리 22회 동기가 산행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모두가 한 번 씩 하산 길에서 길을 잃어 헤매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몽골인들이 신성시 하는 산이고, 등산 인구가 많지 않아서 그랬으리라 여겨보지만, 선발대가 미리 걸어보았기에 길을 잃을 뻔한 곳에 임원진들이 좀더 촘촘히 서서 안내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깊숙한 숲속 길에 이곳이 그곳 같고 그곳이 이곳 같은 길에서 헤메며 마음 졸였던 일들에 깊이 공감이 되어 서로의 마음을 꼭 안아주었다.
그러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초원지대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산행을 마칠 수 있음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인다.
17회 이성환 선배가 손으로 그려 올려준 그림이 몽골 유목민의 삶을 몸으로 느껴본 우리 부고인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신 듯하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몸이 몹시 피곤하다고 아우성을 낸다. 내일 야생화 천국의 아름다운 산, 엉거츠 산행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