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란 화강석의 한쪽면을 다듬은 뒤 오른쪽으로 치우쳐 크고 작은 3개의 원들이 서로 붙어 새겨져 있다. 맨 오른쪽 원의 내부에는 4~5개의 잎이 달린 나무를 한 마리의 사자가 감싸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가운데 원에는 가장자리에 구슬무늬띠(連珠文帶)를 돌리고 그 안에 나무 한 그루를 새기고 두 마리의 공작으로 보이는 새들이 좌우대칭으로 새겨져 있는데 마치 먹이를 쪼아 먹는 듯하다. 왼쪽의 것은 미완성으로 안에 아무 것도 새겨져 있지 않다.
이것이 무엇에 쓰엿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좌우대칭의 새를 무늬로 삼은 것은 서역문화의 영향이라 생각되며 제작연대는 8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2005. 10. 16>
아비틴과 프라랑 공주가 조국 복국을 위해 페르시아만으로 돌아갈 때, 바실라 왕은 항해술에 능통한 신라 선원들과 대규모 함선을 붙여주어 먼 바다를 안전하게 건너도록 지원한다.
왕실 내에서 천체 관측, 정교한 게임(격구/폴로, 사냥), 학술적·인문학적 대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지적 수준 높은 사회로 서술된다.
아랍의 탄압을 피해 동쪽 끝까지 도망쳐 온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유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그들의 신분과 문화를 존중해 주는 품격 있는 국왕과 귀족들이 등장한다.
신라 왕 타이후르는 아비틴을 객으로 우대하며 함께 사냥과 격구를 즐기고, 결국 자신의 딸 프라랑 공주를 그와 결혼시킨다. 그 결과 태어난 신라계 혼혈 영웅 '파리둔'이 먼 훗날 페르시아를 구원한다는 설정은, 서사시 내에서 바실라가 페르시아 민족의 구원자이자 혈맹으로서 가지는 최고의 위상을 보여준다.
《쿠쉬나메》 속 바실라는 단순한 신화적 환상의 공간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 건축, 화려한 궁전 문화, 강력한 군사력과 항해 기술, 그리고 품격 있는 왕실과 외교적 포용력"을 겸비한 동방의 대문명국으로 정성스럽게 기록되어 있다.
《쿠쉬나메》가 묘사한 바실라(신라)의 기록은 실제 신라의 수도 서라벌(경주) 유물·유적에서 여러가지로 확인되고 있다.
쿠쉬나메에서 바실라는 길거리의 개 목줄이나 가축 사슬까지 금으로 만들 만큼 금과 보석이 풍부한 나라로 서술된다.
신라 금관(천마총, 금관총, 서봉총 등), 금제 관식, 금제 이식(귀걸이), 금제 허리띠 등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정교하고 다량으로 출토된 황금 유물들과 정확히 상응한다. 당시 서아시아 상인 및 이주민들에게 신라가 '황금의 나라'로 각인된 배경을 실물로 증명하고 있다.
쿠쉬나메에서 수석과 화초로 정교하게 장식된 궁궐 정원, 물길이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조경 시설이 서술된다.
서라벌 유물·유적: 신라 왕궁의 별궁인 월지(안압지)의 인공 연못과 정원 유적, 그리고 포석정의 유상곡수(流上曲水) 시설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특히 월지 출토 '사자·공작 무늬 돌(입수쌍조문 석재)'은 페르시아풍 도상이 실제 신라 궁궐 조경석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물증이다.
쿠쉬나메 기록에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유민들이 신라로 와서 왕실의 환대를 받고 함께 사냥과 격구를 즐기며 거주했다.
괘릉(원성왕릉) 및 흥덕왕릉 무인석의 우뚝 선 코, 깊은 눈, 쾌활한 인상의 서역인(서아시아인) 모습을 한 석상이 왕릉을 수호하고 있다.
용강동 유적 및 황성동 유적에서 턱수염을 기르고 서역식 모자와 옷을 입은 서역인 모습의 토용들이 발굴되었다. 이는 서아시아인이 신라 조정 및 서라벌에 실제로 거주했음을 뒷받침한다.
쿠쉬나메 기록에 아비틴과 신라 왕이 궁정에서 격구(폴로, Polo)와 사냥을 함께 즐기며 우애를 다진다.
페르시아에서 기원한 격구(擊球)는 신라 왕실과 귀족층에서 크게 유행했던 스포츠였다. 황남대총, 금령총 등에서 출토된 정교한 마구류(말다래, 자개 장식 말편자 등)와 격구 관련 유물·기록은 페르시아와 신라 왕실 간의 상류 승마 문화가 공유되었음을 나타낸다.
신라가 먼 바다와 육로를 통해 동서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서아시아의 문화와 재화를 적극 수용했다.
천마총, 황남대총, 금령총 등에서 출토된 화려한 로만 글래스 및 페르시아 양식의 유리잔, 중앙아시아·서아시아 양식의 장식 보검으로, 신라 귀족층이 사용한 대표적 서역 유물인 계림로 보검, 연주문, 입수쌍조문, 사자문 등 사산조 페르시아계 도상이 새겨진 기와, 금속기, 석조물등이 이를 증명한다.
《쿠쉬나메》 속 바실라의 묘사는 픽션이 아니라 통일신라 서라벌의 실제 황금 문화, 궁궐 조경(월지), 서역인 거주(무인석·토용), 왕실 격구 문화, 서아시아 유물(글래스·보검·석재)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궤를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