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천성항
지난 주중부터 근무지에서는 정기고사가 진행 중인 시월 중순 셋째 일요일이다. 주말에 창원으로 일시 복귀해 다시 거제로 향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 교육단지를 두르는 산책을 다녀왔다. 주말이면 나와 동선을 같이하는 카풀 지기는 조기 축구 회원들과 건강을 다지는 시간을 보냈다. 점심 식후 거제로 건너가기 위해 같은 아파트단지 이웃 동으로 가서 지기를 만났다.
카풀 지기는 초등학교 동기 친구가 사는 아파트와 같은 동에 살아 셋은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초등 동기는 아파트 뜰에 가꾸는 꽃을 살피고 있었다. 가을이 이슥하도록 불꽃같은 꽃송이를 밀어 올린 맨드라미가 눈길을 끌었다. 한 해를 마지막으로 장식할 국화는 꽃망울을 달고 대기하고 있었다. 둘은 꽃밭을 돌보는 초등 친구와 작별하고 시내를 벗어나 안민터널을 통과해 진해로 향했다.
지난봄 웅산 밑으로 뚫린 우회 국도 2호선 진해터널을 빠져나가 마천과 용원터널을 연이어 지났다. 진해터널은 현재 우리나라 국도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다. 진해터널보다 긴 터널은 보령에서 안면도로 해저로 뚫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라 곧 개통을 앞두었단다. 어디에서나 터널을 통과할 때면 대부분 통행료를 내게 되는데 진해터널은 민자 건설이 아닌 국도이기에 통행료 부담이 없다.
내부가 특이하게 굽어 휘어진 용원터널을 지나면 곧장 녹산공단과 인접한 부산 신항만이다. 가덕도로 건너는 눌차대교로 올라 가덕터널을 지나면 거가대교 요금소를 앞둔 나들목이 나왔다. 가덕도 천성과 대항으로 드나드는 진출입로였다. 주말이면 거가대교를 오가면서 매번 바라보인 어항이 천성이다, 대항은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지로 거가대교 전망대 서쪽이라 시야에서 가려졌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인 천성항은 근래 주말이면 외지인들이 많이 몰려와 주차된 차량이 넘쳐날 정도였다. 포구 바깥 방파제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빼곡했더랬다. 운전대를 잡은 지기에게 거가대교를 건너기 전 천선항으로 한번 가보자고 제안했더니 지기도 흔쾌히 동의했다. 나는 신항만과 거가대교가 건설되기 전에 용원에서 뱃길로 천성에 내려 연대봉을 등정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었다. 부산진해 신항만이 들어서기 전 해저의 진흙을 퍼 올리던 시기였다. 그때 용원 포구에서 뱃길로 천성에 닿아 연대봉을 등정하고 대항으로 내려갔다. 천성보다 더 서남쪽인 대항은 신공항 건설 예정지다. 산봉우리를 깎아 메워질 바다가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지 싶다. 그 이후에도 용원에서 도선을 타고 선창에 내려 성북을 거쳐 연대봉을 찾기도 했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비가 허황옥이다. 인도에서 머나먼 뱃길로 왔던 허황옥의 종착지가 가덕도와 인근 용원이다. 용원 앞바다는 세월이 흘러 신항만을 건설하여 거대한 크레인이 우뚝하고 컨테이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허황옥 일행이 탔던 배가 닻을 내린 망산도는 좁은 물길만 남겨 놓고 대부분이 매립되어 바다였음을 실감할 수 없다. 이제 신항만에 이어 신공항으로 들썩인다.
지기가 몰아간 차는 천성마을로 내려섰다. 예전 초등학교는 폐교되어 묵혀 있었다. 한산했던 포구는 낚시꾼들이 몰아온 차들로 갓길까지 넘쳐났다. 포구 바깥은 높다란 방파제를 쌓아 낚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가족으로 짐작되는 분들이 팔뚝보다 더 큰 숭어를 낚아 올려 탄성을 질렀다. 먼저 낚은 숭어는 즉석에서 회를 떠 놓고 우리 보고 드십사고 권해 한 점을 집어 먹었다.
가덕도 천성항 방파제는 복층 구조라 낚시꾼들이 취향 따라 이용했다. 1층은 내항을 바라보고, 2층은 외항에다 낚싯줄을 드리웠다. 낚시터가 남성들만의 여가 활용이 아니고 여성과 꼬마도 더러 보였다. 포구 바깥의 방파제에 서니 거가대교 연륙 구간과 진해만이 아득했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낚시터를 둘러보고 거가대교를 건너왔다. 일요일 밤을 넘겨 새로운 한 주를 맞이했다. 2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