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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신대륙을 개척하고 날계란을 탁자
위에 세울 정도로 모험심과 재치가 뛰어났다.
하지만 산술은 좀 어두웠던 모양이다.
대서양을 횡단해 서쪽으로 물살을 가르면
인도에 닿으려니 여긴 것까지는 옳았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거리를 너무 가깝게
그려 놓은 프랑스 지도를 들고 닻을 올린 게
실수. 더 큰 잘못은 셈까지 틀린 것이었다.
5280피트인 1마일을 로마식 계산법에 따라
4000피트로 오산한 것. 지구의 적도 둘레를
실제 2만4600마일보다 5000마일 이상 짧게
보는 바람에 아메리카 해안에 배를 대고 인도
에 왔다고 환호했다. 이는 과장기 섞인 야사 모음집 『불량지식의 창고』(멘탈 플로
스)에 등장하는 일화다. 요즘 미터법 도량형을 밀어붙이는 정부 당국자들한테는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일 것 같다.
그러잖아도 평·근·돈 같은 종래의 단위가 일상생활에 초래하는 불편과 비능률을
강조하느라 표준 당국은 여념이 없다. 금의 단위를 돈쭝으로 하는 데서 오는 거래
주체의 손실이 연간 32억원에 달한다는 식이다.
반 돈은 1.875g인데 이를 귀금속 가게에서 사고팔 때 소수점 이하 셋째 자리까지
재는 저울이 필요하다. 그런 저울이 없는 점포는 15%로 추정된다.
이런 점포에서 금 반 돈을 사고팔면 0.005g은 가게 주인이든 손님이든 손해 볼 수밖
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접경 지역에서 자동차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도 도량형 때문이란다.
제한속도가 마일로 표시돼 있는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자가 ㎞(1마일=1.6㎞)를
쓰는 캐나다 도로에 접어들면 무심코 과속하기 쉽다는 것이다.
새 도량형 시행 후 열흘이 지났지만 그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게 보일 때다.
도량형은 말 그대로 자로 재고(度), 되로 가늠하며(量), 저울로 달아본다(衡)는 뜻
이다. 인류가 유무상통하면서 공생하는 기본 잣대다.
역사적으로 바뀔 때마다 진통을 수반했지만 국경 없는 세계화 시대의 방향은 세계
표준이다. 다만 동양의 척관법(尺貫法)이나 서양의 야드·파운드법은 인체와 관련이
깊은 ‘휴먼 척도’라 쉽사리 떨쳐내기 힘든 면이 있다.
한 척은 손 한 뼘 길이, 1피트는 발의 길이에서 유래했다. 지구 둘레나 물의 무게를
기준으로 만든 미터나 그램 같은 ‘차가운’ 단위에 정감이 잘 가지 않는 연유다.
그래서 도량형 정비는 해 나가되 ‘홀아비는 이가 서 말, 과부는 은이 서 말’ 같은 감칠
맛 나는 표현을 쓴다고 과태료 50만원을 물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출처:중앙일보 글.홍승일 경제부문 부장
[이덕일 사랑] 도량형(度量衡) 통일
중국에서 度量衡(도량형)을 처음으로 통일한 제왕은 진시황이지만 이를 처음 만든
인물은 예수이다.
‘사기(史記)’ 역서(曆書) 주석은 “예수가 산수를 만들었다”고 전하고, ‘후한서’ 율력
(律曆)조는 “예수는 황제(黃帝)의 신하이다”라고 전하는데, 漢族(한족)의 시조인
황제가 동이족의 시조인 치우(蚩尤)와 싸울 때 이미 도량형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문란해진 도량형을 진시황이 통일한 것은 제국을 단일한
가치와 기준으로 다스리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것이 역대 군주들이 도량형 통일에
나선 주요 동력이었다.
‘만기요람’ 재용(財用) 편은 세종이 동(銅)으로 만든 척(尺)을 군읍(郡邑)에 나누어
사용케 함으로써 도량형을 통일시켰다고 전한다.
그 후 도량형이 혼란스러워졌는데 영조 26년(1750) 삼척(三陟)에서 세종 때 만든
포백척(布帛尺)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다시 자를 만들어 중외(中外)에 반포했다.
그러나 이덕무(李德懋)가 ‘청장관전서’ 월령(月令)조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도수
(度數)가 모두 엉망이어서 척도(尺度)·양형(量衡)이 집집마다 다르고 저자마다
다르다”고 비판한 것처럼 도량형 통일은 쉽지 않았다.
도량형 통일이 민간에게 필요한 이유는 사기 행위 방지 때문이다.
‘연려실기술’ 주척(周尺)조에서 “법도(法度)가 한결같아야 민심도 하나가 되어 사기
행위(詐僞)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법도를 한결같이 하는 길은 율(律·형벌)과 도량
형(度量衡)을 동일하게 하는 길밖에 없다”라고 적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같은 책은 또 “온 나라 안이 그 제도에 털끝만한 차이도 없게 하여 비록 어린이를
시장에 보내더라도 속이고 협잡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국이 坪(평), 斤(근) 등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 단속에 나서면서 ‘형’ 등으로 병행
표기하는 것까지 강하게 제재한다는 소식이다. 제국을 동일한 가치와 기준으로 다스
리려는 제왕의 의지 때문도, 사기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 방지를 위한 것도 아닌
것 같기에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조선일보 글.이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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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