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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도시를 떠난 까닭은?
그들이 도시를 떠난 까닭은? 아파트 재건축 규제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서울 강남권 아파트들이 재산세 중과세 방침 등 새로운 부동산 대책으로 또다시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로 일부 아파트 단지는 수천만원씩 떨어진 데 이어, 새로운 투기억제책을 준비 중이라는 당국자의 말에 아파트 거래가 끊어지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시장은 가격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시장이 투기장화하면서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자연 속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전원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는 유명인들이 말하는 전원주택 생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전원주택 유망지, 전원주택 투자법 등을 알아본다. 한이헌(59)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현재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대부산 중턱 계곡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그의 집터는 계곡으로 둘러싸여 물소리가 집 전체를 감싸는 절경이었다. 2000년 9월 입주한 후 4년째 이곳에서 살고있는 한씨는 “150m 지하 암반수를 그냥 생수로 마시고 자연 속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니까 건강이 무척 좋아졌다”며 전원생활 예찬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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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인근의 카페를 찾았다가 경치가 하도 좋기에 주인을 졸라 대지 300평을 사들이고 국유지 500평을 임대했다”며 “원래는 풀과 나무가 우거진 으스스한 야산이었는데, 소형 굴착기를 빌려 직접 정지(整地)작업을 하고 바위를 옮겨가며 정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개 3억∼4억원 정도면 이 규모의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집의 경우 좀더 비싸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이 집을 다녀간 이들만 해도 줄잡아 300명은 넘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5번씩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한씨 부부가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 무려 20여 군데나 전원주택이 지어졌다.
“불편한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씨는 “처음에는 수퍼가 멀어 아내가 많이 불편해했는데, 요즘에는 수퍼에서 배달도 해주고 차 타면 5분 거리에 세탁소, 체육관, 목욕탕 등이 있어서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2007년이면 이곳에 전철역이 들어와 서울까지 출퇴근이 쉬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구리시 인창동에 돼지갈비집 ‘마포나루’를 냈던 아내 이정옥(56)씨는 “집 근처에 몸에 좋은 산뽕나무가 많은데, 그걸 넣어 집에서 직접 냉면육수를 끓인다”며 “손님들 반응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한이헌씨는 “도시와 너무 떨어져 은둔의 삶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울과 1∼2시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사회활동을 원만히 할 수 있는 곳이 전원생활 하기에 좋다”고 밝혔다.
교통체증, 나쁜 공기, 자연을 접할 수 없는 아파트 생활에 질린 도시민들의 ‘도시탈출’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원주택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50∼60대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30∼40대의 젊은 층으로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전원주택 전문업체 ‘드림사이트코리아’에서 지난해 9월 남양주 ‘포레스트 힐’ 평내지구 분양 결과 20대 8%, 30대 38%, 40대 31%, 50대 9%, 60대 6%, 70대 2%, 80대 1%로, 30∼40대 69%나 차지했다. ‘드림사이트코리아’의 김영태 차장은 “예전에는 20가구 미만의 나홀로 전원주택(개별형)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100가구 규모의 단지형 전원주택이 늘고 있다”며 “업자가 일괄적으로 토지를 구매, 토목공사를 한 뒤 땅과 주택을 묶어 패키지로 분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형의 경우 개별형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도로와 전기, 가스, 방범 비용 등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수퍼나 클럽하우스 등의 생활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 차장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만 186개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배우 정선경(32)씨도 현재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의 단지형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1998년부터 전원주택에서 살았으니 햇수로 6년째다. 정선경 씨가 전원생활을 택한 이유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정씨는 “어머니는 심고 가꾸는 것을 즐기는 분이라서 지금도 가지, 파, 상추, 호박, 고추 같은 것을 잔뜩 심어놓고 하루 종일 밖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현재 언니네 식구와 함께 살고 있는 전원주택은 대지 200평, 건평 46평, 연면적 63평 2층 목구조 주택이다. 대지 구입비가 평당 135만 원, 집 짓는 데는 2억6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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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형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구가 모여 사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이웃끼리 도움 받으며 오순도순 사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집 지을 때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모든 일이 해결되는 점도 편리했고요.” 스트레스가 많은 연예인이지만 집에 들어오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지친 몸과 마음이 싹 풀리고 단지 길목 입구에 들어선 순간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10분 거리에 있는 분당의 편의시설을 이용하므로 사는 데 불편함은 못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해서도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며 “이제 아파트에서 다신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탤런트 백일섭(58)씨 또한 단지형 전원주택에서 3년째 살고 있다. 백씨의 경우 전문업체에서 개발한 단지형 전원주택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된 경우다. 경기 광주시 오포면 능평리에 위치해 있는데, 해발 313m의 불곡산 산줄기가 첩첩이 백씨 집을 둘러싸고 있다.
200평의 대지에 건평 60평의 스틸하우스로 평당 약 383만원의 건축비와 대지 구입비 평당 80만원 등으로 총 4억5000만원이 들었다. 백씨는 “전원주택 짓는 데 돈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파트 판 돈으로 집 지으면서 약간 남았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백씨처럼 광주나 용인의 고급전원주택은 4억원 안팎이고, 실속형 전원주택은 2억원 정도 선에서 지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는 목조주택이 왠지 답답하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스틸하우스로 집을 지었다. 도곡동에 있는 포항제철 스틸하우스 모델홈에 구경갔다가 스틸하우스가 튼튼하고 마감도 깔끔해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백씨의 경우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기본 조경이 마음에 안 들어서 조경 공사를 다시 해 비용이 더 들기도 했다는 것. 백씨는 “경치에만 마음을 뺏기다보니까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 경사도가 심한 것을 고려 못해서 첫해 겨울에 고생 좀 했다”고도 했다.
“한번은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났는데 차디찬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어요. 도시에서는 손쉽게 애프터서비스나 수리를 받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 뭐가 고장나면 비싼 품을 주고 외지에서 기술자를 불러와야 해요.” 그러나 백씨는 “잔디 깎고 나무 심고, 좋아하는 골프며 낚시도 맘껏 즐기는 이 생활을 몇 가지 불편한 점 때문에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백씨의 경우 전원주택으로 재테크도 성공했다. 1999년에 80만원에 땅을 샀는데, 주변이 계속 개발되어 현재 평당 130만∼160만원까지 땅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의 경우 서울 진입부의 교통체증을 감안해 출퇴근 시간이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거리가 좋다고 한다. 직장이 광화문 근처일 때는 파주ㆍ김포ㆍ강화 등이 좋고, 강동ㆍ성동 지역일 때는 광주나 양평, 강남ㆍ서초 지역에서는 용인ㆍ광주ㆍ화성이 좋으며, 서울 북부권일 경우 포천ㆍ남양주 등이 좋다고 한다.
주말용 전원주택도 많아 이해경(73) 서울대 항공공학과 명예교수는 경기도 파주의 전원주택에서 6년째 살고 있다.
대지면적 250평의 이 교수 집은 경기도 파주시 산남리 심학산 산자락 박사골이라는 마을. 1990년 초 조성된 단지형 전원주택지를 구입해 집을 지었다. 연면적 60평(1층 40평, 2층 20평)에 건축비용은 350만원, 대지 구입비용으로 평당 70만원이 들었다. 총 2억5000만원 정도가 든 것이다. 이 교수는 “집앞에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가지ㆍ오이 등을 심고 과실수도 기르며 사는 재미가 아주 좋다”며 “곁가지를 좀 쳐주면서 본래 가진 재능을 스스로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게 과수 치는 일이나 가르치는 일이나 비슷하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아진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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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 단지가 S주택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해 분양하다보니 집을 지어놓고도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수 없었다. 겨우 문제는 해결됐지만 큰 고생을 했다”며 “공신력있는 업체가 개발하는 큰 단지를 분양받아야 한다”고 전원생활을 하려는 이들에게 충고했다. 김영사의 박은주(46) 사장 또한 15년째 경기 용인시 구성면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 위해 그곳을 찾아들어간 케이스다. 박씨는 “출퇴근 문제 때문에 새벽 6시15분에 나오고 밤늦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마음이 편안하니까 삶에 활력이 생긴다”며 “주말에는 밭에 잡초도 뽑고 김을 매기도 한다”고 밝혔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용 전원주택 또한 뜨고 있는 것도 트렌드다. 명사 중에는 주말에만 전원주택에 사는 케이스가 많다. 국민은행의 김정태(56) 행장은 17년째 주말이면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에서 농사를 짓는다. 700여평의 농장에 배추, 열무, 고구마 등을 기르고, 6000여평의 산에 밤나무를 키우고 있다. 커리어 컨설팅그룹 ‘You&Partners’ 대표이사 겸 헤드헌터 유순신(46)씨 또한 용인시 양지면 푸르메마을에 주말주택에서 산 지 6개월이 되었다. 유씨는 “하루 12시간씩 일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즘같은 세상에 주중에 전원주택으로 가기에는 시간적인 낭비가 심하다”며 “월∼금까지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토ㆍ일요일 이틀 동안 조용한 자연 속에서 푹 쉬다오면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 근교가 아니라 아예 시골으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문화예술 관련 인사이거나 은퇴한 CEO 등이 많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있는 연암축산원예대학에서 버섯 재배로 소일하고 있다. 소설가 한승원씨는 전남 장흥에 내려가 글을 쓰고 있고, 윤대녕씨는 올 여름 가족들을 데리고 아예 제주도로 내려갔다. 황대석(65) 전 삼익건설 부사장 또한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에 ‘자한제(自閑齊)’라는 통나무집(1층 58평, 2층 30평)을 짓고 살고 있다. 30년 동안의 대기업 생활을 청산하고 이 곳에 들어와 하우스에 야생화를 키우고 지낸다.
황씨가 이 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건강. 식사량은 늘었는데 몸은 가벼워졌다고 한다. “텃밭에서 거름 주고 기른 채소, 산에서 직접 캐온 산채, 송이버섯 등을 따먹으니 몸에서 기름기가 쪽 빠져나간 것 같다”고 한다. 황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하우스에서 종일 일한다. 1000평 밭에 100평짜리 비닐하우스 3동을 짓고 야생화를 육종하고 있다. 그 종류만도 400여종이다. 황씨는 “처음 내려왔을 때 아내는 한 달 내내 전화통만 붙들고 있을 정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텃밭 가꾸는 데 취미를 붙여 잘 지낸다”며 “주변에 지인들이 많이 내려와 함께 전원생활을 하니 외로움은 없다”고 말했다. 황씨는 “여기에 통나무집을 짓고 농사지으며 사는 맛, 참 괜찮아요. 용기를 가지고 내려오세요”라고 적극 권유했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 주연욱 자유기고가 |
첫댓글 좋은 정보 너무 감사합니다.
계획한게 있어서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