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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상은(父子相隱)
아버지와 자식은 서로 숨겨준다는 뜻으로, 천리(天理)와 인정의 지극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父 : 아비 부(父/0)
子 : 아들 자(子/0)
相 : 서로 상(目/4)
隱 : 숨길 은(阝/14)
출전 : 논어(論語) 자로(子路) 第十三
이 성어는 논어(論語) 자로(子路)에서 공자(孔子)가 초(楚)나라의 섭공(葉公)에게 한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고을에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들추어냈습니다.”
葉公語孔子曰 :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공자가 말했다. “우리 고을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기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기니, 정직은 그 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孔子曰 :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為子隱, 子為父隱, 直在其中矣.
(論語/子路第十三)
隱이란 숨긴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때로 엄폐(掩蔽)나 엄호(掩護)의 쓰임새를 많이 보인다. 父子相隱은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간에 숨겨주고 말하지 않는 은이불언(隱而不言)의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섭공(葉公)이 어느 날 공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우리 마을에 몸가짐이 바른 자가 있으니, 그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것을 고발했습니다(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직궁(直躬)이란 몸가짐을 바르게 하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사람 이름이다.
섭공의 질문에 공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는 父爲子隱 子爲父隱 속에 오히려 정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게 우리 마을의 도리라고 공자는 말했다. 그는 인륜이 땅에 떨어진 당대의 상황 속에서 家族 중심의 정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공자가 볼 때 앞의 것은 자(慈)이고 뒤의 것은 효(孝)다. 장자(莊子) 도척(盜蹠) 편에는 “직궁이 아버지를 고발하고 미생이 물에 빠져 죽은 것은 믿음의 우환이다(直躬證父 尾生溺死 信之患也)”라고 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당무(當務)에서는 “직궁의 믿음은 믿음이 없는 것만 못하다(直躬之信 不若無信)”고 하면서 공자의 견해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공자의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지지를 얻었다.
구당서(舊唐書) 서언백전(徐彦伯傳)에는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은이다(可言而不言者曰隱)”라고 했다. 공자의 뜻을 적극적으로 새긴 것이다.
나아가 주희는 공자의 '은(隱)'을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의 지극함이라고 풀이했다. 이후 적지 않은 오해가 생겼다. 이는 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하는 인정주의(人情主義)에 함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추고 감싸주는 것은 부자간에 그치지 않고 군신 간에도 적용된다. 동당벌이(同黨伐異)란 말이 있듯이 사회 전반에서 잘못을 서로 은폐해 주는 심각한 온정주의도 문제지만,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비정적(非情的)인 인간관계 또한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父(아버지 부/아비 부, 자 보)는 ❶회의문자로 又(우; 손)와 丿(곤; 회초리)의 합자(合字)이다. 丿(곤)은 회초리로 여기서는 일가를 다스리는 지배권을 나타낸다. 자식을 훈계하는 엄한 아버지라는 뜻을 합(合)하여 아버지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父자는 '아버지'나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父자는 얼핏 보기에는 '손'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父자를 보면 본래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다. 父는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무리 내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을 뜻했었다. 그래서 父자는 본래 공동체의 '어른'을 뜻했었지만, 후에 집안의 어른인 '아버지'를 뜻하게 되었다. 父자는 부수로 지정되어는 있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父자가 돌도끼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父자와 斤(도끼 근)자가 결합한 斧(도끼 부)가 만들어진 것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그래서 父(부, 보)는 ①아버지, 아비, 아빠 ②친족의 어른 ③늙으신네 ④관장(官長) ⑤만물을 화육(化育)하는 근본 ⑥창시자(創始者) ⓐ자(甫, 남자에 대한 미칭)(보)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경칭(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총칭(보) ⓓ시작, 개시(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들 자(子), 어머니 모(母)이다. 용례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모(父母), 아버지와 아들을 부자(父子), 아버지와 형을 부형(父兄), 아버지와 그 딸을 부녀(父女), 아버지의 성씨를 부성(父姓), 아버지 쪽의 혈통에 딸린 계통을 부계(父系), 아버지의 죽음을 부기(父忌), 아버지의 가르침을 부교(父敎),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족을 다스리는 아버지의 권리를 부권(父權), 아버지를 부친(父親), 아버지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부도(父道), 한 동네에서 나이가 많은 남자 어른을 부로(父老), 아버지의 명령을 부명(父命), 말소리 가운데 홀소리에 닿아서 나는 소리를 부음(父音), 스승과 아버지로 가르침의 은혜가 높은 스승을 아버지처럼 높이어 일컫는 말을 사부(師父), 건국에 큰 공로를 세워 국민으로부터 아버지처럼 존경을 받는 사람을 국부(國父), 죽은 아버지를 망부(亡父), 늙은 아버지를 노부(老父), 친아버지로 자기를 낳은 아버지를 생부(生父), 농사일을 하는 늙은 아버지를 농부(農父), 엄한 아버지를 엄부(嚴父), 자애로운 아버지를 자부(慈父), 아버지의 형제를 유부(猶父), 할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조부(祖父), 큰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백부(伯父), 둘째 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중부(仲父), 작은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숙부(叔父), 아내의 친정 아버지를 빙부(聘父), 아내의 친아버지를 악부(岳父), 양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양부(養父), 친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실부(實父), 친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을 친부(親父), 돌아가신 아버지를 선부(先父), 아버지의 맏형을 세부(世父), 수양 아버지 또는 의리로 맺은 아버지를 의부(義父), 대대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함을 이르는 말을 부전자전(父傳子傳),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살아 계심을 일컫는 말을 부모구존(父母俱存), 오륜의 하나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도는 친애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부자유친(父子有親),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됨을 이르는 말을 부위자강(父爲子綱),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워야 함을 이르는 말을 부자자효(父慈子孝),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라는 뜻으로 자식은 부모로부터 그 정신과 육체를 물려받았음을 이르는 말을 부정모혈(父精母血), 부모가 남긴 몸이란 뜻으로 자식된 몸을 일컫는 말을 부모유체(父母遺體), 아버지는 낳게 하고 어머니는 낳아 기른다는 뜻으로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길러 주심을 일컫는 말을 부생모육(父生母育) 등에 쓰인다.
▶️ 子(아들 자)는 ❶상형문자로 어린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아들을 뜻한다. 지금의 子(자)라는 글자는 여러 가지 글자가 합쳐져 하나가 된 듯하다. 지지(地支)의 첫째인 子와 지지(地支)의 여섯째인 巳(사)와 자손의 뜻이나 사람의 신분이나 호칭 따위에 쓰인 子가 합침이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첫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子자는 '아들'이나 '자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子자는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양팔과 머리만이 그려져 있다. 고대에는 子자가 '아이'나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중국이 부계사회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남자 아이'를 뜻하게 되었고 후에 '자식'이나 '사람', '당신'과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子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아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子(자)는 (1)아주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어 (2)신문(新聞), 잡지(雜誌) 따위 간행물(刊行物)의 어느 난을 맡은 기자(記者)가 자칭(自稱)할 때 쓰는 말 (3)십이지(十二支)의 첫째 쥐를 상징함 (4)자방(子方) (5)자시(子時) (6)글체에서, 그대의 뜻으로 쓰이는 구투(舊套) (7)글체에서, 아들의 뜻으로 쓰이는 말 (8)민법상에 있어서는 적출자(嫡出子), 서자(庶子), 사생자, 양자(養子)의 통틀어 일컬음 (9)공자(孔子)의 높임말 (10)성도(聖道)를 전하는 사람이나 또는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사람의 높임말, 또는 그 사람들이 자기의 학설을 말한 책 (11)자작(子爵) 등의 뜻으로 ①아들 ②자식(子息) ③첫째 지지(地支) ④남자(男子) ⑤사람 ⑥당신(當身) ⑦경칭(敬稱) ⑧스승 ⑨열매 ⑩이자(利子) ⑪작위(爵位)의 이름 ⑫접미사(接尾辭) ⑬어조사(語助辭) ⑭번식하다 ⑮양자로 삼다 ⑯어리다 ⑰사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자 녀/여(女), 어머니 모(母), 아버지 부(父)이다. 용례로는 아들과 딸의 높임말을 자녀(子女), 며느리 또는 아들의 아내를 자부(子婦), 아들과 사위를 자서(子壻), 아들과 손자 또는 후손을 자손(子孫), 아들과 딸의 총칭을 자식(子息), 남의 아들의 높임말을 자제(子弟), 십이시의 첫째 시를 자시(子時), 밤 12시를 자정(子正), 새끼 고양이를 자묘(子猫), 다른 나라의 법률을 이어받거나 본떠서 만든 법률을 자법(子法), 모선에 딸린 배를 자선(子船), 자손의 여러 대나 자손의 끝까지 또는 대대 손손을 일컫는 말을 자자손손(子子孫孫), 자자손손의 썩 많은 세대를 자손만대(子孫萬代),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뜻으로 부자지간의 천륜을 이르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융통성이 없고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막집중(子莫執中),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모지심(子母之心),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성제인(子誠齊人),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공자천주(孔子穿珠), 묵자가 실을 보고 울었다는 뜻으로 사람은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그 성품이 착해지기도 악해지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며 애석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망자계치(亡子計齒),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워야 함을 이르는 말을 부자자효(父慈子孝) 등에 쓰인다.
▶️ 相(서로 상, 빌 양)은 ❶회의문자로 재목을 고르기 위해 나무(木)를 살펴본다는(目) 뜻이 합(合)하여 나무와 눈이 서로 마주본다는 데서 서로를 뜻한다. 나무에 올라 지세(地勢)를 멀리 넓게 보는 모습, 목표를 가만히 보다, 보고 정하는 일, 또 보는 상대, 상대의 모습 따위의 뜻으로도 쓴다. 지상에서 제일 눈에 잘 띄는 것은 나무이기 때문에 木과 目으로 합(合)하여 쓴다는 설도 있다. ❷회의문자로 相자는 '서로'나 '모양', '가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相자는 木(나무 목)자와 目(눈 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相자는 마치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相자의 본래 의미도 '자세히 보다'나 '관찰하다'였다. 相자는 나에게 필요한 목재인지를 자세히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자세히 보다'를 뜻했었지만, 후에 나무와 눈의 대치 관계에서 착안해 '서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相(상, 양)은 (1)얼굴의 생김새 (2)각 종류(種類)의 모양과 태도(態度) (3)그때그때 나타나는 얼굴의 모양새 (4)옛적 중국(中國)의 악기(樂器)의 한 가지. 흙으로 만들었는데 모양은 작은 북과 같음. 손에 들고 장단(長短)을 맞추어 두드림 (5)물리적(物理的), 화학적(化學的)으로 균질(均質)한 물질의 부분, 또는 그리한 상태. 기상(氣相), 액상(液相), 고상(固相)의 세 가지가 있음 (6)명사(名詞) 뒤에 붙어서 그 직위(職位)가 각료(閣僚)임을 나타내는 말 (7)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서로 ②바탕 ③도움, 보조자(補助者) ④시중드는 사람, 접대원(接待員) ⑤담당자(擔當者) ⑥정승(政丞) ⑦모양, 형상 ⑧방아타령 ⑨악기(樂器)의 이름 ⑩자세히 보다 ⑪돕다 ⑫다스리다 ⑬가리다, 고르다 ⑭따르다 ⑮이끌다 ⑯점치다 ⑰생각하다 그리고 ⓐ빌다, 기원하다(양) ⓑ푸닥거리하다(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로 호(互)이다. 용례로는 서로 서로를 상호(相互), 서로 도움을 상조(相助),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 효과를 더하는 일을 상승(相乘), 서로 어울림이나 상호 간에 교제함을 상고(相交), 서로 짝짐이나 서로 함께 함을 상반(相伴), 서로 반대됨 또는 서로 어긋남을 상반(相反), 서로 믿음이나 서로 신용함을 상신(相信), 두 가지 일이 공교롭게 마주침을 상치(相値), 서로 같음을 상동(相同), 서로 고르게 어울림이나 서로 조화됨을 상화(相和), 남녀가 불의의 사통을 함을 상간(相姦), 서로 마주 보고 있음이나 마주 겨룸 또는 그 대상을 상대(相對), 생김새나 모습을 양상(樣相),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지거나 감추어진 사물의 참된 내용이나 사실을 진상(眞相),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양상을 위상(位相), 실제의 모양을 실상(實相),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겉에 드러나는 추한 몰골을 흉상(凶相), 서로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상부상조(相扶相助), 서로 돕는 일을 일컫는 말을 상호부조(相互扶助),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상애상조(相愛相助),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그리워해 잊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사불망(相思不忘), 뛰어난 선비도 지나치게 가난하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서 활동할 길이 열리기 어렵다는 말을 상사실지빈(相事失之貧), 서로 바라보이는 가까운 곳을 이르는 말을 상망지지(相望之地),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사불견(相思不見), 오직 생각하고 그리워함을 일컫는 말을 상사일념(相思一念), 서로 사랑하는 도리를 일컫는 말을 상애지도(相愛之道),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의 오행이 상생하는 이치를 일컫는 말을 상생지리(相生之理),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맑지 않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옳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이를 본받아서 행실이 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즉불리(相卽不離), 서로 욕하고 싸움을 일컫는 말을 상욕상투(相辱相鬪), 서로 높이고 중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상호존중(相互尊重),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학식이나 업적이 크게 진보한 것을 이르는 말을 괄목상대(刮目相對), 간과 쓸개를 내놓고 서로에게 내보인다는 뜻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친밀히 사귐을 일컫는 말을 간담상조(肝膽相照), 같은 병자끼리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묵묵한 가운데 서로 마음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심심상인(心心相印), 부자나 형제 또는 같은 민족 간에 서로 싸움을 일컫는 말을 골육상잔(骨肉相殘), 사물은 같은 무리끼리 따르고 같은 사람은 서로 찾아 모인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유유상종(類類相從), 수레 덮개를 서로 바라본다는 뜻으로 앞뒤의 차가 서로 잇달아 왕래가 그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관개상망(冠蓋相望), 생각이나 성질이나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등에 쓰인다.
▶️ 隱(숨을 은)은 ❶형성문자로 隠(은)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㥯(은)으로 이루어졌다. 언덕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전(轉)하여 '숨다, 가리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隱자는 '숨다'나 '음흉하다', '수수께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隱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㥯(삼갈 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㥯자는 '삼가하다'나 '조급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조급함을 뜻하는 㥯자에 阜자가 결합한 隱자는 조급히 산속으로 숨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隱(은)은 성(姓)의 하나로 ①숨다 ②점(占)치다 ③가엾어 하다 ④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⑤음흉(陰凶)하다 ⑥쌓다 ⑦무게 있다 ⑧기대다 ⑨수수께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둔(遁), 숨을 찬(竄), 숨을 칩(蟄), 숨을 암(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나타날 현(現), 볼 견(見), 나타날 현(顯)이다. 용례로는 가리어 숨김이나 덮어 감춤을 은폐(隱蔽), 숨김이나 감춤을 은닉(隱匿), 숨어 있어서 형적이 나타나지 않음을 은밀(隱密),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세속의 일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삶을 은퇴(隱退), 세상을 버리고 숨음을 은둔(隱遁), 세상을 피해 숨어 삶을 은거(隱居), 세상을 피하여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를 은사(隱士), 속엣것이 흐릿하게 보임을 은은(隱隱), 숨은 그림을 은화(隱畫), 숨겨 비밀로 함을 은비(隱祕), 동아리끼리 저희들만 알도록 특정한 뜻을 숨겨 붙인 말을 은어(隱語), 숨어서 나오지 않음을 은폐(隱閉), 몸을 숨김을 은신(隱身), 뚜렷하지는 않으나 어딘지 모르게 모양이 드러남을 은연(隱然), 딱하고 가엾게 여김을 측은(惻隱), 앉아서 은둔한다는 뜻으로 바둑을 달리 이르는 말을 좌은(坐隱), 백성이 시달려 생활하는 데 겪는 괴로움을 민은(民隱), 엎드려 숨음을 복은(伏隱), 죄인을 숨겨준 죄를 용서함을 용은(容隱), 스스로 감추고 나타내지 아니함을 자은(自隱), 속이고 감춤을 기은(欺隱), 도망쳐 숨음을 도은(逃隱), 밖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참고 감추어 몸가짐을 신중히 함을 이르는 말을 은인자중(隱忍自重), 속세를 떠나 산 속에 숨어들어도 어버이 섬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은불위친(隱不違親), 속세를 피하여 혼자 지내면서 품고 있는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함을 이르는 말을 은거방언(隱居放言), 나쁜 점은 숨기고 좋은 점은 드러냄을 일컫는 말을 은악양선(隱惡揚善), 서로 염려하는 마음이 미침을 일컫는 말을 은지상급(隱志相及),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측은지심(惻隱之心),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뜻으로 부자지간의 천륜을 이르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스스로 은둔하여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자은무명(自隱無名),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는 뜻으로 일의 전말을 확실히 밝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장두은미(藏頭隱尾), 어진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고 또는 이를 측은히 여겨야 함을 이르는 말을 인자은측(仁慈隱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