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 교수의 '마지막 10년 맞을 나에게 쓰는 편지'💖
"엇, 이게 누구야?"
사무실 현관을 나서다 벽에 걸린 큰 거울 속의 누군가를 봤다.
"누구긴 누구야? 너지."
거울 속의 인물이 말했다.
"이게 나라고?"
설마 내가 저런 노인일까.
내 딴엔 거울 속의 노인보단 젊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털웃음을 짓자
거울 속의 노인도 따라 웃는다.
거울 속의 당신.
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젊어 보인다. 내가 나임을 그렇게 외면하면서 살았다.
요즈음 들어 부쩍 100세 시대를 많이 논한다.
100세 이상 인구가 2만5000명이니 그럴 만하다.
거울 속의 당신은 매년 즐겨 네팔에 다녀온다.
그곳 사람들은 일찍부터 100세 인생을 말했다.
25세까지는 배우는 시기, 25~50세는 배운 것을 실천하는 시기,
50~75세는 잘 배우고 잘 실천했는지 반성하고 참회하는 시기,
75~100세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기다.
이 여정대로라면, 거울 속의 당신은 참회를 마친 자유로운 시기에 있어야 한다.
당신은 늘 많은 사람들 앞에 "앙금 없는 포도주처럼 늙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그런 소망을 얼마나 이루었는가.
거울 속의 당신에게 두 가지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젊었을 때 선생님을 노엽게 만든 경험이 있다.
학회가 끝나고 회식 자리였다.
죽음 이야기가 나왔다.
'누가 먼저 저세상으로 갈까?'라는 화두가 나오자,
모두 선생님을 쳐다봤다.
선생님 연세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왜 모두들 자신을 쳐다보느냐고,
죽음에 무슨 순서가 있느냐고 화를 내셨다.
시간이 흘러 3년 전 대학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다.
일요일이 끼어 있어 종교를 가진 친구들은 교회·성당·절을 찾았다.
성당을 찾은 일행이 신부님에게 대학 졸업 50주년 여행이라고 설명하니까, 신부님이 "참 오래도 사셨습니다" 했다.
나중에 친구들이 신부님을 성토했다. 나는 "신부님 말씀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는 함의가 있다"고 친구들을 달랬다.
두 얘기를 듣고 당신이 무엇을 느꼈을까 궁금하다.
젊었을 땐 몰랐던 노여움을 나이 든 뒤 직접 경험했으니, 노여움의 뜻을 통찰했을 것 같다.
두 노여움 모두 밑바탕에는 '내가 생의 끝자락에 섰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재미있는 일이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무엇이나 시작과 끝이 있다고 했으니, 거울 속의 당신을 위해 세 가지 소망을 적어 본다.
첫째, 당신 마음대로 살아보세요. 마지막 시기를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둘째, 맺힌 것을 푸세요. 푸는 것은 내가 나를 용서함이다.
셋째, 나누면서 사세요. 이 세상에 나온 것부터가 '빚'이다. 빚을 갚는 일은 곧 나눔이다.
이 세 가지를 실천할 시기가 마지막 10년이다.
모든 노인의 무의식에는 죽음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데 따른 불안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마지막 10년이 참 아깝고 귀하다.
마지막 10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면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면 바른 내가 보인다.
"나 속으로는 떨고 있어. 불안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복을 만드는 즐거움으로 자기만의 마지막 10년을 만들어 나가자.
---------------------------------------------------------------------------------------------------------------------------------------
삼월삼짇날
음력 3월 3일은 삼월삼짇날로 설날, 단오, 칠석, 중양절처럼 양수(陽數)가 겹치는 좋은 날입니다.
삼짇날은 봄을 알리는 명절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뱀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나오기 시작하는 날이지요.
또 나비나 새도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경상북도 지방에서는 이날 뱀을 보면 운수가 좋다고 하고,
또 흰나비를 보면 그해 상을 당하며 노랑나비를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합니다.
이날 전해오는 놀이로 사내아이들은 물이 오른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고,
여자아이들은 풀을 뜯어 각시인형을 만들어 각시놀음을 즐깁니다.
이날 선비들은 정원의 곡수(曲水, 구부러져서 흐르는 물길)에 술잔을 띄우고 자기 앞으로 떠내려올 때까지
시를 읊던 곡수연이란 운치 있는 놀이를 즐겼습니다.
또 삼짇날에는 '제비맞이'라는 풍속도 있는데 봄에 제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제비에게 절을 세 번 하고 왼손으로 옷고름을 풀었다가 다시 여미면 여름에 더위가 들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 이무성 화백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날 시절 음식으로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로 반죽하여 둥근 떡을 만드는 화전(花煎)이 있으며,
녹두가루에 붉은색 물을 들여 그것을 꿀물에 띄운 것을 먹는데 이를 수면(水麵)이라고 하지요.
이밖에 '산떡'이라 하여 방울 모양으로 흰떡을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떡에다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작은 것은 다섯 개씩 큰 것은 세 개씩 이어서 구슬처럼 꿰는 떡도 있습니다.
또 찹쌀과 송기 그리고 쑥을 넣은 '고리떡'이 있고 부드러운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 떡을 만드는 '쑥떡'도 있지요.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삼짇날은 우리 겨레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뜻깊은 명절이었습니다.
첫댓글 눈치 볼거 없지요.
풀어야 하는데 야속한 마음이 서성거리니 풀어야겠지요.
잘읽었습니다.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십시요
나도 거울 속에 왼 노인네가 있어 화들짝 놀란 경험이
세월이 언제 그렇게 흘렀는지
아! 세월.
저도 가끔 그럴때가 있습니다 무상한건 세월입니다
낯설다고 느낄때가 벌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ᆢ이젠 그런 생각도 안해요ᆢ^^..
그러는게 건강에 도움이 되겠죠 ㅎ 세월의 무상함을
탓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