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법사위원장 野 넘기기 앞서 입법독주 않겠단 약속부터
동아일보
입력 2021-07-26 00:00수정 2021-07-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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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3일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다시 하되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다만 야당 몫 법사위원장 임기는 21대 국회 후반기를 맞는 내년 6월부터 시작되고, 그때까지 여당이 한시적으로 법사위원장을 맡는다. 그 대신 여야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사위가 법안처리를 주무르는 상원(上院) 역할을 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1대 국회 출범 후 여당이 법안 처리의 관문을 지키는 법사위원장을 갖겠다고 나선 것이 원(院)구성 파행의 도화선이 됐다. 법사위원장은 2004년 17대 국회부터 야당 몫으로 자리잡아왔다. 집권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공감대가 있어서였다. 그런 취지에서 지금의 여당도 야당 시절 법사위원장을 맡았었다. 그러나 여당은 지난해 4·15총선에서 180석의 거여(巨與)가 되자 태도를 바꿔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한 것이다.
야당의 견제가 무력화되자 여당의 입법 폭주가 벌어졌다. 국회법에 정해진 상임위 심의 절차는 쉽게 무시됐고, 여당 주도의 법안은 일방 처리됐다. 이러다 보니 부실 입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전세 물량과 가격 급등을 초래한 임대차3법과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 ‘기업규제3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는 21대 국회 후반기에만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고 했을 뿐 향후 배정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은 앞으로 여야가 전·후반기 2년씩 나눠 맡는 것인지, 여야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합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기회에 법사위원장은 여당의 독주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야당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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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여야는 함께 법안을 숙의하고 처리하는 의회민주주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갖기 전에 쟁점 법안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여당 일각의 주장이 있는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여당은 법사위 이양에 앞서 더 이상 입법 독주는 않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할 것이다.